조회 수 1307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먼동이 터 오는 시각쯤에 세수를 하며
  그대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오늘은 또 몇 구의 시체가 들어올까
  겨울로 막 접어들거나 날이 풀릴 때
  더욱 바빠진다는 그대 아무 표정 없이
  불구덩이 속으로 관을 넣는다
  줄지어 선 영구차, 선착순으로 받는 시신
  
  울고 웃고 미워하고 용서했던 사람들의
  시간을 태운다 거무스레한 연기가
  차츰차츰 흰 연기로 변한다
  구름을 데리고 와 낮게 드리운 하늘
  아 이게 무슨 냄새지
  화장장 가득 퍼지는 오징어 굽는 냄새 같은
  짐승의 똥 삭히는 거름 냄새 같은*
    
  잘게 빻아주세요
  뿌릴 거요 묻을 거요
  땅에 묻을 겁니다
  묻을 거라면 내 하는 대로 놔두쇼  
  잘게 빻으면 응고가 됩니다
  한 시간을 타고 빗자루로 쓸어 담겨
  분쇄기에서 1분 만에 가루가 되는 어머니
    
  검게 썩을 살은 연기와 수증기로 흩어지고
  하얀 뼈는 이렇게 세상에 남는구나
  체온보다 따뜻한 유골함을 건네는 화부  
  어머니는 오전 시간의 마지막 손님이었다
  화부는 화장장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운다 입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표정 없는 저 화부는 金泉火葬場이다


  * 김천화장장 바로 아래에 축사가 있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56 (동영상시) 어느 따뜻한 날 One Warm Day 차신재 2016.12.01 74252
2255 화가 뭉크와 함께 이승하 2006.02.18 2245
2254 (낭송시) 사막에서 사는 길 A Way To Survive In The Desert 차신재 2016.02.25 1921
2253 불러봐도 울어봐도 못 오실 어머니 이승하 2010.08.26 1513
2252 봄의 왈츠 김우영 2010.03.03 1413
2251 희곡 다윗왕가의 비극 -나은혜 관리자 2004.07.24 1401
2250 희곡 다윗왕과 사울왕 -나은혜 관리자 2004.07.24 1399
2249 가시버시 사랑 김우영 2010.05.18 1390
2248 리태근 수필집 작품해설 김우영 2010.07.11 1336
» 김천화장장 화부 아저씨 이승하 2009.09.17 1307
2246 김우영 작가의 산림교육원 연수기 김우영 2012.06.25 1199
2245 아버님께 올리는 편지 -이승하 관리자 2004.07.24 1197
2244 플라톤 향연 김우영 2010.02.24 1193
2243 중국 김영희 수필 작품해설 김우영 2011.06.18 1179
2242 코메리칸의 뒤안길 / 꽁트 3제 son,yongsang 2010.08.29 1138
2241 우리 시대의 시적 현황과 지향성 이승하 2005.02.07 1104
2240 미당 문학관을 다녀 오면서 file 김사빈 2010.06.23 1074
2239 노벨문학상 유감 황숙진 2009.10.11 1067
2238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가 남긴 편지 이승하 2011.04.30 1056
2237 체험적 시론ㅡ공포와 전율의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이승하 2009.10.14 104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3 Next
/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