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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 아침

2006.04.30 21:27

이 상옥 조회 수:384 추천:54



엊저녁 친구들과 어울려 밤늦게 귀가 한후 허겁 지겁 잠자리에 들었다.
타는 갈증을 느껴  물을 마시러 일어나고부터  자는둥 마는둥
결국 조용히 침대를 내려오고 말았다.
아침 7시쯤인데도
해가 중천에 떠 있는듯이 느껴진다.
문득 아직 자고있는  아내를 바라보니
몇번 꼼지락 거리다가 아예 홋이불을 뒤집어 쓰는
걸로봐서 아마 잠 뿌리를 뽑을 심산 같아 보였다.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와
주전자에 커피물을 올려 전기 레인지에 올려놓고
창문에 쉐이드를 올렸다.
밝은 햇빛이 뒷집 창에서 반사한다.
때마침
뒷 잔디밭에 부지런한 라빈 한마리가 뛰여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커피를 큼지막한 먹에 하나가득 부어들고는 뒷뜰이
보이는 창가에 자리하곤 구수한 커피를
한 모금 꿀꺽 삼킨후
창 밖을 다시 내다 보고 있었다.  

파란 하늘에는
하얀 비행운 긴 꼬리를 끌며 서쪽으로 향한 은빛 여객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뒷집 담을 경계로
지난 봄부터 열심히 심어논 꽃들이 정말 아름답게 피여 있었다.
여러 가지 색의 배고니아,  
빨간색과  보라색의 버베나 바구니,
이미 길게 느러져 한껏 멋을 부리는 빨강,보라,흰색 패투니아,
또 여러색의 패랭이꽃,
백일홍과 금송아와 한련화까지
이제 막 핀
가끔 옛 여인 생각난듯 냄새를 맞아보는 분꽃하며   ,,,,,,,,,,,,,
그 사이로 하얀 스타 자스민과  
보라색 맥시칸 불루 벨도 모두 꽃이 활짝 피여 있었다.
나는  그 옛날처럼
로버트 부라운닝의 시를 떠올리며
" 바하 "를 틀었다.
그리고는 패리오 도어를 열고나가 뒷집 담장을 기어오르는  
핑크색 덩굴 장미 막악 핀놈을 한송이 따다가  
샤도네잔에 얼음을 채우고  꽂아 놓는다.


몇해전,
탐 행스가 주연한   " 케스트 어웨이 "란 영화에 보면 고독한
주인공은 윌슨  회사에서 만든 배구공과
인격체처럼 대화를 나누다가 울며 헤여지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무인도에 혼자였었는데      ,,,,,,,
그럼
나는 왜 이리 허전하단 말인가        ?
그 언제쯤부터인지 모르지만  
나도 누구엔가 뭔지를 털어 놓고싶고
남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것이
내 무의식 속에 자리 한것갔다.
내곁에는 사랑하는 아내도 있고
수화기만 들면 아이들과도 통화를 할수있는데           ,,,,,,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깊이 깨닷는 느낌이라던가
아주 쉽게 표현하자면  
인생에 대한 조바심같아 보이기도 하다.
" 이것이 앰티 네스트( Empty Nest )신드럼 일까    ?    
아니 저기 날아가는 비행기안에는 누가타고 있을까    ?  
자식을 만나러가는 부모  ?  
아니면  그리운 그 님을 만나러가는 연인   ?    "
공연히 혼자말을 속삭이고
가슴을 두근거리며 먼 하늘을 바라보다
다시 커피를 꿀꺽 한 모금 마시는
그런 아침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