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로 만든 잔치' 그 기발함이란!

2008.12.2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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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로 만든 잔치' 그 기발함이란!
청소년시낭송축제 기념콘서트...다양한 '요리'들에 탄성







2008년 11월 24일 (월) 09:39:07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북데일리] 교과서 밖으로 나온 시(詩)는 생동감이 넘쳤다. 시어는 펄떡거렸고, 운율은 활기찼다. 지나치다 싶으면 곧 애달픈 울림이 손을 뻗어 치솟은 혈기를 붙잡았다. 정중동 3박자가 조화를 이뤘다.


22일 열린 ‘2008 전국청소년시낭송축제 기념콘서트 현장’. 청소년들은 시를 마음껏 가지고 놀았다. 행사의 부제처럼 ‘멋대로, 맛대로, 맘대로’ 시를 주물렀다. 동영상 UCC, 애니메이션, 시 연극, 시 낭송, 시 노래 등 중고등학생으로 이뤄진 전국 24개 팀은 저마다의 개성 있는 시 읽기를 선보였다.


포문을 연 광주고등학교 학생들의 시낭송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아이들은 황지우의 시 ‘거시기’를 낭송했다. “워매 요거시 머시다냐/ 요거시 머시여/ 응/ 머냔 마리여”로 시작하는 거시기는 전라도 사투리가 푸짐한 시다. “시를 읽으면서 해학적인 느낌을 받았다”는 아이들은 ‘웃기게’ 시를 낭송했다. 구수했고, 그래서 정감 있었다. 관객들은 배꼽을 잡았다.










   
동영상 UCC는 10대들만의 특권인 듯 보였다. 기발함이 하늘을 찔렀다. 한원엽의 시 ‘감’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울산 동여자중학교 학생들의 UCC엔 이모티콘과 감 사진이 섞여 있었다. 감을 의인화 한 시를 자기들의 언어 이모티콘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 대 때리니/ 아이고 허리 터진다/ 한 대 더 때리니/ 난 죽었으면 죽었지/ 안 떨어질란다/ 그러다가/ 엉덩이가 불나도록 맞는다”라는 구절에선 천연덕스럽게 읽는 아이의 목소리와 익살스런 화면이 겹쳐져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진은영의 시 ‘악어를 위하여’를 소재로 한 강원 부론중학교의 UCC는 인터넷에 떠도는 재미있는 동영상과 사진을 절묘하게 조합한 점이 돋보였다. 광주 숭의고등학교 학생들은 노래 ‘제주도의 푸른밤’의 가사를 고려가요 ‘청산별곡’으로 바꿔 만든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도 했다.










   
시 연극에선 아이들의 열연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연극반 아이들이 참여한 대전 중일고등학교의 ‘시집살이민요’는 기성 배우 못지않은 아이들의 생기 넘치는 표정과 대사로 주목을 받았다. 자작시 ‘기다림의 끝은 벌판일거예요’ 연극의 주제는 제법 날카로웠다. 강원 진부고등학교 학생들의 작품으로, 공부와 연애, 우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10대들의 무거운 현실을 실감나게 그렸다.


가장 다양한 형태로 무대에 오른 건 시 노래였다. 화곡고등학교의 도완호 학생은 자작시 ‘물새’를 노래와 랩으로 표현했다. 각 학교는 피아노, 바이올린, 플룻, 어쿠스틱 기타, 일렉 기타 등 여러 악기를 들고 나와 관객들의 흥을 돋웠다. 김소월의 산유화를 노래한 대구 대진고등학교의 채보훈 군은 “‘삑사리’나더라도 재미있게 들어주세요”라며 넉살을 떠는 여유도 보였다.


이렇듯 잔치의 주인공은 청소년들이었다. 초대 손님으로 배우 엄혜란, 박정자, 시인 정호승, 가수 나무자전거 등이 나섰지만 이름값이 무색했다. 시낭송을 한 박 씨는 “시 한 편 읽고 내려간다는 게 민망할 정도로 아이들이 준비를 많이 했다”며 아이들의 창의력에 놀라움을 표했다. 정 시인은 “만약 시의 어머니가 있다면, 시에 다양한 마음의 옷을 입하는 아이들을 꼭 껴안아줄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무대에 오른 아이들은 실수가 많았다. 어색한 표정과 몸짓, 대사 까먹기 등 이래 저래 어설펐다. 하지만 그것 그대로 좋았다. 창피를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개성을 뽐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아이들이 손에 쥐고, 입에 올린 게 시여서 더 그랬다. 지금은 소수의 매니아만 찾는다는 바로 그 시.










   








   
이번 행사는 지난 5월부터 시작한 ‘전국청소년시낭송축제‘의 마무리를 위해 기획됐다. 지금까지 전국 53개교가 개별적으로 시낭송 축제를 벌였으며, 이번 콘서트는 그 결과물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문학나눔사무국이 주관했다. 사회는 성우 김상현, 연출은 시인 조연호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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