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01 20:09

황혼 결혼식 / 성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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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결혼식 / 성백군

 

 

해 종일

마주 보며 그리워하다가

마침내 합일된 황혼의 수평선은

하늘과 바다의 결혼식입니다

 

다 살고서

무슨 결혼이냐고 하겠지만

드디어, 이생에서의 끝을 하나로 이루었으니

저승에서는 한 몸으로 태어나지 않겠느냐며

신랑 신부 입장합니다

 

황홀한

석양의 주례로

예식장 앞마당에는 붉은 융단이 깔리고

구름은 몸을 헐어

숲을 가꾸고 강을 만들며 살 성()을 짖느라 바쁘고

파도는 물을 열어 이생과 저승을 잇는 황금길을 닦네요

 

마땅히 받을 축합니다

하늘과 바다와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것들이

은혜를 갚는다고

모여 온 힘을 다해 일으키는 화광반조

뚜우~뚜우~ 연락선 뱃고동 반주에

어스름 속 괭이갈매기 일제히 날아오르며

박수를 치고

 

찰칵찰칵

우리 집 거실 벽엔 누가, 언제 찍었는지 모르지만

아주 오래된, 지금도 생생한

하늘과 바다의

황혼 결혼식 기념사진 한 장 걸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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