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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로의 아내
                                                     이 윤홍

      "오늘 새로운 삐들이 온대.“
      “그래? 신삐들인가?”
      “한국에서 바로 온다니까 모두 신삐들이겠지.”
      “으, 일착으로 꽃고 싶어.”
      “꿈 깨라. 장교들이 먹은 다음에 우리 차례야.”
      “몇 명이나 오는데?”
      “뭐, 한 백 명 된다는데.”
      “그럼, 우리 차례가 올 수 있잖아. 장교가 그 많은 삐를 어떻게 다 먹냐?”
      “맞아. 일착으로 달려가면 아다라시를 손에 넣을 수 있어.”
      “땡댕이 칠까?”
      “탈영병으로 죽을래?”
      “으, 조선 계집들 빨리 먹고 싶어.”
      휴식 시간 10분. 
      모리 상병과 후쿠토미 상병이 위안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동료 군인들과 동 떨어져 저 만치 혼자 흙더미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요시로는 아내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기모노를 입고 있는 사진 속의 아내가 요시로를 마주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었다. 요시로는 아내 후미꼬와 결혼 한지 1개월도 되기 전에 이곳 지옥의 전선으로 배치되었다. 매일 아내 후미꼬가 눈에 어른 거렸다. 요시로는 아내 후미꼬를 놓아두고 먼 길을 떠날 때 아내 앞에서 맹세했다.
      “당신이외의 다른 여자는 생각도 안 할 거야. 오직 당신만을 생각할 거야. 꼭 살아 돌아와서 당신과 나를 닮은 아기를 낳을 거야. 천황폐하께서 신민臣民을 보살펴 주신다고 했어. 내 사랑 후미꼬, 당신만을 사랑해.”
      -여보, 보고 싶어 미치겠어. 난 전쟁보다 당신이 좋은데, 왜 좋은 당신 곁을 멀리 떠나와 하기 싫은 전쟁을 해야 되지? 후미꼬, 후미꼬, 사랑해. 당신을 사랑해. 보고 싶어.-
      “야, 요시로 일병, 오늘 작업 종료하면 번개같이 자대로 복귀한다.”
      “무슨 일 있습니까?”
      “x털이 빠지도록 달려가서 삐 숙소에 일착으로 서라.”
      “하이. 무슨 일 있습니까?”
      “오늘 새로운 삐들이 도착한다. 네가 달려가 일착으로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간다. 알겠나?”
      “하이.”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 작업종료 15분전 이야. 요시로,”
      “하이.”
      “지금 부대로 달려간다.”
      “아직 시간이 남았습니다.”
      “야, 너 맞아 죽을래? 15분 먼저 보내준다는데 시간이 남아 있다니, 이거 미친놈 아냐?”
      “아닙니다. 안 미쳤습니다.”
      “요시로, 상관 말이 말 같지 않나? 달려가라면 x털에 불이 붙도록 달려가야지, 어서 일어서지 못해?”
      “하이.”
      “일착으로 줄을 선다, 알았나?”
      “하이.”
      요시로는 x이 빠지게 달렸다. 전 번처럼 또 우물쭈물하다가는 모리의 주먹이 날아올것이 무서웠다. 요시로는 달리면서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모리 상병과 후쿠토미 상병이 삽을 옆으로 던지고 인원을 점검하는 것이 보였다. 도로 공사 6개월 완공 특별 공격조 전원이 이열 횡대로 정렬하고 있었다. 
      1년 전에 시작한 도로 공사는 전혀 진척이 없었다. 
      새로운 도로 공사에 투입된 6개월 완공 특별 공격조들은 인솔 장교가 자리를 뜨기만 하면 삽을 팽개치고 인근 마을로 달려 내려갔다. 그들은 눈이 시뻘게 져서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서 여자를 찾았다. 여자가 보이기만하면 일주일 굶주린 사자가 먹이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무섭게 달려들듯 군인들도 발바닥에 불이 붙도록 x털이 다 빠지도록 달려가, 치마만 둘렀다하면 물불 가리지 않고 여자를 낚아챘다. 한 여자를 여러 명이 노리고 덮치는 바람에 군인들 간에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여자를 사냥할 때는 계급도 소용없었다. 먼저 끌고 가 먼저 덮치는 자가 최고였다.
      1년 전 군인들이 처음으로 마을을 습격 했을 때 마을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수백 명이 넘는 여자들의 고함소리. 비명소리. 울음소리가 마을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마을 촌장과 유지들이 군부대를 찾아와 강력하게 항의를 했지만 작업 나온 군인들의 여자 사냥은 날이 가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었다. 작업 나온 군인들뿐 만이 아니었다. 자대에 머물고 있는 자들도 시간만 나면 쏜살 같이 마을로 내려와 여자들을 강간했다.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것보다 여자들을 향해 거시기를 사정없이 휘두르고 발사하는 바람에 주둔지 인근 마을의 민심을 포기한지는 오래된 터였다. 5,000년 마을 역사 이래 일본군처럼 여자를 밝히는 군대는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일본 군인들을 군인이 아닌 좆으로 보고 있었다.
      “좆이 온다. 숨어라.”
      부대는 골머리를 않고 있었다.
      도로 공사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 그러자 최전선으로의 물자보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일본군은 연합군에게 밀릴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무슨 수를 써야만 했다. 장교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동안 더 큰 문제가 일어나고 있었다.  
      의무실 담당 의사 요시미쭈 이마조또가 부대 총 책임자 히로시 고지마 소령의 방문을 두드렸다.
      “무슨 일인가?”
      “하이. 긴급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가?”
      요시미쭈 이마조또 의사가 보자기를 풀었다. 그러자 시커멓게 썩어문드러진 살덩어리들이 책상 위에 수북히 쌓였다. 냄새가 고약했다.
      히로시 고지마 소령이 손가락으로 코를 잡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빠가야로, 이게 뭔가?”
      “우리 군 좆입니다.”
      히로시 고지마가 얼른 알아듣지 못했다.
      “뭐라구?”
      “우리군 좆입니다.”
      히로시 고지마가 이마조또를 바라보았다.
      “성병, 매독 임질보다 더 무서운 이곳 풍토병에 감염되어 썩어 문드러진, 그대로 쑥 아랫도리가 빠져버린 우리군인들의 좆들입니다. 이대로 놔두었다가는 우리 대일본 제국의 용사들은 이곳 풍토병에 감염되어 총 한 번 쏘아보지 못하고 전멸합니다. 좆이 빠진 군인들이 1,000명이 넘습니다. 그자들은 온 몸에 독이 번져 부대 한 구석에서 끙끙 거리고 있습니다. 무슨 수를 써야 합니다.”
      “우째 이런 일이?”
      “마을 여자들과의 섹스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이곳 여자들은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남자들에게는 섹스를 통하여 무한한 원기를 공급해주지만 강제로 성추행하는 남자들에게는 뿌리를 썩게 만드는 무서운 풍토 균을 몸에 지니고 있습니다. 시급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왜 그걸 진작 말하지 않았나?”
      “1,000명의 좆을 주도면밀하게 조사하고 추적한 결과로 이제 알아냈습니다.”
      “뿌리가 빠진 자들은 다 죽나?”
      “죽지는 않습니다. 세 다리가 두 다리가 됐기 때문에 방아쇠를 당길 힘이 없어진 것 뿐입니다.”
      “빠가야로.”
      히로시 고지마 소령은 그 자리에서 군 부대 비상조치 1호를 발령했다.
      [이곳 원주민 여자들 몸속에는 우리 대 일본 제국의 용감무쌍한 군인들의 뿌리를 잘라먹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눈알이 새빨간 무서운 쥐가 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원주민 여자들을 겁탈하는 자는 30일간 메일 짠 바닷물 속에 3분간 3,000번씩 잠수 시킨다. 장교는 5분간 5,000번 잠수다.]
      “대대장님, 대안으로 다른 여자들을 데려와야 합니다. 안 그러면 폭동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여기는 전쟁터야. 전쟁터에서 여자는 거추장스럽다.”
      “남자들만 있기 때문입니다. 여자가 있어야 남자의 경직된 사지가 풀려서 정조준을 잘 할 수 있습니다. 여자는 승리다. 이런 말 들어 보셨잖습니까.”
      “여자는 승리다. 좋은 말이군. 좋아. 사까모토 소위가 책임지고 여자를 조달한다.”
      “하이.”
      사가모토 소위는 일본 본국으로 긴급무전을 타전했다.
      -총보다 여자를 보내라.-
      일본은 자신의 식민지로 전락한 모든 나라에서 여자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군부대에서 일할  여성들을 모집하여 전선으로 보냈지만 그것으로는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서 싸움질을 하고 있는 모든 일본 군인들에게 여자를 보급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자 일본은 교언영색. 노상납치. 등등으로 여자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특히 조선 땅에서 일본은 교활하고 비열한 방법을 총 동원하여 순진무구한 어린 조선여자들을 무수히 끌어 모았다. 일본에 속은 것은 안 조선의 어린 여자아이들이 부모 곁으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말 할 때마다 일본은 수 백 명이 보는 앞에서 닛뽄도로 여자 아이의 목을 후려쳤고 배를 갈랐다. 일본이 마구 다 끌어 모은 여자들을 헤아려보니 약 200,000명이 되었다. 일본은 그 많은 여자들을 일본군이 배치되어 있는 모든 전선으로 내보냈다. 요시로 일병이 주둔하고 있는 이곳처럼 원주민 여자들의 몸속에 요상한 기운이 숨겨져 있는 나라를 제외하고는 현지 조달도 허락을 해 주었다.
      얼마나 많은 여인들이 비통 속에 끌려가고 비통 속에 죽어 갔는가.
      인간이 에덴동산을 나와 어려운 환경에서나마 신의 자비로 남자와 여자가 짝을 이루어 종족이 번성해 가던 이래 헤롯이 동방박사들에게 속을 것을 알고 베들레햄과 그 모든 지경 안에 있는 아무 죄 없는 두 살부터 그 아래로 다 죽일 때 여인들의 통곡 소리가 하늘을 흔들더니, 오늘, 일본이, 신이 창조한 아담의 배필을 자기네 군대의 섹스노예로 모조리 다 끌고 가니, 가슴속에 간직한 아담은 만나지도 못하고 일본군의 섹스노예로 끌려가야만 하는 기구한 운명을 한탄하는 여인들의 통곡소리가 다시 한 번 하늘을 흔들었다. 신의 가슴을 후려쳤다.
      전쟁은 평화다.
      평화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승리만 있을 뿐이다.
      일본이 외치는 소리가 전선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요시로는 비지땀을 흘리며 달렸다.
      요시로는 모리 상병과 후쿠토미 상병이 주고받은 말을 기억 냈다.
      “조선 여자들이 최고야. 조선 여자들은 정조 관념이 세계 어느 나라 여자들 보다 강해. 한 지아비만 생각하고 섬기기 때문에 다른 피가 섞일 수가 없어. 조선이 한 민족으로 이루어진 것도 그 까닭이라니까. 그러니까 내말은 조선 여자들 하고 하면 성병 따위는 걱정 안 해도 된단 말이야, 알겠나. 조선 여자가 많이 조달 됐긴 했지만 더 많이 필요해. 으흐흐흐.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그래도 한 1,000명은 오지 않았어?”
      “여기 전선에 나가 있는 우리 모두를 다 상대하려면 적어도 10,000명은 더 와야해.”
      “10,000명?”
      “모리, 그래야 한 삐가 우리 5명 정도 상대하지.”
      “으, 그러면 좋지. 밤새 놀아도 되겠어.”
      요시로도 이 번에는 어떤 여자들이 왔는지 궁금했다. 요시로가 여자들 막사 있는 곳으로 달려갔을 때 요시로는 깜작 놀라 달리던 걸음을 늦추었다. 벌써 여자 막사들 앞에는 수백 명의 군인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서 있었다.
      군부대 정보 장교 큐이치 콘도 중위가 보였다. 요시로는 천천히 그 앞으로 다가갔다. 요시로가 거수경례를 올리고 물었다.
      “콘도 중위님, 무슨 일입니까?”
      “오늘부터 부대별로 배정했다. 오늘은 A부대다. 배정된 날에 해당되는 부대는 다른 부대보다 먼저 복귀하여 이곳으로 온다.”
      “싸움은요?”
      “빠가야로.”
      콘도중위가 요시로의 뺨을 후려쳤다. 요시로가 비틀 거렸다. 요시로는 뺨을 어루만지면서 군인들과 여자들이 들어 가 있는 막사를 바라보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한 여자가 이 많은 군인들을 상대한단 말인가? 제아무리 남자를 밝히는 색녀라고 해도 이건 무리다.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여자가 죽고 말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줄을 서 있다니, 색에 걸신이 들어도 단단히 들은 모양이구나.-
      요시로는 줄 서는 것을 포기하고 일렬로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동료 군인들을 지나 여자들 막사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여자들 막사 방문 앞에는 담요가 하나씩 걸려 있었다. 요시로는 막사 맨 끝에 가서 섰다. 요시로는 여자들 막사 앞 운동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군인들을 바라보며 아내 후미꼬를 생각했다.
      -허니. 아이러브유. 당신만을 사랑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미치겠어. 당신 얼굴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죽어도 소원이 없겠어.-
      -전쟁. 왜 전쟁을 하는 걸까? 왜 나는 후미꼬를 떠나 여기에 와 있는 것일까? 여기 이 땅을 다 차지하면 우리 일본이 부자나라가 되는 것일까? 더 행복한 나라가 될까? 나와 후미꼬가 지금 보다 더 행복하게 더 오래 살까? 아, 후미꼬, 당신이 보고 싶어.-
      그 때, 막사 맨 끝의 문 앞에 처진 담요가 살짝 들춰지면서 여자가 얼굴을 내밀고는 밖을 살폈다. 그녀가 담요를 놓고 고개를 안으로 집어넣으려다가 막사 끝 모퉁이에 서 있는 요시로와 얼굴이 마주쳤다. 여자가 요시로를 바라보더니 쏙- 얼굴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요시로는, 여자와 얼굴이 마주치는 순간, 이루 말할 수 없는 커다란 충격을 받고 혼이 빠져나간 사람이 되었다. 요시로는 여자가 있는 문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요시로는 숨이 막혀 왔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요시로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후미꼬가 활짝 웃고 있었다. 
      -이럴 수가!!, 아냐. 이럴 수가!!, 아냐,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요시로는 눈을 감고 머리를 흔들었다.
      -후미꼬, 후미꼬,-
      요시로가 눈을 뜨자 막사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맨 앞에 선 군인이 요시로를 보더니 뒤로 가라는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계단으로 올라섰다. 그 순간 요시로가 군인을 앞지르며 후다닥 계단을 올라 가 문 앞을 가로막고 섰다.
      손에 콘돔을 든 군인이 요시로를 바라보았다.
      “비켜.”
      “안돼.”
      “야, 임마. 뒤로 가서 서.”
      “안돼.”
      길게 늘어선 군인들이 소리를 질렀다.
      “야, 뭐야, 빨리하고 나와.”
      “빠가야로.”
      손에 콘돔을 든 군인이 요시로를 주먹으로 후려 쳤다. 요시로는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개쌔끼. 초장부터 초를 치네.”
      정보장교 큐이치 콘도 중와와 함께 온 헌병 두 명이 요시로를 잡아 일으켰다.
      “요시로, 무슨 짓인가?”
      “콘도 중위님, 안됩니다.”
      “뭐가 안 돼?”
      “후미꼬,”
      “후미꼬?”
      “제 아내입니다.”
      “자네 아내 후미꼬가 뭐?”
      “저 안에 있습니다.”
      정보장교 큐이치 콘도 중위와 헌병 둘이 서로 바라보았다.
      “요시로.”
      “내가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저 안에 있는 여자들은 모두 조선 삐다. 알겠나? 모두 조선 삐란 말이다. 이곳에 일본 삐는 하나도 없다.”
      “아닙니다, 중위님. 제 아내 후미꼬가 저 안에 있습니다. 어서 안에 있는 군인을 나가라고 하십시오.”
      “요시로, 미쳤구나.”
      “하나도 안 미쳤습니다. 저 안에 있는 여자는 분명 제 아내 후미꼬입니다. 어서 나오라고 하십시오. 나와서 이야기하면 중위님도 이해하실 겁니다.”
      “정말인가?”
      “네, 중위님. 정말입니다.”
      요시로의 말이 진가민가한 콘도중위가 길게 늘어선 줄과 두 헌병을 바라보더니 눈짓을 보냈다. 두 헌병이 계단을 올라가 문으로 달린 담요를 들쳤다. 먼 저 안에 들어간 군인은 옷을 다 벗어 던지고 막 손에든 콘돔을 거시기에 씌우려는 참이었다. 두 헌병이 뭐라고 하자 군인이 투덜거리며 막사를 나왔다. 다른 막사에는 군인들이 줄줄이 들어가고 있는데 이곳 한곳만 올 스톱되자 길게 줄을 선 군인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정보장교 큐이치 콘도 중위가 담요를 들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정보장교 큐이치 콘도 중위가 막사에서 나와 요시로 앞으로 다가 오더니 구둣발로 사정없이 요시로를 걷어찼다.
      “빠가야로”
      큐이치 콘도 중위가 손짓을 했다. 거시기에 씌우려다가 다시 빼서 손에 들고 있던 군인이 축 늘어진 볼 쌍 사나운 콘돔을 들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면서 투덜거렸다.
      “씨팔. 먼저 x하기 힘드네.”
      요시로는 정보장교 우롱죄로 감방에 갇혔다.
      요시로는 감방 침대에 누워 후미꼬를 생각했다.
      “후미꼬가 여기 와있어. 후미꼬를 만나야해.”
      요시로의 눈에서 닭똥만한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 내렸다.
      “내 아내 후미꼬. 내 사랑 후미꼬가 지금 저 안에서 무자비한 인간들에게 능욕을 당하고 있어.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없어. 나를 지켜 준다고 했잖아. 나의 가족을 지켜 준다고 했잖아. 대 일본제국, 천황폐하께 충성하면 내 생명을, 내 아내 후미꼬의 생명을, 정조를, 영원토록, 만세무궁토록 지켜주고 보호해준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나의 아내, 내가 사랑하는 나의 후미꼬를 내 눈앞에서 처참하게 능욕하는거야.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내 사랑 후미꼬를 돌려줘. 그녀는 내 생명이야. 나의 존재이유라구. 내가 일병이라서 그런거야? 내가 시골 출신이라서 그런거야? 내가 공부도 못한 인간이라서 그런거야? 내가 어리벙하다고 그런 거야? 내가 돈이 없는 가나뱅이라고 그러는 거야? 내가 어디에서 태여났건 내가 어디에서 자라났건 내가 어디에서 살고 있건 그런 것들이 너와 나를 차별하는 인간의 조건이 될 수은 없어. 내 사랑 후미꼬를 돌려줘. 네가 네 가족을 사랑한다면 나도 내 후미꼬를 사랑해. 내 후미꼬를 돌려줘. 후미꼬, 후미꼬.”
      “요시로, 한 번만 더 이상한 짓을 하면 더 혹독한 벌을 내리겠다. 조심하겠나?”
      “하이.”
      다음 날 요시로는 감방에서 나와 소속 부대로 돌아갔다. 
      요시로는 하루의 작업이 끝날 때마다 후미꼬가 있는 막사 앞으로 달려가서 안으로 들어가려는 군인들을 막았다. 그럴 때마다 요시로는 주먹으로 얻어맞았고 발길질을 당했다. 동료 군인들이 요시로를 잡아 줄 맨 끝에 세워 놓았다. 그리고는 요시로의 손에다가 콘돔을 쥐어 주었다. 요시로는 후미꼬의 방안으로 들어가는 동료 군인들을 따라 걸었으나 늘 허탕을 쳤다. 요시로의 차례가 가까워지면 마감을 알리는 북소리가 둥-둥-울렸다. 사병들 순서는 다 끝나고 이제는 장교들 차례였다. 장교들은 조선삐를 밤새도록 데리고 놀았다. 요시로의 손에 들린 콘돔이 하나 둘 늘어 갔다. 시간이 지나 각자의 막사로 돌아갈 때면 요시로는 후미꼬 막사를 바라보며 그녀가 밖으로 나와 주기를 바랬지만 그녀는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 거렸다. 요시로는 후미꼬의 막사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꼭 만나고 말테다. 후미꼬, 기다려. 당신을 그곳에서 나오게 할 거야.-
      요시로의 소문이 군부대 전체에 퍼지자 군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후미꼬의 막사 앞으로 몰려들었다. 다른 여자들 막사 앞에 100명이 줄을 선다면 후미꼬의 막사 앞에는 1,000명이 몰려들었다. 요시로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도로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도로공사 6개월 완성 특별 공격조는 도로 건설 현장에 텐트를 치고 2주 이상 작업에만 매달렸다. 그 대가로 귀대하는 즉시 제일 먼저 조선 삐 막사로 들어 갈 수 있는 특명을 받았다.  
      “자, 오늘 일만 끝나면 모두 복귀한다. 그런데, 요시로가 안 보이는데?”
      “어디 간 거지?”
      모리 상병과 후쿠토미 상병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요시로를 찾고 있을 때 요시로는 몰래 작업장을 빠져 나와 부대로 들어갔다. 요시로는 사방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후미꼬가 있는 막사를 향해 걸어갔다. 요시로는 후미꼬의 방이 보이자 더 조심스럽게 좌우를 살펴면서 후미꼬의 방으로 접근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요시로는 한 걸음에 계단을 올라가 방안과 밖을 가로막고 있는 담요를 두드리며 작은 목소리로 후미꼬를 불렀다.
      “후미꼬. 내가 왔어. 요시로가 왔어. 당신을 만나러 왔어. 너무 늦어서 미안해. 후미꼬. 내가 들어갈게. 들어가도 되지? 당신 남편 요시로야.”
      요시로는 담요를 들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 것도 없었다.
      바닥에 담요 한 장이 깔려 있을 뿐이었다. 요시로는 멍하니 서서 손바닥 보다 더 작은 빈 방을 바라보았다. 요시로는 정신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무슨 일이지? 후미꼬, 어디 있는 거야?-
      방안 한쪽 벽 위에 있는 작은 창문으로 저녁 햇살이 뻗혀 들어와 맞은편 벽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빛 속에서 먼지들이 떠돌았다.
      밖에서 발자국소리가 들렸다.
      정보장교 큐이치 콘도 중위가 담요를 들치고 요시로를 바라보았다. 콘도 중위 옆에 헌병이 서 있었다.
      “콘도 중위님, 내 아내 후미꼬는 어디 있습니까?“
      “죽었다.”
      요시로가 콘도 중위를 바라보았다.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요시로, 근무지 이탈 죄로 체포한다.”
      “콘도 중위님, 조금만 혼자 있게 해 주십시오.”
      콘도 중위가 요시로를 바라보더니 담요를 내리고 밖으로 나갔다. 
      요시로는 빛 속을 떠도는 저것들이 후미꼬의 혼魂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미꼬, 난 당신 남편이야. 부끄러워 할 필요 없어. 숨을 필요 없어. 당신이 부끄럽게 느끼도록 만든 것은 나야, 바로 나라구. 내 잘못이야. 나를 용서해줘. 후미꼬, 후미꼬.-
      요시로는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울었다.
      마침내 도로가 완성되었다.
      요시로의 대대는 지옥의 전선 가운데서도 가장 전투가 치열한 최전선으로 배치를 받았다. 자신들이 완공한 도로를 따라 죽음의 계곡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상대편 연합군들의 공세가 심해지고 있었다. 모든 전선에서 일본군이 밀리고 있었다.
      총알 한 방 날아오지 않았던 일본 본토에도 총알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연합군 비행기들이 수시로 일본 상공을 지나가며 폭격했다. 요시로 대대의 전 군인이 그들을 태우고 전선으로 달려갈 트럭에 하나 둘 올라타고 있던 그 때에 연합군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일본 본토 한 곳에 어마어마한 폭탄을 투하했다. 한 순간에 수도 없이 많은 후미꼬들이 지상에서 영원으로 사라졌다.    
      “패배란 없다. 우리가 승리할 때 평화가 있다. 여기가 바로 우리들의 집이다. 집을 사수해야한다.”
      -그래 맞아, 여기가 바로 우리들의 집이야. 돌아갈 길은 없어. 고향? 여기가 바로 우리들의 고향이 되겠지. 후미꼬. 당신을 바로 앞에 두고 나는 전선으로 떠나야해. 여기 올 때부터 나는 알고 있었어. 여기가 바로 나의 집이라는 것을. 여기가 바로 나의 무덤이라는 것을. 그래서 내가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당신이 이곳으로 온 것이지? 고마워. 나는 곧 돌아 올 거야. 몰래 모아둔 콘돔이 벌써 51개야. 사실 당신하고는 콘돔이 필요 없는데. 그래 맞아, 다 찢어버려야지.“
      요시로는 콘돔을 꺼내 다 찢어버렸다. 갈기갈기 찢어진 콘돔들이 도로 한 쪽 들판에 서 있는 나무 가지에 줄줄이 걸렸다. 갑자기, 죽은 나무가 죽지 않는 콘돔 꽃을 피웠다. 
      -당신 사진 아직도 잘 간직하고 있어. 돌아오면 같이 사진 찍자, 후미꼬, 사랑해.-
      전선으로 이동할 트럭에 올라타는 군인들은 모두 말이 없었다. 그들 손에 들려 있는  총에는 총알이 없었다. 본국에서 총알 대신에 콘돔을 사서 보냈기 때문이었다.
      -후미꼬, 전선으로 떠나. 우리가 만든 이 새 길을 따라 무사히 전선에 도착할 거야. 전선에 도착하면 편지를 쓸게. 가는 도중 적기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뿐이야. 만일 이 트럭이 출발하는 순간 폭격을 받는다면 지금 이 트럭에 함께 앉아 있는 우리 모두 이 자리에서 해골이 되어 버릴거야. 그동안 무수히 토해 낸 우리 일본군의 정자들 모두 헛것이 되어 사라질 거야. 꽃 하나 피우지 못하고 모두 허무하게 사라질 거야. 그래도 나는 돌아 갈 거야. 후미꼬, 기다려. 당신에게로 돌아 갈거야. -
      군인들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일제히 시동을 걸었다. 최전선으로의 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온 힘을 다해 삐들을 올라타듯 온 힘을 다해 사정하듯 옥쇄의 각오로 일전에 임하라.”
      히로시 고지마 소령의 고함이 끝나자 트럭 맨 앞에 서 있던 군인이 욱일승천 기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바로 코 앞 산등선에서 미군의 함상 전투기 헬켓Hellcat 두 대가 불쑥 떠올랐다.
      요시로는 집을 향해 손을 흔들며 고향 시골길 언덕을 달려 올라갔다.
      “후미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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