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시인의 육필 수제본 시선집

2005.01.22 17:02

미문이 조회 수:514 추천:8

우리 시문단의 큰 별이자 지난해 네루다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인 시인으로 칭송받고 있는 정현종 시인이 국내 최초로 자필 수제본 시집을 출간합니다.

정현종 시인이 평생 써 온 자작시 중에서 30편을 골라 엮은 이 시선집에서 시인이 다듬고 지켜온 시 정신과 영혼의 정수를 만날 수 있으실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시인이 직접 쓴 자필 시집이며, 한국 전통의 수제본 방식으로 제작되어 책의 내용과 형식이 품격을 갖춤으로써 한국 詩史에 큰 가치로 남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시문학이 소원해진 세상에서도 지난 2003년 출간한 시집 『견딜 수 없네』(시와시학사)에 독자들이 보내 준 애정에 대해 시인과 출판사가 헌정시집으로 기획되었다.

1. 인터넷 서점에서만 주문제 판매
2. 100부 한정본(선착순 마감, 책의 일련번호 역시 선착순으로 매겨집니다.)
3. 판매가 35만원

다음은 조선일보 김태익 논설위원의 [만물상]시인의 육필(2005.1.17) 중 일부입니다.

▶예술가들의 육필(肉筆)은 그 예술가의 일부다. 큰 예술가들은 그래서 자신의 육필을 관리한다. 시인이나 소설가는 글 쓰는 걸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들 역시 육필로 독자를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 독자들은 육필을 통해 시인이나 소설가의 세계로 바로 들어가고 싶다. 그래서 저자의 체취가 담긴 육필 저서는 ‘희귀본’으로, 장서가들이 탐을 내는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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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섬)던 정현종 시인이 올해 연세대 정년 퇴임을 맞아 100부 한정본 육필 시선(詩選)을 출간했다. 자신이 지금까지 쓴 시들 중 30편을 골라 29편을 자필로 써 실크 인쇄하고 한 편은 직접 쓴 원본 그대로 실었으니 세상에 단 하나뿐인 시집인 셈이다. ‘풍산 한지’라는 최고급 한지를 사용하고 ‘오침 제본’이란 전통 제본 방식을 이용했다.

▶“시를 썼으면/ 그걸 그냥 땅에 묻어두거나/ 하늘에 묻어둘 일이거늘/ 부랴부랴 발표라고 하고 있으니/ 불쌍하도다 나여/ 숨어도 가난한 옷자락 보이도다”(불쌍하도다) 정 시인으로선 호사한 장정이나 비싼 책값(35만원)이 난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경우 시집의 값을 따지는 것은 부질없다. 그냥 “詩=대답할 수 없음에 대한 변명, 그리고 가능한 대답 중의 최선의 길”이라며 시를 통해 한 시대를 구원해온 시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최소한의 경의(敬意) 표시라고 보면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