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협월보 2020년 10월호

2020.10.02 13:56

미주문협 조회 수: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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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인사말>

, 고요하고 부드러운 시월의 아침이여,/ 너의 잎새들은 곱게 단풍 들어 곧 떨어질 듯하구나./ 만일 내일 바람이 세차게분다면/ 너의 잎새는 모두 떨어지고 말겠지/ 까마귀들은 숲에서 울고/ 내일이면 무리 지어 날아가겠지/ , 고요하고 부드러운 시월의 아침이여,/ 제발 오늘 시간은 천천히 지나가려무나. [로버트 프로스트 <시월>]

잔인한 코로나 속에서도 오곡백과가 무르익었다. 모든 계절이 다 그렇겠지만 10월처럼 자기의 역할을 알차게 수행하는 달도 없다. 이런 조건 없는 자연의 풍요로움은 농부의 몫만은 아니다. 자연 스스로의 재생과 부활도 크게 한몫 했다. 형형색색의 10월은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의 근심을 어루만져주고 희망을 안겨준다. 코로나는 인간만 겨냥했을 뿐 이처럼 작은 풀잎에는 아예 접근조차도 하지 못했다.

시인은 이 고요하고 부드러운 10월의 아침에제발 오늘의 시간이 천천히 지나가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니까 시인은 물질과 영원의 연속성, 즉 조화에 따라 조율되는 10월을 보며 우수에 한껏 젖어 있는 상태다. 12개월 중 10월을 가장 뚜렷하게 나타내 주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수확(收穫)과 낙하(落下)이다. 이 시는 만물을 숙성시킨 오곡픙등(五穀豐登)을 노래한 것이 아닌 쇠퇴해져 금방 사라져 버릴 엽락지추(葉落知秋)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테면, 시인은 곧 떨어질 것 같은 잎새를 바라보며 생과 사에 편재에 있는 내면의 소리를 들은 것이다. 말하자면 10월이 제공해 주는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통제할 수 없는 시간의 잔인함을 암암리에 느낀 것이다.

이 시를 쓴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뉴햄프셔의 농장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그 지방의 아름다운 자연을 시에 자주 인용하였다. 그는 변화무쌍한 자연의 흐름 속에서 인생의 상징적인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한 시인이었다. 또한 20세기 미국 최고의 국민 시인으로서 4회에 걸쳐서 풀리쳐 상을 받기도 했다. 그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시 <가지 않는 길>은 세계 많은 사람들이 애송하는 시다. 그런 시를 그는 한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그거 그냥 산책한 거 끄적인 거예요라고 말해서 이 시를 높이 평가한 평론가를 당황시켰다는 건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우리는 대책 없는 장벽을 뚫고 벼랑 끝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외부와의 접촉이 없어지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고요하고 부드러운 시월의 아침을 희망으로 또 맞는다. 세상은 어차피 알 수 없음의 장벽이다. 생로병사에 자유롭지 못한 인간은 비록 나약하지만 우리는 태초의 위대한 유전자로 태어났다. 하여, 여태껏 그래왔듯이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월의 숨결을 공손히 반갑게 맞아드리자.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정국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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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내>

**********미주문학 겨울호 원고 모집************
(2020년 겨울호 원고마감 1030)
<<미주문학 디카시추가 되었습니다. >> 

- 디카시는 반드시 작가 자신이 찍은 사진이어야 합니다.

- 매 호 4~5편 정도 게재하게 됩니다. (원고분량 5행 이내의 시적 문장)

- 매 호마다 선착순을 우선으로 할 것입니다.(1년에 한 분당 한 편씩만)

 앞으로 미주문학에 작품 수록 한정 안내를 드립니다.

평론과 소설은 1년에 2, 수필은 3번으로 한정하겠습니다.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원고 보내실 때, 제목에 반드시 봄/여름/가을/겨울호 원고임을 명시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프로필이 3~5줄 정도로 줄어듭니다. 길면 줄여서 다시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미주문학에 원고를 보내주실 때는 충분히 살펴보시고 마감일에 맞춰 최종 원고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감일을 꼭 지켜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보낼곳 : 김준철 출판편집국장

[junckim@gmail.com/213-265-5224]

작품이 접수되면 김준철 편집국장님께서 반드시 접수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연락이 없을 시에는 접수가 안 된 것입니다.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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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시조 감상>

잠든 배

                            류미야

 

전복된 배 한 척 사장(沙場)에 박혀 있다

급물살 헤치며 늠름하던 이물과

능숙히 물목을 잡던 삿대는 부서지고


부끄럼도 잊은 채 허옇게 드러낸 배

어안(漁眼)이 벙벙한지 눈도 껌뻑 않는다

갑판엔, 저벅거리며 돌아다니는 햇살


바다와 하늘을 번갈아 비춰보며

푸르게 반짝이던 물비늘의 시간도

오늘은 숨을 죽이고

곤한 잠에 들었다


난생처음 닻을 내린 항구는 평화롭다

더 이상 눈물바람의 이별은 없으리라


불 꺼진

물고기 잔등


꽃무지개 한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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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동시 감상 

비 오는 날
             

                  송재진


 교실 감옥에 갇혔다

기다리던 체육시간

공이라도 빠방, 차면

가슴이 뻥, 뚫린 텐데

 

메에롱,

유리창에 매달려

혀 내미는 방울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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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의 회원 수필 감상 >

 

()

                                  정정인

 

지팡이로 매번 허공을 휘젓고야 탕 내려찍은 후 다리를 끌어가는 할머니 때문에 공원 산책로가 막혔다. 밀치고 가면 폭행 오해 다분할 것이고 유동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니 부축 할 수도 없다. 낯선 민족 다른 문화가 내가 내 몸을 조정하며 유동해야 하는데 네가 억지로 끌고 가서 중병 되었다. 그러면 변상 모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민자의 땅에서 오래 살 면 결국 선행능력은 퇴보해가고 친절이 씩 웃으며 들어나는 이빨에서만 영근다.

대열 이탈한 손가락들로 지팡이를 잡고 무너진 관절을 끌어가던 노인이 벤치에 않았다. 세상에.. 노인은 뒤보다 앞이 더 좀비를 방불하게 생겼다. 거의 붙어버린 턱밑과 가슴뼈 사이로 목살이 삐져나와 있고 흑백 이중의 머리카락이 덤불 같아 빗기면 반은 뜯겨나갈 것 같다. 울퉁불퉁한 오른쪽 뺨은 콧마루와 경계가 없고, 반대쪽 면피는 표백에 실패한 모시처럼 얼룩덜룩하다. 눈은 얼굴을 비틀어 어깨에 얹어야 단춧구멍만큼 열리며 빛이 새어나온다.

인생 삶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예외 없는 전쟁터다. 누구라도 반세기쯤 살고 나면 신체의 완벽 무고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저렇게 까지 망가지기는 더 쉽지 않은 일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국인임이 확인되어 친밀을 유도한 끝에 노인의 거처까지 따라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노인이 머그잔에 따끈한 꿀물을 타 주고는 간만에 꼭지 열린 압력솥처럼 증기를 뿜어내기 시작한다. 음택() 보다 조금 큰 노인 아파트에서 혼자 살며 밥 먹을 때만 곰팡이가 씻겨 내려가던 입이 아주 신이 났다. 귀는 수리 불가능 판정을 받고 보청기를 끼었는데 엄청 고급이라서 소곤소곤 해도 잘 들린단다.

그러나 한 시간여 공작에도 노인의 비밀상자 뚜껑은 꼼짝을 안한다. 잔을 들고 일어나 홀짝거리며 방을 들여다보았다. 싱글 침대와 아동용 같은 화장대, 그 옆 벽에 미인대회 진을 능가하는 미녀사진, 침대 옆 탁자에 가득한 사진틀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역사를 여는데 강한 연장은 언어보다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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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이어서

  

이십 중반에 혼자된 미녀는 형제를 키우느라 다방 마담을 했단다. 둘째가 어머니 보호하다 험한 그룹에 끼어 미국으로 데리고 왔으나 언어장벽에 튕겨나가 마약에 빠졌다. 막막한 타국에서 망가져가는 세살 아래 동생과 벌이 부실한 어머니를 부양하던 큰 아들은 24세에 근육에 이상이 생기더니 4년 만에 완전히 주저앉았다.

뼈만 남았어도 업고 있으면 등이 따스허니, 심장도 팔딱팔딱허니, 내 아들 살아 있구나. 씻기고 먹이면서 웃고, 이렇게 같이 살자. 살아 있어만 다오. 했는데 서른하나 생일날 굳은 혀로 뭐라 소리를 내더니 그 밤에 갔어. 지가 갔어.”

일주일 후에는 둘째가 마지막 사진을 찍어다 틀에 끼워놓고 형을 따라 갔다. 타국 바다에 두 아들을 뿌리고 혼자 남은 어머니는 넋 놓고 살다가 어느 날 자의 반, 착란 반, 끓는 물에 얼굴을 박아 버렸다. “숨통은 멀쩡 허고 얼굴만 작살났어.” 남의 말처럼 하는 그 무표정이 살아 있는 미이라로 보였다.

대체 이 사진들을 왜 늘어놓고 사시는데요?” 사람의 지난 아픔을 감당하기 어려운 인간의 선이 성을 내며 소리쳤다. “가족들과 같이 사는데 왜? 남들은 가족하고 안 사남?” “???” 이 할머니의 삶은 삶이 아니라 멈추지 못하는 눈물이다. 두 아들이 청춘에 죽은 것을 자신의 죄로 생각하는 모성의 자학이다. 천수를 다하지 못한 아들들의 생을 대신 사는 처절한 속죄제다.

근 일 년간의 내 노력에도 할머니는 사진들을 집어넣지 못한 채 운명했다. 남들처럼 가족들과 살아보는 여망, 가족들과 그저 평범하게 늙어가는 여망. 젊은 여자와의 사귐에서 치유 아닌 더 부풀은 그 꿈을 안고 가족들과 함께 이승을 떠난 것이다.

생에 속은 분노로 종교도 거부하고 산채로 죽은 형상되어 살아가는 사람이 이 할머니뿐일까. 저 생들 앞에서 나는 요만한 것도 행운이구나. 다행이구나, 자위함도 죄 같았다. 그로부터 27년이 흐른 지금 나는 여전히 신체 무고히 살아있다. 저 노인의 생 위에 얹어보면 터진 복이다. 코로나 일부가 결박 했대도 전염병은 결국 종식되는 것, 저 생에 비하면 이 또한 평범한 일상이라고 스스로 위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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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회원 시 감상> 

싱싱한 언어를 찾아서

                                      송인자 

 

하늘을 우러러 흩어진 일상의 하루를

모아 조각을 다듬어 갑니다

 

나무에 걸린 달을 쓰다듬어

베개 삼아 마음을 다듬어 주고

 

창가에 서성대는 별들을 모아

머리맡에 등불을 달아맨다

 

뭉게구름 쪼개진 사이로 푸른 들판이 한낮의

호수에 떠 있는 돛단배에 내려앉아 마주 보고

 

나을 이해하기 위한 속사정을 순박한 풍속을 받아

귓속 작은 문장이 소통한다

 

서서히 품성 따라 노를 저어

맛도 좋고 질감도 좋은

싱싱한 언어를 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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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내>

겨울호에는 주소록이 들어갑니다.
지난 겨울호를 참고하셔서 업데이트가 필요하신 분은 정국희 회장님께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정국희 회장 elegantcookie@hotmail.com

 

*****************************************************

 

 

이사회비에 관한 안내를 드립니다.

 

2020930일까지 이사회비만 마감됩니다.

일반 회비는 아닙니다.

이사님들은 930일까지 회비를 납부하셔야 내년 회장투표에 대한 선거권이 주어집니다.

이에 대해 이해해주시고 가능한 930일까지 회비를 보내주시고

미주문인협회의 미래를 위한 귀한 투표권을 행사하시는데

혼동 없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정국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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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회비 납부현황>

(Covid-19로 회비 명단 업데이트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일반회비($200):김일홍,코치용희,성유나,이초혜,유순자,서진숙,손용환,

이정길,강창호,김은자,김명선,백해철,이원택,홍순복,유니스박,차덕선,

정엔젤라,김영강,현원영.이재관,주현상,이장정숙,신정순,조옥동,김진국,

성백군,강민경,유승희,조춘,최선호,홍영옥,민원식,나삼진,손예숙,박경신,

이혜규,김희주,강정애,손영환,손명세,이칠성,최미자,최연무,홍영순,유희숙,

박영실,홍인숙

이사회비($350):이성숙,최용완,이창범,정국희,김태영,안서영,박복수,

김형오,이용우,이성렬,연규호,정해정,오연희,정찬열,이경희,김영교,이창윤,

박인애,성민희,서연우,안규복,김수영,강화식,하정아,김인자,전희진,이용언,

손용상,이일영,임지나,장효정,주숙녀,유봉희,이용애,안경라,곽셜리,

신현숙,황숙진,김재동.강신용,이월란,박호서,김하영,김미희,배송이,정어빙,

문인귀,정정인,이선자, 지성심,박계상

웹관리비($50):정국희,안서영,박복수,이용우,이성렬,연규호,정찬열,

오연희,정해정,이창윤,김형오,박인애,김명선,성민희,안규복,하정아,김영강,

전희진,조옥동,손용상,이일영,최선호,유봉희,안경라,신현숙,김희주,최미자,

이월란,김미희,배송희,홍인숙

후원금:김호길(1000)송상옥출판(600)마종기(100)김형오(300),손용완(100),신정순(100),하정아(100),이일영(100),강신용(150),유희숙(100)

구독료: 강창호(50)남소희(50)곽상희(2100)김경호(2100)박복수(200)

미주문학광고:이성숙(100)박인애(100)

 

* 본 협회는 여러분의 회비와 찬조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회비:$200.00/ 이사회비: $350.00

문학서재 개설 비(단회): $50.00/ 문학서재 일 년 웹관리비: $50.00

찬조금: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항상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미주문협은 캘리포니아 주정부 비영리단체로 등록되어 있어 찬조 및 후원금 외에는 따로 영수증을 드리지 못합니다

누락이나 착오가 발견되면 항상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회비납부처: 수표 K.L.S.A 또는 Korean Literature Society of America

주소: 680 Wilshire Place, # 410., Los Angeles, CA 9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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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문학 신인상 작품모집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미주문학에서는 신인상 작품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미주에 거주하고 있는 미등단 시인/수필가/작가로 문학 활동을 원하는 분은 누구나 응모할 수 있습니다

작품은 미발표작이어야 합니다. 수시 접수합니다.

 

*. 시조. 동시: 3

단편 소설: A4용지 10매 내외.

수필: A4용지 2매 내외.

동화: A4용지 5매 내외. 희곡: A4용지 8매 내외.

평론: A4용지 10매 내외.

 

당선작은 미주문학에 게재하며 당선자에게는 소정의 상패를 드립니다

동시에 등단 문인으로 대우를 받게 되며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반드시 이메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보낼 곳: 정국희 회장 [elegantcookie@hotmail.com]

 

**‘미주문학에 게재할 작품집 광고 안내**

회원의 문집을 미주 내와 한국 내 요소에 알릴 수 있는 방법으로 미주문학에 광고 게재를 권해 드립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미주문학은 회원여러분의 창작품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미주문학의 보급을 확장하기 위해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후원이 필요합니다.

 

칼라광고: 한 면 100

뒷표지 300/ 안쪽 앞뒤면 표지 200

 

미주문학 책은 각 서점에 들어갑니다.

미주문학은 대한민국 국회도서관,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외 21개 대학도서관과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 주요 언론사, 그리고 각 문인협회와 출판사, 문학지 등 20여곳에 보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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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한국문인협회

Korean Literature Society of America

주소; 680 WILSHIRE PLACE, #410,

LOS ANGELES, CA. 9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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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처: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정국희 213-458-9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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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보편집을 돕는 분들:

김태영,지희선,전희진,김준철,오연희,안서영,이신우,정정인,하정아,박계상,안규복,이선자

협회의 문의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 업무 : 김태영 사무국장 559-474-2732 taeyoung4802@gmail.com

편집 : 김준철 편집국장 213-265-5224 junckim@gmail.com

웹 관리 : 오연희 웹관리국장 310-938-1621 ohyeonh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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