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서유럽 등에 비하면 한국문학 번역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러시아와 구 소련 지역에서 한국의 시와 희곡, 고전문학이 연이어 번역·출판되고 있어 주목을 끈다.
모스크바 세계문학연구소는 최근 <한국 현대대표시선>을 완역해 출간했다.
책에는 '성북동 비둘기'의 김광섭, '꽃'의 김춘수, '금강'의 신동엽, '농무'의 신경림, 연작시 '만인보'의 고은 등 모두 34명의 한국 시인들이 소개됐고, 79편의 작품이 실렸다.

한국외대 교환교수를 지낸 라리사 피사레바와 한국외대 노어과 김현택 공수가 공역한 이 책의 홍보에 재러 한국대사관 문화센터, 모스크바 삼일문화원 등이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학과가 개설된 러시아 대학들에서는 이 책을 교과서로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러시아국립연극아카데미 출판사가 제작한 <한국연극 1> 번역본도 화제다.
이 책은 러시아로 번역된 첫 한국 대표희곡집으로 유치진의 '처용의 노래' 함세덕의 '동승(童僧)' 오영진의 '맹진사댁 경사' 윤대성의 '출발' 등이 실렸다.

유치진의 작품은 벌써부터 러시아 연출가들이 연극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어, 한국 희곡을 바탕으로 제작된 러시아어 연극이 공연될 가능성이 높다.
'단군신화' '바보온달' '심청전' '별주부전' 등을 소개하고 있는 <강독을 위한 한국고전문학>도 도서출판 베델기획에 의해 번역·출간됐다. 이 책은 한국어와 한국의 전통문화를 비교적 알기 쉽게 서술하고 있는 책이라 향후 청소년 교육교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번역과 출간작업을 지원한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책의 출간이 그간 한국문학에 대한 소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지역에서 한국문학 붐을 일으키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기대를 전했다.

ⓒ 2005 오마이뉴스/ 홍성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