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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 ( 꽁트 )

2006.05.05 18:11

이 상옥 조회 수:520 추천:71


추적 추적 가을비가 내리는 저녁이였어.
저녁을 먹고 할일없이 월간 잡지를 뒤적거리다가,
다시 쏘파에 기대여
채널7 ABC Monday Night FootBall을 보기도 하다가 말이지
깝박 내 필림이 끈겨 버렸나봐 !


나는 추적거리는 비를 맞으며
노오란 낙옆이 수북히 쌓인 숲속에
높은 나무가지에는 이미 나뭇잎이 다아 나라가 버리고
나무 아래 가지에만 엉성한 치마를 두른듯한 나무 사이를 홀로 걷고 있었어.
그냥 걷다 보니
눈에 익숙한 경치 같아 보이기도 하고 말야.
아마 Fox River ( 여우 강 )가 나오려니 하고 생각했었어.
그러다가 문득
지난봄 자나갔던

끝없이 펼쳐진  
어쩌면 아마존 일지도 몰른다는 생각도 들고.
아름다운 난초가 열대림의 열기와 습기를 먹음고
아침마다 아름답게 피는 코스타리카의 처녀림일까 ?


나는 혼자 엎치락 뒷치락 걷고 있었거든.
그러다가
갑자기 햇빛이 쏫아지고
난 아리조나 어디쯤을 걷고 있네.
바람에 굴러가는
둥그런 나무덩쿨이 보였거든.
그다음은 빠알간 모래언덕에
사정없이 내려 쪼이는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을 뿐이야.
아프리카의 카라하리 사막 같았어.


난 후욱 내얼굴을 휘감는 열풍에 뭍어온 모래를 뱃어내며 아무도 없는 곳에
내홀로
멕시칸들처럼 판초를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물병과
이미 굳어 버린 딱딱한 빵과 다른 잡동산이를 백팩에 지고
한없이 고독한 길을 가고 있는거야.
거기
뜨거운 태양과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뜨거운 열사에는
끝없이 뿜어대는 대지의 아지랭이속에
고독하게 이여지는 모래언덕과
갑자기 불어닥치는 뜨거운 모래바람,
그리고
밤이면
살속까지 애여내는 추위에
따뜻한 체온을 무척 그리며
가만히 처다본 저 하늘에는
새침하지만
아름다운 초승달.
거기다 쏫아질듯이 반짝거리는 무수한 별이 빛났지.
그런 고요속에도
자잔한 풀포기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언제나타 났는지
전갈이 어슬렁거리며
슬슬 산책을 시작하는것이 눈에 보이고
가끔
싸이드 와인더 독사뱀 지나간 자죽이
모래위에 쓴
바람에 날려가다 덜지워진 사랑의 편지 같아 보였어.


그러나
거긴
우리들이
애써 탐내든건
아무도 것도 없더라 !
돈도 명예도 권력도 말야.
그리고
하느 님도 그냥 어딘가에 쉬러 가셨는가 ?
골프를 같이 치던 친구들도
아침 저녁으로
심어논 비싼꽃을 쌜러드로 먹어 치우던 뒷뜰의 토끼도 없는 가봐.
"왜   당신이 거기 있어요 ? "
하고 당신이 물어도
몰라
난 지금 어딜가는지.

왜 여기 있는지도 말야.
허공에
바삐 흘러가는 구름처럼
바람 따라 예까지 왔을까 ?


수희 !
이런때
누가 가장 그립고 보고 싶을까 ?
아니 누구와 함께 갔어야 했나 ?
난 잠시
그렇게 현재의 당신과 나를 생각해 보려
거길 갔는가봐.
당신과나 !
우린 어떻게 만나
이렇게 머릿속으로만
사랑해야 하는 연인이 됬는지 모르지만,
한마디로 요즈음 유행하는 인스턴트 연인이 아니겠어 ?
당신이
눈에 안약을 넣고 꿈쩍 꿈쩍하며
" 난 당신 없인 못 산단 말야 ! "
라고 미칠듯이 날
좋아한다고 말하면
나도 그럴듯한 대답을

얼른 컴퓨터에 뛰여 들어가
새앙쥐 처럼 제빠르게 쏘다니며
화려한 가짜 꽃과
입에 발린 노래를 찾아 깔고
그 다음에는 " 난 당신을 죽도록 사랑한다 "는 말을
매일 아침마다 수천마디가 올라오는 싸이버 공간에서
냉큼 찾아다가 얼른 당신에게 키보-드로 처보내고
여유있게 손과발 그리고 머리가 따로 노는 하루를 보네고 있었잖어 !


이젠
그런짖이
당신도 나도 신물이 나있을거란 얘기지.
그래서
이렇게 오밤중에 머리에 쥐가나고 경기를 앓으며
몽유병 환자가 되버리는 걸꺼야 아마.
진심은 없고
무지막지한 인스턴트 자극에다가
진짜 비스무리한 가짜에 넌덜머리를 치는거 !


수희 !
난 어제
친구 집에서 슬쩍해온
춘원의 " 유정 "을 다시 읽었구먼.
난 처음에
이 세상에 저런 멍청한 연인들이 있나 !
하고 콧 웃음을 치다가
섬짓하니
내가 당신의 사랑에 사기를 치는 비겁한 모습이 오버랩 되며
그들의 천진하고
지금 시각으로는 유치 하리만치 마음을 다 바치며
고통 스러워하는 사랑에 나는
그냥 눈물이 마구 흘러 버렸어.
그리고
너무 부럽더라.
약아 빠져 버린 당신이나 나는 도저히 흉내를 못낼 그런사랑을
그 사람들이 하고 있잖아.
나는
눈물속에
내 꾸며 대기만 하는 부끄러운 우리 사랑에 넌덜머리를 치며
돈도 명예도
다아 저 냄새가 고약하게 난다는 시화호에 던져 버리고
머릿속으로 주판알을 튕기지 않으며
나는 왜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지 못했을까 ?
하고 깊은 후회를 하며
쓸쓸히 입술을 깨물었다오.
아마 그런 이유로 난 이렇게 사막을 혼자 걷고 있을꺼야.
그러나
아직도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혹시 내 사랑에도
기적이 이러 날지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싶었어.
마치
한 여름밤의 꿈을 꾸고 있는 유리장사 처럼 말야.
말이지,
행여나 당신이 어딘가에 숨었다가
펄쩍 뛰여 나오며
시원한 냉수를 내게 마시게 해주고
" 당신짐 반만 날줘,
그건 내가 함께 지고 갈께 ! "
그리고는 내얼굴의 땀을 젖은 수건으로 꼭꼭 눌러주는
그런 당신을 찾으러 가고 있는
내가
백일몽을 꾸고 있는 걸까 ?


피이 !
자기도 맨날 맨날 이런 저런 이유를 들이대며
날 사랑하노라고
입술만 달싹거렸으면서
꿈이 한번 야무지시네.
맞어요.
수희 !
내가 이렇게 고행자 흉네를내며
이 뜨겁고 고단한 사막을 걸으며
당신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누지 못한 내 바보짓을
진심으로 후회한다우.
영어에
" What you see what you get."이라고
심은 대로 거두게 되 있잖어.
다아 약삭빠른 짓에 이력이난
내 탓이라니까 그러네.


예전에
당신도 행여 나처럼
이렇게
멀고 고통스러운 길을 가려 했다면.
나도 당신같이
슬픈 표정을 지으며 " 조심 해서가요."
라고 그럴뜻하게 말을 한다음
돌아 서서는
" 이 세상에 여자가 어디 당신 하나뿐인줄 아니 ?
착각을 말아요 착각을 ! "
하며 얼른 머리를 돌려
두리번 두리번 다른여자와 거시기한 껀수를
꿈꿨을 내 행동이 불쌍하고 떳떳지 못한
비겁한 짓이란 사실을 깨달았다는
말이예요.

난 그렇게 아직도 고독한 사막을 걷고 있어요.
비록 우리가 여러가지로 삶에 제한을 받으며 살더라도
진심으로
" 당신과 고통을 함께 감내 하겠어요 "
라는 당신의 멧세지를 받은 적이 없어서
어쩌면 더 쓸쓸해 보일거야.
그래요
수희 !
이제 부터라도 나는
당신이 혼자 쓸쓸히 나처럼 사막길을 간다면
" 수희 같이가자 ! "
하고 당신을 향해 달려갈께.
" 당신은 나 같은 친구 꼭 필요하잖어 "하며.

그렇게 달려가
진정한 당신의 지팡이가 되고 싶다니까.


수희 !
내 못난 행동을
이렇게 혼자 사막을 걸으며 깨닷게 됬다오.
어쩌면 저기저 등성이쯤에
당신이 물을 가지고 기다릴지 모른다는
희망을 나는 다시 갖기 시작했어.
" 쓰레기통에서도 장미는 필수있다 ! "는
기적이
당신에게서 부터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꼭 이루어지는
꿈으로 난 생각하고 싶었어요 수희 !

이렇게
혼자서
쓸쓸히 사막을 걸으며

앞으로
당신에겐 진심만을 말하기로 작정했어요.
진심이란
결국 내 자신을 위한거더라.
내가 당신에게 진심을 보이면
아니 당신이 내게 진심을 보이면
난 그만 당신의 품안에 안겨
내 잘못을 뉘우치며
오랜 동안
엉엉 흐느껴 울고 말거야 !
이렇게
싸이버의 빠르고 능률적인 시대일수록
진실과
진심이 가장 고귀한 보물인것을
이런 외로움 속에서 깨달았네.

사랑하는
수희 !
저기 저 언덕 꼭대기 그늘에서
물을가지고
제발
나를 좀 기다려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