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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꿈

2008.07.07 20:10

박영호 조회 수:994 추천:45

  

     어지러운 꿈
    
     1  
    또 아슬아슬한 꿈이다.
    언덕 길가에 세워둔 내 차가
    제 홀로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차가 양켠으로 즐비하게 주차해 있는
    굽어진 언덕길로 굴러 내려간다
    오 하느님, 운전자도 없이…
    저 많은 차들 사이를...
    나는 두 눈을 감아 버리고
    잠시 아득해진 의식 속에 있다가
    잠을 깬다  
    휴우-

    2
    또 어지러운 꿈이다.
    내가 이제 막 결혼을 했단다.
    살빛이 새까만 젖먹이가 내 앞을 기어가고
    곁에서 얼굴이 새까만 여인이
    흰 이를 드러내고
    나를 보고 정답게 웃고 있다
    내 앞을 기어가는 애가 내 아이고
    그녀가 내가 결혼한 내 아내란다.
    아니 !
    나는 말할 수 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잠시 뒤 잠을 깬다.
    그 때 느끼던 안도감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

  
    3
    꿈 속에서는 내 나이가
    아직 서른도 안됐다.  
    그래도 꿈속에서는 나이 타령이다
    내 나이가 서른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단다
    두 해를 더 다녀야 졸업을 한단다.
    나는 눈 앞이 아득해지고
    마음이 천근 만근 중압감에 짓눌린다.
    아니 이를 어쩌지….
    그러다가 잠이 깨인다.

    *  초등 교사를 하며 주간대학을 다녔던 힘든 기억이
       지금도 꿈속에서 나를 괴롭힌다.

    4
    프리웨이를 달리던 내 차가
    갑자기 공중으로 뛰쳐 올랐다가
    꺼꾸로 곤두박질을 친다.
    순간 나는
    아! 내가 죽는구나!
    아, 사람이 이렇게 죽는구나!
    그러나 차가 떨어지는 기색이 없다
    아, 꿈이로구나!
    하면서 잠을 깬다.

    5
    내가 살인을 했단다.
    곁에 현장을 목격한 증인이 있으니
    달리 변명하거나 빠져 나갈 수도 없단다.
    내가 평생 들어가 있을 감옥 안이 떠오르고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는 다시 끝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 내린다.

    6
    고국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 여행길이다  
    간이 정류장에서 잠시 하차했다 돌아와 보니
    버스가 떠나 버리고 없다.
    아아 내 짐가방!
    바로 뒤 따라가는 차도 없고,
    가까이는 택시도 없다.
    어찌할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구르다가
    잠을 깬다. 휴우-
    이렇게 버스를 놓치는 꿈을
    평생 수도 없이 꾸고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