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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의 창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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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의 변덕 스러운 날씨를 나처럼 여기 오래 산 사람이
탓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것이다.
이렇게 환갑을 마지할 나이 쯤 돼면
아이들 내 품 떠나버리고 그저 옛 추억이나 곱씹어 보며
살게 돼니
더러 이렇게 연휴가 닥아온들 별 볼일 없이 보내는
해가 있게 마련인것이다.

토요일 아침을
단 샘펜 선거 모임에 참석하여 후원 회장인 서 정일씨와
형님같이 지내는 교우 홍 순환씨
외에 몇분들과 상견례를 겸한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헤여져 집으로 왔다.
딸 아이 출산으로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비오고 바람분 다음
훌쩍 커버린 잔디를 깍고나서 뒤 뜰에 손을 보다
혼자 점심을 사다먹은 후 교회에 갈 준비를 했다.
지난 주일 아침 미사 참석한 다음 읽은 주보가 어렴풋
생각 났기 때문이다.
이 병호 이주사목위원장 주교님이
년례 사목 방문을 오셨다가
벌써 올해로 우리 교회가 창립 25주년이 돼여 벅썩을 떨고 있는
본당을 돌아 보시고
아마 겸사 겸사 한 말씀하시리라는 막연한 생각을
떠올리며 교회에 간 것이였다.

문득 오래전
우리 교회 초창기 시절 때,
정신 없이 뛰여 다니며 교회에 몰두한 일들이 생각 났지만
요즈음처럼
글쎄   !
신앙이란것도 때와 장소에 따라서  
나이 먹고나니 뭐 다 그져 그렇고 그렇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맞고도 맞 읍니다요로, 맞 장구를 치는
냉냉해져 버린 내 심사 뒤틀린 꼴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다는 솔직한 심정일게다.
아니
항상 약삭 바르게 눈동자 또록 또록한 사람들이 자신의 속
마음 감춘채 허둥 되는 모습이 더 불쌍해 보인다던지
또는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마치 이 세상사에 달통한 듯한 눈빛을
얼굴 하나 가득짓게 마련이잖던가.
( ' " 에에라  !  한번 가서 듣고나 오자.  
만약에 약간 내 심사가 틀리면 아니 당신들은 항상
우리들 보고는 고귀한 영혼을 가지고 살라하면서
어째서 우리 교회는 그렇게 탈북 동포를 외면하고 있는거요 ? "하고
쏘아 붙이지뭐.
히히히히히 .
젠장   !
복장을 올케써야 하는건데. ' )

그분은
만약에 주교님이 돼지 않으셨다면 보나마나 나하고
죽이 척척 맞아 떨어지는 시골 내 친구였을것이란
착각을 하게 한다.
약간 크신 키에 안경을 쓰신 가장 만만하게 보여
멋 모르고 덤벼들기 쉬운 인상이란 뜻이다.
그러나
그분이 오랜 동안 살아오신 목자의 길은
그분에게 주님께서 정성들여 흠뻑 쏫아 부은 축복의
면면들을 나는 금방 깨달을수가 있었다.
먼저 그런 이유는 소위 알만한 인사들이 심오한 진리라고
공들여 힘들고 어렵게 설명하는 것들을  
주교님은 누구나 가장 이해하고 알기 쉽게 설파하신다는
사실이다.
그분은 우리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마르꼬 복음 4장 말씀을 인용하시며
" 나는 성서 구절을 몇장 몇절하며 정확하게 인용하질
않읍니다.
이렇게 4장이라고만 말하지요.
왜냐하면 결국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들 가슴속에서 자라
그 열매를 맺는 긴 기간 동안을
어떻게 한 순간 만으로 표현할수 있을가 싶어서 말입니다."
그리고나서
자신의 평범한 하루 일상을 코믹하게 표현해 주셨다.
그분이 성서를 읽고 아니 외우고 나서
이 세상 아침을 마지하는 행복감을 나는 금방 공감 할수가
있었다.

어느사이에 나는
그분의 표현대로 그분이 이 도령이라면 나는  방자가 돼여
함께 그분 말씀에 죽을 맞춰드리고 있었다.
" 맞읍니다. 맞고요.    아멘  !  알랠루야    !   "
( ' 아차 !  내가 지금 개신교 부흥회 흉내를 내고 있구나  ! ' )
그분은 내게 악수도 나누고 마치 나도 그 2000여년전 예수
시대때
예수님이 사막에 나가 사탄의 유혹을 받고 물리 치시는
곳을 방문하여 구경꾼이 아닌
그분과 함께 않스러워하며 주님의 일에 일조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됀다.

이제 그분은
우리가 크리스찬 인간으로 살아가는 진정한 정체성에 대한
말씀을 이렇게 해 주셨다.
그분은 우리들을 요한 복음에 나오는
- 야곱의 우물 - 곁으로 데리고 가셨다.
그리고 이해하기 쉽고 알아 듣기 좋은 말로 이렇게 말씀해
주신다.
" 다섯번째 남자,
아니 지금의 당신 남편도 사실 당신의 정배는 아니였소."하시며
만나기만 해도 부정 탄다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청하는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의 대화를
우리는 시공을 초월한채
주교님의 안내를 받아 거기 서서 듣고 있었다.
우리는 성서의 그녀처럼
" 선생님, 우물이 이렇게 깊은데다 선생님께서는 두레박도
없으시면서 어디서 그 샘솟는 물을
떠다 주시겠다는 말씀입니까  ?  이 우물물은 우리 조상
야곱이 마셨고 그 자손들과 가축까지 마셨읍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우물을 우리에게 주신 야곱보다 더
훌륭시다는 말씀입니까  ? "
하고 물었다.
주교님께서는 이제 주님처럼
" 이 우물물을 마시는 사람은 다시 목마르겠지만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속에서 샘물처럼 솟아 올라 영원히
살게 할것이다. "라고 말씀해 주셨다.
우리는 모두 그 사마리아 여인처럼
"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좀 주십시요. 그러면 다시는
목마르지 않고 물을 길으러 여기까지 나오지 않아도
되겠읍니다. "
하고 청하고 있었다.

끝으로 주교님은
결론을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 인간이 가장 인간다운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서
받아 보지 못하고 자라면 인간의 탈을 쓴 짐승과 같아 집니다.
그렇읍니다. 그런 사랑을 나누지 못한 우리들의 책임입니다.
하느님은 바로 그 사랑 자체이시니까요.
사랑을 이해하면서 이웃들과 나누지 못한다면 정말 불행입니다.
하느님을 제대로 이해하시는 분들은 그 분의 뜻을 따라
사랑을 이웃들과 나누게 돼고 그런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은
결국 영원한 행복을 맛보게 될것 입니다.
그리고 딱 한가지,
하느님은
헌신적으로 자신을 받치는 아가페적인 사랑이시지만 우리
인간들에게는 어느 경우 그 시작이
에로스처럼 시작돼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에로스로 시작된 사랑이지만 우리들의 가장 따뜻한
사랑은 결국 아가페로 끝나게 마련이니까요   !   "
두시간 반 동안 계속 된 그분의 말씀이 끝났을때
내 가슴은 이미 뜨거워져 있었다.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손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