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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에게 보내는 편지. ( 꽁트 )

2006.06.05 17:43

이 상옥 조회 수:517 추천:57

사랑하는 제니 !

오늘 아침은 비가 네리고 있었어.  
자작 자작 내리는 비는 우산이 없다면 금방 당신 몸을
흠뻑 적시고 말것 같아.  
있지,
이렇게 비내리는 표현을 하는것이
어쩜 당시의 그사람 기분하고 많은 관계가 있어 보이더라.
비가 구질 구질하게 내린다는 표현을 했다면
보나마나 골프 칠 예약을 했다가 산통이 다 깨진 사람이
내 뱃은 말일 테고  
아니면 " 애쿠 ! 잘됐다.
이런땐 마누라하고 빈대떡이나 부쳐 먹어야 돼겠군."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보나마나  낙천적인 사람이여서
비가 오나 햇빛이 쨍쨍나나  별수없이  아내 허리를 끌어 안고 진종일
방안에서 딩굴고  있을거야.      

뭐 또 당신같으면  
갑자기 그 옛날 우산을 받쳐주던 이제 막 변성기에
들어선 키가 훤칠했던 그학생 생각이 나서
문을 열고 빗방울을 손으로 받아 보며 지금 쯤 중년의 가장이 돼 있을
그 사람이 궁금해 졌을수 도 있다는 말이지.  뭐  !

나 ?
물론 나는 당신과 함께 그 푸른색 싸구려 비닐우산 하나에
CF 영화 찍듯이 사람들이 보거나 말거나 좋아 죽겠다고
키스를 해대고  
아냐,
어쩌면 그 미국 영화처럼 " Walking in the rain and kissing (
singing ) in the rain ! " 하면서 저 싸구려 비닐 우산을 하늘 높이
내 던지고 키 큰 내가 키가 작은 당신을 끌어 안고 빗속에서
맴맴이를 수 십 바퀴를 돌았을지 몰라.  
참 그리고 당신은 이런때   폴 뉴만하고
그렇지,
당신이 보기만 하면 꺼뻑 죽는 시늉하던
로버트 래드포드와  잭크린 비샛이 공연한
저 어릿광대 총잡이 서부영화에
나오는 " Rain drop keep falling on my head " 이라는    
노래를 흥얼 거리며
잠시 학창 시절의 꿈많던  그 사람과 친구들  생각하며
감상에 젖어 있을것 같았어.    
반면에 나는 본래 좀 심각한 사랑 좋아 했으니까    영화
" Madison county Bridge  "  하이 라이트인  
크린트 이스트우드가 비를 홈빡 맞으며
마치 물에 빠진 새앙쥐처럼 해 가지고
하룻 밤 사이에 만리장성을  쌓았던  
메릴스트립이  남편의 차를 타고 가며  애타는 심정에  
도어 핸들을 쥐었다 놨다  하는 장면을  
당신은 저런 경우 어떻게 했을까 ?하고
쏫아지는 빗줄기와  처마끝에 부지런히 떨어지는
빗방울의 속도를 계산하며  
이리 저리 나 좋은 쪽으로 공상을 이여 갔을 것 같아요.    


제니 !
그런데  말야,    
지난달 내가 가본 브라질의 마나우스 공항에서도 이렇게
비가 왔었다우.  
후덕지근한 열대림과 칙칙한 색갈의 강물이 마치 바다처럼
끝이 않보이는 넓은 강물이 멈춰 선듯이  흐르고
열대야는 아침까지도 찜질방처럼 후끈거리는 기온을  저 빗방울이
천천히 식혀 주느라 짖은 안개 장막을 드리우고 있었지.
나는 그때 기분이  
꼭 고향에 와서 고향땅을 밟아보질 못하고  
실향민이 임진각 구경만 하고 가는 아쉬움처럼 말야.  
나는 공항 밖에를 나가 보려고 무지 애를 써 봤지만
헛수고 였었어.        
여자 통역까지 세사람이  달려와서는
비행기 문 앞에 서서  출구를 통제했는데  
나는 배가 고파서 그러니  샌드위치만 사들고 오겠다 했지만  
아예 못들은 척하고 말더라.    
암튼 내 실력을 모두 동원하여 얼르고 또 사정 해 봤지만    
헛 수고 였었어.                    
허기는 그 사람들이나   나나 내가 왜 그렇게 못 나가서
안달인 이유가 석연치  않았을거야.      
왜 그랬을까 ?
나 역시 나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다시해 봤었거든 !


나는 가끔 내가 전생에 저 아마존 인디오였을 거라는
막연한 가정을 하고 살아 왔다우.  
그래서 아마존 강과 열대림,
그리고 그 밀림에서 수 천년을 살아오는 인디오들에 관한
책과 비디오를 수도 없이 봐 왔었는데
암튼 내가 그걸 볼때마다
마치 고향에 온듯이 친밀감을 느끼는 자체가 내자신의
그런 가정을 합리화 시키기도 해요.  
나는 그래서 언젠가 내 전생의 사랑 이야기 비슷한 것을 쓰고 싶어서
준비 작업을 하고 있었어여.  
도서관에 가서 이미 얼굴을 많이 익힌 미국 아주머니 주디에게
아마존과 열대림에 관한 새로운 책이나 기사가 나오면
즉시 내게 전화로 " Matthew  I got one for you ! "하고
연락이 오게끔 되있거든.  

제니 !
그래요.  
언제 또 이렇게 비가 추적추적 오는날.
나는 내가 주연이였든 " 잎이 많은나무 "와 나의 사촌 누이였든
" 춤잘 추는새 " 의 못다이룬 사랑 이야기를 쓰기 시작 하렵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저기 울긋불긋한 앵무새 멕커우 무리의 힘찬 날갯 짓과
소란스럽게 소리를 지르며   강을 건너 날아가고  있었고
나무 위에는  긴팔 원숭이 무리가 포효 하는곳.      
아나콘다가  식곤증으로 둥글담한  똬리를  틀고 있는 모습.    
또  비가 지나간 파아란  하늘에 뜨겁게 불타는 태양과  
흰구름이 두둥실 떠가는 모습이 강물 속에 고대로 들어가 있는
모습이 보이는것 같아요.  

제니 !
나 머지않아 그강에 가 볼꺼야.  
네온 테트라( 아마존 강의 관상어 ) 떼거리를 내 디지털
카메라에 담아 올께.  
그리고 피에 굶주린 피라나 떼가 사정없이
물을 건느는 캐피바라를 (설치 류의 포유동물 ) 공격하는
모습도 말야.  
또 거기 가서   내가 전생에 타고 다녔던 부서진 뱃조각과
내 사촌의 머리카락으로 묶은 화살촉을  꼭 한번  찾아 보고 싶어   !


제니  !
비가 오는 아침에  
나 잠시 춘몽 속을 헤메이며  
당신을 떠나 있었구료.  
나 야단치치 마여 제니 !
그럼 또 쓸께.  
바이  !
사랑하는 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