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와 유모어의 문학/수필

2005.01.14 08:12

미문이 조회 수:784 추천:43

1. 수필은 왜 해학성이 있어야 하는가 수필의 어원적 의미는 '무엇인가 새롭게 시도한다'는 시론(試論)적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다시 상기해 보자. 수필을 새로운 실험정신에 의해 쓰려고 한다면 작가는 기존의 객관적 규범이나 상식적인 관습에 매여 있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파격'과 '탈법' 그리고 '일탈'의 정신으로 새로움에 도전해야 한다. 그래서 유모어와 위트가 수필에서는 필요로 한다. 위트와 유모어로관습에 매어 있는 정신을 깨뜨려야 하며, 그로 인해 고지식하고 진부한 문체를 깨뜨려야 한다. 한국 고전문학의 특성을 동,서양의 많은 학자들은 해학과 풍자성으로 보아왔다. 우리는 문학작품 뿐만 아니라 해학적인 선비들도 유난히 많다. 이는 우리민족의 성격적 특성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초속(超俗)' 혹은 '탈속(脫俗)'적인 기질, 현실을 뛰어 넘으려는 긍정적인 기질이 이런 성격을 형성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수필의 해학성과 풍자성, 유모어와 위트를 살리는데 기질적으로 어려움이 없게 된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수필을 볼 때 그 해학성과 풍자성은 그 자취조차 찾아볼 수 없다. 국어학자 이희승의 <딸깍발이>를 읽어보자. * <딸깍발이> - 별첨   인용된 수필 같이 쓰기 위해서는우선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성(Logos)적인 비판의식을 감성(Pathos)로 바꾸어 쓸줄도 알아야 한다. 위트와 유모어가 있는 수필을 쓰기 위한 관건이 여기에 있다. 위트와 유모어는 지성적 소산이다. 그러나 지성적 소산만으로 수필을 쓸 때 감동은 반감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감성적 여과 장치를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유모어와 위트란 무엇일까? (2) 위트(wit)와 유모어(humor)에 대하여 유모어에 대하여 도창회는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학술적으로 보아 유모어는 대개 3가지 이론이 있다. 첫째, 우월감(superiority)이나 혹은 格下(degradation)의 상태에 있을 때 웃음이 만들어지는데, 곧 인간의 어리석음(absurdity)이나 유별남(oddness)이나 결함(infirmity)같은 것들이 우리를 웃긴다고 했다. 둘째, 불일치(incongruity), 기대좌절, 두 생각의 엇갈(bisociation)등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는 학설이다. 셋째, 프로이드는 긴장(tention)으로부터 해소되거나, 금지(혹은 억제:inhibition)으로부터 놓여나올 때 웃음이 터진다고 보는 학설이다. 결과적으로 첫 번째의 우월감이나 격하의 이론은 풍자(satire), 비꼼(sarcasm), 불행(misfortune)의 웃음이고, 두 번째의 불일치와 bisocation이론은 훨씬 더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고 익살의 웃음을 주지만, 세 번째의 프로이드 이론이 현재까지는 유머론 중 가장 우세하다.                                    -도창회의<수필문학론>59쪽 그리고 김열규는 그의 글 <수필과 해학>에서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초속이나 파격은 유머의 일면이다. 초속과 파격이 유머적인 웃음, 해방과 구원, 긴장의 폭발적인 해소와 감정의 소낙비 같은 淨化, 때로 숭고미와 짝지워지기도 하는 유머는 그만큼 공감이나 공명을 자아내어야 한다. 독자들의 재빠른 지성에 의한 이해를 번개처럼 환기해야 하고 때로 페이쏘쓰의 바닥에까지 잠기는 감정의 호응을 얻어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머는 공명의 탈법이고 공감의 파격이다. 한쪽의 異化作用을 다른 한쪽에 동화작용을 지니고 있는 인간정신이 곧 유머다.  이화작용과 동화작용은 유머라는 날렵한 새가 지닌 두 개의 날개다. 유머는 웃음에 동정이 있고 공감이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유머는 화해의 웃음이다. 인생 세계와 유머리스트 사이의 화해가 이룩되는 웃음, 독자와 유머리스트 사이에 이룩되는 웃음이 곧 해학이다. 수필은 숙명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유머리스트가 되게 마련되어 있다. 금아 피천득 선생의 절묘한 수필의 비유법이 이미 그것을 증언해 주고 있다. 수필은 그 세계인식에 있어서나 삶을 보는 눈에 있어서나 퍽 자유롭다. 이데올로기 면에서만 자유주의자가 아니라 형식이나 문체면에서도 수필은 제일급의 자유주의적 스타일리스트다. 그것은 좋은 의미의 댕디즘에 젖어 있다.                                            -김열규의<한국수필가 협회세미나 주제발표문>에서 (`86.7) 두 글을 정리해 볼 때, 유머의 의미는 '기존의 관념이나 감성으로부터 일탈하여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인간 정신'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머의 힘은 '기지', '재치'오 번역될 수 있는 위트의 힘으로 가능해 진다. 순발력 있는 생각, 지혜로운 지적작용이 위트이기 때문에 유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수필이 다른 문학장르와 다른 점을 아래 인용문에서 다시 찾아야 한다. 수필의 세계를 보는 눈길이 관습에 매여 있지 않다면, 또 상식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있다면 그것은 피치 못하게 유머리스트가 되게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수필의 수탈하고 매인데 없는 눈길이 웃음기를 머금은 순간, 항상 유머는 팝콘처럼 터뜨려지고 또 피게 되어 있다. 실상, 다른 문학장르에서 유머는 그 작품성의 일부이거나 바닥에 깔린 속성으로 머무르기 쉽다. 수필은 바로 이 점에서 커다란 장점을 지닌다.  경구나 잠언(箴言)이 그 통사구조 전체로 유머를 엮어낼 수 있듯이 수필은 작품 전체의 구조를 유머화할 수 있는 것이다. 유머는 수필의 양식상의 기본적 전략에 속하는 것이다. 그것은 수필이 뭣보다 그 이데올로기 면에서나 세계인식에 있어서나 자유로운데다 형식이 짧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문체가 과장과 개성을 용납하고 그럼으로써 매우 활달하고 또 소탈하기 때문이다.                                     -김열규의 위의 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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