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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한인 소설연구 (5-2)

2006.02.27 06:07

박영호 조회 수:492 추천:77


미주한인 소설 (5)에서 계속


미치광이 숙부는 더러는 붓과 먹을 들고 숲이나 호젓한 골짜기로 갔다. 거기서 그는 푸른 떡갈나무 잎사귀에 글을 썼다. 그것이 정리가 되면 그는 전편을 당지에 옮겨 쓰고 표지를 붙여 서재에 두었다.  그가 잎사귀에 쓴 초고는 흔히 이마일 아래쪽 냇가에서 발견되곤 했다. 어느 무식한 아낙네가 이를 주워 땔감으로 쓰려다가, 갑자기 자기 남편에게 달려가서 이렇게 소리 쳤다.
“여보, 여보! 떡갈나무가 글씨를 쓸 줄 아는군요!”
그러면 그의 남편은 송둔지의 이름난 미치광이 시인의 글을 알아채고, 그 잎사귀들을 가재 속에 소중하게 보관하곤 했다.
그의 숙부는 여러 마을의 시관(試官)으로 활동하고 이었기 때문에 청파는 그를 따라 시재시험 등 많은 행사에 참여할 수가 있었고 그 스스로도 시 짓는 일에 몰두하곤 했었다.
청파는 일찍이 부형과 닧살 이라는 두 가견을 기르면서 그들의 영혼과도 조우하며 살았다. 가견의 가출과 슬픈 죽음을 통한 그의 경험은 인생도 그처럼 슬프고 덧없을 수 있다는 사실을 터득하게 한다. 그는 개만이 아닌 모든 동물을 사랑했으며, 특히 그의 집에서 기르는 소와는 늘 상 대화를 즐긴다. 모든 동물이 다 그의 친구였던 것이다.

“Cow, you will some day be grateful to me, for I am going to be prime minister of the country. Look at me, know who I am. Follow me!”
“소야, 나는 장차 나라의 재상이 될 테니까. 너는 언젠가 나에게 머리를 숙일 것이다. 나를 봐라, 내가 누구인지 알겠지. 나를 따라 와!”

하고 소를 그의 친구로 여기며 살았다.  또한 동물만이 아니고, 한 포기의 풀이나 나무 꽃 그리고 모든 자연의 생물을 그대로 아름답다고 여기고 사랑했다. 특히 그의 조모나 숙부 시인으로부터 들은 많은 우화들을 통해서 그는 이러한 생물들과도 어울릴 수가 있었고, 그들을 통해서 많은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숙부는 그러한 자연을 우리가 사는 집이라고 하면서 “어찌 우리 스스로 즐기지 않으랴! 하고 탄성을 지르곤 했던 것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그 속에서 오랫동안 하나의 긴 꿈으로 전해 내려오는 일찍이 슬프고 덧없이 죽어갔던 많은 유령들에게 마을에서 제사를 지낸다. 청파는 그러한 마을의 계절적 행사나 풍습을 통해서 그는 살아있는 것을 사랑하고 대화를 나누지만, 죽은 영혼들과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그들 까지도 사랑할 수 있었던 갓이다.
또한 죽음에 대비하여 집에 돌아와 임종하게 된 조부와, 서울의 벼슬자리에서 돌아와 환갑 잔치를 여는 유학자 박사 당숙을 통해서, 그들이 병들고 늙어가는 것을 보게 되고 인생의 영욕과 함께 무상함을 보게 된다. 결국 그는 어린 나이에 인생의 쇠퇴기 까지도 드려다 보게 본다.
박사 당숙의 등장은 청파에게 많은 정신적인 영향과 함께 그에게 새로운 세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는 대단한 부자이고 서울에서 큰 벼슬을 하다가 나이가 들어 이제 귀향을 하게 된 것이다,
청파는 그로부터 많은 새로운 지식과 함께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게 되고, 그를 따라 시제나 기생 유람 여행 등 새로운 세계를 많이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새로운 것은 세상 돌아가는 정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자연 깊숙이 돌아온 당숙은 지금까지의 인생이 일장춘몽이라고 생각하고, 미치광이 숙부가 송둔지의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도 자연의 정취에 흠뻑 젖는다. 그러나 그에게는 밤늦게 까지도 풀리지 않는 새로운 의문과 근심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바로 이것이 몰락해가는 낙원과 조국의 운명에 대한 고민인 것이다.

“Did a ghost really nip my heart last night?” For what could over come this peace as of things eternal, preserved by the lowing ki,ne, the song of men in the field.  But the river, still swollen, sullen, spleen colored, and gutted with spoils, would not let him forget. Thus new strength of Japan, was it not drawn  
from the West?  And as he strolled through the village, he strolled too restlessly. Should a scholar of Confucius bow then to the learning of the West?
‘어제 밤엔 어떤 귀신이 내 마음을 그렇게도 괴롭힌 것일까? 들판의 소 울음소리, 사내들의 노래 소리로 보존된, 영원한 실재의 것인 듯한 이 평화로움을 그 무엇이 제압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아직도 붙어있는, 음산한. 보기 흉한 노획물의 강물은 그를 다시 생각에 잠기게 했다. 일본의 이 새로운 힘은 서양에서 끌어온 것이 아닌가?  유학의 학자가 서양의 학문에 굽혀야 한단 말이냐?’

이렇게 당숙 박사는 망국의 유령에 시달리고 있었다.

“Chung-Pa!” he would call, “Chung-Pa!” And I would run to light my uncle’s pipe. Presently I would confide: “I want to go to Seoul one day and get this country straightened up. I will drive out all those Japan.”
“Cultivate yourself in your body and mind, first, according to the wisdom of Confucius, Next administer a family well, and only after that is accomplished,  seek  to administer the nation.”
“청파야!” 하고 그는 나를 불렀다. “청파야!” 그러면 나는 당숙의 담뱃대에 불을 붙이러 뛰어가곤 했다. 그리고 나는 곧 이렇게 말하곤 했다.”저는 언제간 서울에 가서 이 나라를 바로 잡고 싶어요 .저는 일본인들을 모조리 쫓아버릴 거예요.”
“공자의 지혜에 따라, 첫째 몸과 마음을 닦아야 한다.”둘째로’ 가정을 잘 운영해야 한다. 그 다음에라야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청파의 불타 오르는 나라에 대한 구국의 꿈과 배일 정신을 엿볼 수가 있다.
그러나 당숙 박사는 서서히 몰락해가는 국가의 운명에 대한 걱정과, 노도와 같이 빌려오는 거대한 서양문명에 대한 불안을 느끼지만, 그가 지금까지 믿어온 동양의 유학 정신에만 젖어있을 뿐, 구국에 대한 굳은 의지가 불타 오르는 청파에게 아무런 용기도 주지 못한다.
이처럼 박사 당숙이 적극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수신제가라는 유학자의 자세만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 시대의 무능하고 한심한 옛 지식인들의 자세를 볼 수가 있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서양의 세력에 동양의 사상이나 유교 정신은 달빛처럼 아무런 힘이 되지 못했던 점을 엿볼 수가 있다. 당숙 박사는 여전히 동양의 전통적인 구습의 늪에만 깊이 빠져 있을 뿐이었다.

5) 낙원의 종말과 신학문에 대한 꿈
서당과 서원에서 유교적 고전만을 배우던 청파가 부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9살 때 당숙의 도움으로 읍내에 새로 세워진 신식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이로 인해서 한 청파는 서양식 학교에서 새로운 서양학문을 배우기 시작한다. 새로운 서구 학문을 접하기 시작한 청파는 차츰 이제까지 시골에서 그가 배워오던 지식에서 모순을 발견하게 되고, 그를 가르치던 서당 선생님의 가르침이 별로 보잘것없었던 것으로 느껴지게 된다.
청파가 일본말에 차츰 익숙해지고 일본인들과도 사귀게 되어 그들의 도움을 받게 된 그를 두고, 화를 이기지 못한 그의 부친은 일본인 상점으로 쫓아가, 주인에게 화를 내게 되고 분노에 차서 부들부들 떨었다.
그의 부친은 서서히 밀려오는 외부의 힘으로 이 나라가 다시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로 불리어지지 않고, 예처럼 조용했던 낙원은 이제 이 지상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역시 그의 아버지는 전통적인 유교 사상에 굳게 매어 있고, 그래서 그는 새로운 세계를 향해서 자꾸만 다가가는 청파의 길을 그릇된 것으로 여기고 이를 크게 못마땅하게 여긴다. 따라서 이 때부터 청파와 그의 부친 사이에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시작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부친에게 이끌려 고향에 돌아와서 다시 서당에서 공부를 하게 되지만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드디어 몰락의 날이 온 것이다 나라가 일본에 합방이 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
‘이제 나는 한국의 박사나 정승이 될 수 없구나.’
하고 청파는 울음을 터뜨린다. 처음으로 그의 꿈이 좌절되는 순간이다. 그의 개인적인 꿈의 좌절은 국가적인 꿈이 무너짐으로 해서 함께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의 개인으로써는 어쩔 수가 없는 역사적인 소용돌이 인 것이다.

“My poor poor children!” “Now all are going to die in the  ruined starvation. The time of the unending famine has come down upon us. Who knows when we may be happy again?”
And with tears running over his face, and  mingling with his bread, he put up the Korean flag over our gateway and bowed down to it.
“이 불쌍한 자식들!”. “이제 모두 굶어 죽게 되었구나. 기나긴 기아의 시대가 닥쳤다. 언제 다시 우리가 행복해질는지 누가 알겠느냐?””
얼굴과 수염이 모두 눈물에 젖은 채 그는 태극기를 대문 앞에 걸고 절을 하였다.’
.
위와 같은 그의 부친 돌출 행동으로 들이닥친 왜경에 의해 부친과 조모가 구타를 당하고, 조모가 병원으로 실려가는 수모를 겪는다. 청파의 가문이 국가의 비운으로 해서 서서히 몰락의 길로 치달아 가기 시작한 것이다.

…, Was Korea ended then? Pristine country, contemporary of Homeric time and of the Golden Ages-far, far removed from the sprit of the roman Empire and all later modernity until this day….I cried and cried myself to sleep.
‘..... 그렇다면 한국은 멸망하고 만 것인가? 호메로스 시대 같고 황금시대(요, 순 시대) 같은 소박한 나라, 로마제국 정신과는 크게 다르고, 오늘날까지도 근대화가 무척 늦어진 소박한 나라…… 나는 울다가 그냥 잠이 들었다. ‘

7)서방의 별을 향한 천리길 (2부)  
서방의 물결이 급속하게 밀려들고 있었다. 청파의 가정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회적으로도 불안한 심정을 어쩌지 못하는 숙부 시인은 읍내 선교사들이 있는 큰 방(교회)을 찾아가 마음에 안정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를 게기로 해서 일인들에게 붙잡혀가 읍내 감옥에 갇히게 되고, 끝내는 7년 형을 언도 받아 서울로 이송된다. (이른바 1911년에 있었던 105인 투옥사건에 연루되었던 것이다. 이로 보아 그의 시인 숙부는 크게 알려진 문학자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일순간에 한 가문이 몰락의 길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일을 시작으로 그의 가문은 몰락의 길로 치닫게 된다. 이로 인해 그의 부친은 더욱 더 일본인들을 미워하게 되고, 일본식 신학문을 배우려는 한 청파와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간다.

“Oh, Korea! Korea! Unhappy Korea! What can be done?” And they would wipe the tears from their eyes and there beards.
My father became even poor, but was as proud as ever.’
“아, 한국! 한국! 불행한 한국이여!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그라고 그들은 눈과 수염에 젖은 눈물을 닦았다.
나의 부친은 더욱 가난해 졌지만 자존심만은 여전 했다. ‘

그의 부친은 청파가 일본어 교과서를 보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그는 그것들을 칼질하여 내다 버렸다. 그리고 ‘절대로 그것들이 내 눈에 띄지 않게 해라.’ 하고 말하자 청파는 그 책들을 깊이 숨겨두게 되었다
이러한 극렬한 부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파는 새로운 학문에 대한 관심을 저버리지 못한다. 이때 그 앞에 나타난 사람이 바로 새로운 시대의 한 열정적인 청년 지도자 박수산(朴守山)이다. 그는 애국자인 연설가로 청년운동의 지도자였다. 한 청파는 그로부터 감화를 받고 의 운명을 바꿔놓고야 만다,
우리는 서양의 모든 학문을 배워야 한다는 그는 비밀스런 강의는 청파를 크게 매혹시켰다. 한국은 지금 재생하기 시작했다 라고 말할 때는 그가 마치 예언자와 같았다. 무엇보다도 그는 한 수산으로부터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지도자가 되기 위한 꿈에 휩싸인다.

“They are just waiting for leaders.” He said solemnly, “They are waiting for leaders, leaders with Western  education,  Western Ideals of progress.”  
These were words I had long been hungering for. I tob was fascinated by the knowledge of the West.
“그들은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엄숙하게 말하였다. “그들은 서구적인 교육, 서구적인 진보적 사상을 가진 지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말이야말로 내가 오랫동안 듣고 싶어하던 말이었다. 나는 서양의 학문에 매료되어 있었다.

개화의 선봉에 있던 한 수산의 수제자가 된 한 청파는 개화를 상징하기 위해 일부러 머리를 잘라내고 서양모자를 쓰고 집에 돌아간다. 이를 본 그의 부친은 크게 화가 나서 그를 때린다.

“Monk’s head ! Monk’s head !” he shouted, running toward me. It was as if I had joined the army of Japan. ”how do you take off the hair!”  Then as I hid in my grandmother’s skirt.” Let him out! Let him out! That Japanese widow!”
“중대가리로구나! 중대가리야!” 하고 그는 내게 덤벼들면서 소리쳤다. 내가 일본군대에라도 입대라도 한 것 같았다. “어째서 함부로 머리카락을 잘랐느냐!”이 때 나는 조모의 치마 속에 숨다시피 했다.”내쫓아요! 내쫓아! 저런 일본과부 겉은 녀석!”

“애야, 애야!” 하고 그의 가엾은 조모는 울먹이며,  “그래 그 머리카락은 어떻게 했느냐?” 하고 묻지만, 청파는 그것을 난로 속에 처넣었다고 말한다.
그 머리카락은 그의 부친에게는 청파와는 전연 상반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다. 부친에게는 자신의 몸의 일부이고, 자신이 그토록 고수하려는 전통적인 조상의 얼과 주체성을 상징하는 것이고, 그의 조모에게는 바로 손주 청파의 조혼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인데, 청파는 그의 부친에게 정면으로 거역하고, 조모의 기대를 무참하게 짓밟아버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청파의 이 과감한 행동은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지식을 향해가는 그의 굳은 의지를 상징적으로 그들에게 나타내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청파는 박 수산으로부터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없게 되자, 그는 서울의 상급학교에서 공부하기 위해 드디어 부친 몰래 서울행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The Western  learning  too must have its pak-sas, and I know it is destiny for you to get a great pak-sa degree. Aunt-at the pears tree always say so”  “open the money box quick!” said Ok-Dong-Ya.
“Now you can go to Seoul!” she whispered, almost jumping up and down for joy. “Take all. You will need it.”
“서양학문을 해도 결국 박사가 되고 말 거야.. 내가 알기로는 너는 훌륭한 박사가 될 사람이야. 배나무집 고모가 늘 그렇게 말했어.”  “빨리 금고를 열어!”하고 옥동야는 말했다.
“이젠 서울로 갈 수 있어!”  하고 그녀는 기뻐서 날뛰며 소곤거렸다.” 전부 가져가, 다 필요할거야.”

그는 옥동야의 도움으로 부친의 금고에서 돈을 훔치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박사가 되기 위한 꿈을 지니고 드디어 어두운 새벽에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한다.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과 외로움 속에서 그는 참으로 외롭고 서글픈 자신의 영혼을 드려다 보게 되고, 서울 가는 길에 자신처럼 박사 되려다 죽은 선비의 이야기와, 나라가 망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숙부시인 친구의 영혼을 생각하면서, 집에서 멀어질수록 생각나야 할 조모와 옥동야 생각보다는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던 일찍이 보지 못했던 그의 어머니가 생각나고. 영혼으로라도 만나고 싶어서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한편으로 그러한 그의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 오히려 그의 외로운 여행 길에 힘이 되었다.

“Now I thought of her when I was very hungry or cold.
“ O my mother, some day your son will come back to you, bringing fruits of unknown days.“
나는 몹시 배가 고프거나 추울 때마다 그녀를 생각했다.
“아, 어머니, 어느 날 당신의 아들은 알지 못하고 지냈던 날들에 대한 열매를 들고 당신에게 돌아갈 겁니다.”

그는 추위와 굶주림의 여행 속에서 더러는 비바람 부는 산속이나 들판의 어둠 속에서 잠을 자고, 무섭고 외로움 속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일찍이 마나 보지 못했던 어머니에게 장래를 약속한다.
그는 드디어 천리나 되는 길고 긴 길을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면서 16일만에 서울에 도착하게 된다.

6) 수학의 고통과 떠도는 선비
  시련과 어려움 속에서 입학한 관립 학교는 일본 천황에게 충성하는 신민을 만드는 것이 교육의 기본 목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청파는 많은 실망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도 무식한 일본인 교사들의 동양 고전이나 역사에 대한 그릇된 가르침을 발견하고 크게 실망해서 그 때마다 이를 지적하여, 그들과 다투게 되어 문제를 야기시킨다.  

“The teacher then call me “a bad boy” and a “disobedient one,” got red and fingered his sword. So I kept quiet and sat down, because he had a sword. “
‘그 교사는 그때 나를 “불량아니 “ “불손한 아이”니 하면서 얼굴이 빨개져 가지고, 자기 칼에 손을 댔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he had no real feeling for the classics which he taught. I always loved the old scholarship passionately in sprit of seeming a traitor to my elders in favor of the new Western learning.‘
그는 가르치는 옛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새로운 서양학문을 배우는 바람에 우리 집 노인들에게 일종의 배신자로 여겨졌지만, 언제나 옛 학문을 몹시 좋아하고 있었다.

청파는 이교사와 자주 논쟁을 하게 되어 미움을 사게 되고, 역사 시간에는 년대를 이천 년이나 틀리게 이야기하는 일본 역사 선생과도 다투게 되어 사건이 더욱 악화되자, 교장이 직접 나서서 교사에게 사과하라고 회유하지만, 그는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결국 그는 퇴학 통고를 받게 된다. 그가 지닌 위험한 사상과 불순종하는 태도 때문에 일본인 관립학교에서 그를 퇴학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제 다시는 일본 관립학교에 입학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서울의 그 어떤 공립학교에도 갈 수 없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때부터 그는 미국에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노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피터 선교사를 찾아가서 자신을 미국에 데려가 줄 것을 간절히 애걸한다. 그러나 그가 크리스천이 아니라고 그의 청을 들어주지 않아서 실망하게 된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는 피터의 일꾼인 조씨의 도움으로 그를 따라 부산 그의 농장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일을 하며 기회를 엿본다. 그곳에서 그는 일본으로 향하는 배에 숨어 들어가 드디어 밀항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는
“나는 서양 학문에의 지름길인 도쿄로 떠난, 떠도는 선비들과 합류하기 위해 간 것이다…….” 라고 말한다.

7) 죽음의 유혹과 탐미의 여신
청파는 일본에서 5년간의 교육과정을 4년간에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학교를 마치고 난 그는 신학문에 대한 회의와 실망, 그리고 특히 일본 제국주의적인 그릇된 교육사관에 대한 심한 염증을 느끼고 있었고, 그는 결코 일본인으로 동화될 수 없는 없다는 점과, 그리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
이러한 그에게 당시 18세기부터 유럽에서부터 시작되어온 탐미적 철학자 소펜하우어에 관한 저서들를 읽게 되고, 이 세상에는 사회적 정치적으로는 그 어떠한 미덕도 진실도 있을 수 없다는 부정적인 사상으로 그의 정신이 기울게 되지만, 궁극적으로는 해답이 어디에도 없다는 실망에 잠긴다. 그리고 죽음이야말로 그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고결하고 품위 있는 논리적인 귀결이라고 단정 짖는다. 결국 그는 의미 없는 한 병사의 죽음보다는 이백의 죽음처럼 자신의 영혼이 이끄는 탐미적 순수한 죽음이 더 가치 있는 죽음이라고도 생각한다. 결국 그는 자살을 결심하고 자살자가 즐겨 찾는 동경 닛코(일광)폭포 밑을 찾아간다. 그러나 그의 눈앞에는 그를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려 차마 죽음을 실행하지 못한다.

“No, no, no,” she was hugging me, “my dear Chung-Pa.” (What could I do?)
“ no my dear grandmother-I would not do it-no-never.”
No, a thousand times, I could not. I cried, cried , and fell down  there
.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하며 그녀는 나를 끌어안고 있었다. “애, 청파야!”
“아녜요, 할머니. 그러지 않을게요. 안 그래요, 절대로. “
천부당 안될 일이었다. . 나는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그곳에 쓰러졌다.

청파는 그때서야 집에 돌아가 4 년간 쌓아만 두고 조모의 정성스런 손길이 밴 보자기에 쌓인 결코 읽지 않았던 고향 옥동야에게서 온 편지를 꺼내 차례로 읽는다. 그리고 그는 3 년 전에 온 한 편지 속에서 조모의 사망소식을 보게 된다.       그는 눈물을 흘리고 그의 조모가 손수 만든 보자기의 바느질 솔기를 바라보며 보자기를 벽에 걸고 향을 피웠다. 그리고 조모에게 사죄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는 16 세가 되던 해에 일본을 떠나 귀국길에 오른다. 그리고 귀국길에 우연히 동행하게 된 한 여인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만다. 그 여인은 일찍이 천재 화가 미켈란젤로가 사랑했던 빅토리아 콜로나와 같은 여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그녀로 인해서 ‘우리 손에 잡히지 않는 듯한 그림자, 운명의 막막한 그림자를 낳는 하나의 허망한 꿈,’을 느끼고 ‘이 인생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느끼게 한다.  청파는 그녀를 본 것만으로도 자살을 미룬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어서 그는  “하지만 그녀는 떠다니는 꽃과 같은 내 (理想境)을 떠났다. 어떻게 그녀를 멈추게 할 것인가?” “결국 세월이 흐르면 사람은 늙고 모든 것을 잊어가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은 영원히 남는다.” 라고 생각하며, 그 여인을 그 자신의 가슴에 영원한 꿈의 여인으로 간직한다.
이는 작자의 탐미적인 미에 대한 의식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서 표현된 여인은 일본에서 자신을 따르던 아키고와 같은 현실의 여인이 아니다. 이는 꿈속의 그의 어머니와 같은 영혼 속의 환상적인 여인으로 영원 불멸의 미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성장소설이나 예술 소설 속에서 흔히 표현되는 심미적 미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귀국을 하자, 이번에는 자연을 순례하기로 작정하고 금강산에 오른다.
이점 역시 그가 추구하는 미의 세계에 대한 심취에서 오는 탐구의 기행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잠시 환상의 여인도 까맣게 잊은 채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 속에서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하고 스스로 놀랜다. 영원 무구한 것은 역시 아름다움뿐이라고 생각한다.
청파의 이러한 자연에 대한 탐미의 세계는 시와 예술을 지향하는 그의 정신 세계의 바탕을 이루는 것으로 일찍이 많은 예술가들이 공통적으로 치렀던 정신 세계의 편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8) 황폐한 들녘에서 일어선 함성
   그가 귀국해서 찾아간 고향 마을은 황폐한 들로 변해 있었다.
그들의 놀이터와 정원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있고, 시인들의 냇물조차도 바싹 말라 있었다. 그 광인 같던 시인들 과 선비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하고 생각한 청파는 그들이 모두가 멀리 떠나 가객이 되었을 것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그의 어린 친구들은 시베리아 한대나 낯선 강가의 빙판을 건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들이 송둔지에서 맞았던 행복한 겨울 봄 가을 겨울은 영원히 사라졌고 꽃나무가 죽었으니 열매는 기다릴 수 없다는 절망감에 사로 잡힌다. 그의 미치광이 숙부는 이젠 정치 등 아무런 일에도 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젊은 시절의 그 시인의 기백은 이제 볼 수가 없었다. 그는 감옥에서 말할 수 없는 고문으로 혹사 당했고, 1915년 천황 즉위 때 베푼 특사로 석방되었으나 그 후유증을 앓고 있었다.
“이것으로 마지막이야” 하고 그는 단호하게 청파에게 말하였다. 그리고 ”아무 것도 될 수 없어. 문명이라는 질병이 우리에게 옮겨 붙은 걸” 하고 거의 체념하고 있는 듯 했다.
그는 다시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미션계통의 고등학교에 입학 하게 되는데, 그의 목적은 선교사들에게 직접 영어를 공부하고 미국에 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그곳에서 크리스천들은 오직 하느님의 구원에 의해서만 어려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으나, 청파는 신앙에는 관심이 없었고 또한 그의 주변에는 독립운동에 직접 가담하고 있는 궁씨나 순택 같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구국을 위해서 계몽연설을 하는 등 국가의 광복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청파도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그는 학급 대표로 많은 일본인들이 앉아 있는 앞에서, 다음과 같이 그들에게 선동적인 연설을 한다.

“A wake,” I said, “A new world is arising. The tree that was naked will be budding out very soon. The insect that hid itself under the ground is crying now, The days and nights of man are not going to be the same…”
“잠을 깨십시오!” 하고 나는 말했다.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있습니다. 헐벗었던 나무는 곧 새싹을 피울 것입니다. 땅속에 숨어있던 벌레는 이제 울고 있습니다. 인간의 낮과 밤이 똑 같을 리는 없습니다…..”

위의 표현은 극히 상징적인 표현이다. 지금은 밤과 같은 세월 속에 있지만 언젠가는 기필코 조국이 광복되리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박 수산 최 순택 궁씨 등은 전국적으로 조직을 갖고 은밀하게 독립활동을 하고 있었고, 그들은 실제 시위 등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었다.  
청파는 학교를 졸업하고 17세의 나이로 한 미션계의 여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서 처녀 선생과 함께 산보한 것이 문제가 되어 사직하고 만다.
청파는 그의 부친으로부터 이미 간택된 여인과 결혼을 할 것을 편지를 통해 권고 받지만 그는 단연코 이를 거절하고 만다. 그리고 그는 서울로 상경한다.
드디어 1919년 3월1일 33인의 독립 선언서 낭독과 함께 독립만세 소리가 천지를 뒤 흔들게 되고, 이미 전국으로 연락문이 전달되어 온 나라안이 만세소리에 뒤 덮인다. 종로에 있던 청파도 바로 뛰쳐나가 만세를 외치면서 외국 영사관들을 향해 뛰쳐 가지만, 결국 그는 경찰에 붙들리게 되고 끌려가서 갖은 고문을 당한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임을 다물고 순택과의 약속을 발설하지 않는다. 다행이 그는 나이 어린 아이들의 방에 갇혀 있다가 나흘 만에 석방되어 나온다.
여기에서 유의할 점은 이 소설 속에 독립선언문과 공약 삼장이 소개되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점은 이 묘사가 어디까지나 역사적인 사실을 사실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그의 민족 주체성에 대한 확고한 정신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고, 아울러 그러한 정신을 실행에 옮긴 독립 투쟁 행동정신이 표현된 점이다. 이 소설을 평하는 많은 문학자들이 그의 주체성이나 독립 정신에 대하여 소홀한 것으로 생각 하고 있으나, 작자 자신이나 작품 속의 한 청파는 그 누구보다 애국애족 정신이 투철하게 표현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삼일 운동 이후 그는 강연장에서 연사로 다시 나타난 박 수산을 만나게 되어, 청파는 도미의 꿈을 다시 추진하게 된다.  박 수산은 임시정부를 위해 일하기 위해 상해로 갈 것을 계획하고 있으며, 그곳에 가면 자신이 여권을 얻어줄 사람이 있으니, 그곳에서 미국으로 데려다 줄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겠다고 했다. 이를 듣게 된 한 청파는 바로 즉시 그들을 따라 길을 나선다. 각기 변장을 하고 은밀하게 여행을 하지만, 일본경찰의 미행을 받게 되고, 결국 실패하고 그는 신의주에 홀로 남게 되어. 그는 서울로 다시 되돌아오고 만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기차를 탈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서 박 수산과 만나기로 약속한 상해를 찾아간다.  그러나 박 수산은 이미 그곳을 떠나고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일본 경찰을 피하기 위해 멀리 러시아 땅 톰스크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그러나 그는 일본인 스파이로 오인이 되어 러시아인들에게 붙들리게 되고, 결국 인본 경찰에게 인계되어 강제로 송환되어 감옥에 수감된다.
  이처럼 그는 황폐하고 망해버린 현실에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꿈을 찾아서 일본으로 중국으로 러시아도 수도 없는 방랑과 방황 속에서 헤맨다.

9)방황 속에 비친 새로운 불빛
첩자 누명을 벋고 다행히 감옥에서 석방되어 나온 그에게 드디어 행운이 여신이 다가선다. 기회가 온 것이다.
원산 선교사 루터 영씨가 가족과 입양고아들을 데리고 귀국길에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원산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그에게 그 스스로 여비와 모든 것을 준비하겠다고 하며 도미를 간곡히 부탁하자, 이에 루터 영씨는 쾌히 승낙을 하고 그에게 여권을 마련해 주기로 허락한다. 이에 일본 관리에게 루터 영씨가 경비를 지불하고 그를 꼭 데려가야 한다고 서약을 하여 여권을 받게 된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아침 그는 다시 일본 경찰에 붙들려 가게 된다.
  이러한 위기의 구성은 이 소설의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데 이러한 기법은 단편소설의 구성에서 긴히 쓰이는 기법으로 그가 단편소설을 쓴 적은 없는 듯 하나 이를 알고 상당히 익숙하게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경에 붙들려간 그는 다행히 간단한 조사를 마친 뒤 끝에 석방된 그는 곧바로 보호자 부친의 서명을 받기 위해 바삐 송둔지로 떠났다.
  
‘I rushed into the deserted studio of the crazy-poet, took my father’s seal from the big Chinese desk and brought it out to show him.
“May I use it?’ I cried, my voice shaken with my excitement. “I have a chance to go to America.”
He shrugged his shoulders. “Have it your way, since you do not go according to mine.” He said patiently, bending over the straw knots again, with a stoicism full of dignity.’
나는 미치광이 시인의 쓸쓸한 서재로 뛰어 들어가, 커다란 중국식 책상서랍에 들어있던 부친의 도장을 들고 나와 그에게 보여 주었다.
“제가 좀 써도 되겠습니까?” 나는 이렇게 소리쳤다.
그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네가 언제는 내 말을 들었느냐, 네 마음대로 해라.” 그는 의연한 태도로 다시 새끼줄 쪽으로 몸을 구부리며 침착하게 말했다. 그는 자기와는 삶이 다른 삶을 원하는 사람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다.
흥분 때문이었는지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미국에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와 그의 부친과의 마지막 대결이다. 그의 부친은 여전히 자신이 살아온 전통적인 이제까지의 삶의 성안에서 밖으로 너올 줄 모른다. 그러나 그와 다른 삶의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그의 아들에 대해서는 이제 체념한 듯 보인다. 그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결국 그의 부친과는 다른 자신의 길을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집을 떠나오면서 다음과 같이 중얼거린다

‘I left Song-Dune-Chi, having told nobody but my father that I was coming to America, I left it not as a hero, such as I had always dreamed of being. I stole away silently as from the tomb an Ancestor, without making any noise.’
.‘나는 미국에 갈 것이라고 부친에게만 이야기 하고 송둔지를 떠났다. 나는 한 사람의 영웅으로 그곳을 떠난 게 아니라,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는 꿈을 갖고서 떠난 것이다. 나는 아무런 소란도 피우지 않고. 조상의 묘지를 물러나듯이 빠져 나왔다. ‘

여기에서 우리는 그가 고국을 떠나 미국으로 떠나는 것을 하나의 도망자와 같은 의식을 느끼면서 떠나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가 미국을 찾아가는 목적은 분명 박사나 영웅이나 만족 지도자가 되기 위한 꿈의 실현을 위해서 떠나는 바른 행동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조상의 무덤이라고 하는 전통적인 동양사상과, 망해버린 조국과, 땅에 묻힌 조모 그리고 정신적으로 파멸한 시인 숙부 등 모든 구세계와의 결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일종의 도망자 의식과 같은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은 일찍이 유럽에서 고국을 등지고 신천지를 찾아 떠나간 이민자들의 심정과 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고, 이는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이민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일 것이다.
다만 여기에서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은 그의 미국행을 두고 그를 조국을 버리고 떠난 한 도망자의 의미로만  이해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 청파가 찾아가는 것은 분명 미국에 대한 꿈이지만, 그는 아메리카 드림에 취해서 간 것이 아니고, 신문명의 힘을 쟁취하여 암울한 자신과 조국의 현실을 개선하려는 꿈이고, 지난날 배위에서 바라보던 미지의 여인에 대한 끝없는 환상의 추구와 같은, 하나의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미적 도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마침내 루터씨와 네 명의 고아와 함께 부산에서 요꼬하마로 건너가 러시아 선적 ‘황녀호’를 타고 동경으로 가서, 다시 영국 선적의 배를 타고 미국으로 향한다. 그는 멀어가는 배위에서 회한에 잠겨 다음과 같이 중얼거린다.

‘The visible good-by lines were cut now; mine still was there, frail but strong. Seen ribbons are sweet, but those unseen are sweeter, The ribbon that you hold with your eyes, unwinding longer as the ship slowly moves out to sea, as a ribbon of solemn farewell, but ah! The ribbon that you hold only with your imagination….
‘눈에 보이는 이별의 끈은 이제 다 끊어졌다. 그러나 연약하면서도 강한 나의 끈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눈에 보이는 끈도 아름 답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끈은 더욱 아름답다. 배가 천천히 바다로 나아감에 아아, 내 마음 속에 간직된 끈은…

10) 아, 미국의 기백이여!
적자는 소설의 마지막 장인 영국으로 향하는 배위에서 ‘에드너 센트 빈센트 밀레의’ 싯귀를 예시(豫示)해서, 그가 떠나오기 잔까지의 과거 고국에서의 생활을 죽음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나라를 빼앗긴 조국의 암담한 현실과 그곳에서 고통 속에서 힘들게 살아온 자신의 방황의 삶을 죽음으로 상징해 표현하고 있고, 앞으로 다가서는 미지의 삶을 그러한 죽음의 땅으로부터 부활할 수 있는 새 대지로 표현하고 있고, 새로 다가서는 미지의 땅인 미국의 기백과 자신의 감회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O soul of America, I too, wonder about you…
After the excitement and activity of the last ten years involving so much change, I crave now almost a surcease, rocked like this on the waves of an infinity possibility, hope bliss… This is the bliss of a great dream come true through my own act. It is like a revelation into the kingdom of eternity, this night of stars and clear wind in a world apart from the other worlds.’
오, 미국의 기백이여, 나 역시 너에게 놀라움을 느낀다.
많은 변화를 겪어온 지난 십 년간의 노고 끝에 이제 나는 휴식을 바라고,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과, 기쁨의 물결에 이렇게 흔들린다.……  이것은 내 스스로의 노력으로 얻은 위대한 꿈의 기쁨이다. 그리고 내게는 내 자신의 노력에 의해 현실로 나타나게 될 보다 많은 위대한 꿈들이 있다. 이것은 다른 세계와 격리된 또 다른 세계에 있는 별과 맑은 바람의 밤, 영원한 나라의 축복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청파는  ‘나는 지금 막 하나의 생병을 내버린 채 아직 다른 생명을 얻지 못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것은 항해 중에 이국의 아름다움을 이해 하도록 나에게 붙어 다니는 시신이 사로잡은 모든 아름다운 시인적 정신이다. 그러나 아름다움이 어찌 이국만의 것이겠는가? 그래서 시인만은 가정도 국적도 따로 없는 배 안의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의 가장 가까운 혈족은 구름 속의 시신이요, 그의 애국심은 하늘 나라로 비상한다. 라고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서 그가 말하는 생명을 버리고 아직 새 생명을 얻지 못한 사람 이라는 표현과, 배 안의 사람 같다는 표현은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가 법적인 미국인이 되기까지의 이십육 여 년 동안의 유랑인 생활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두 세계 사이에서 유랑 하는 이민자나 경계인들의 성격과 정신 세계를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이어서 머리에 떠오르는 떠나온 고국의 인적들에 대한 회상에서 에 잠긴다. 그는 이제 그들과의 끈을 끊어야 하고, 새로운 눈에 보이지 않는 끈을 잡으려 하지만, 그래도 그는 그 가녀린 회상들은 그를 속박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회상의 모습이 사라져 가자, 먼 수평선 위로 새로운 모습이 나타난다. 아직껏 잊혀지지 않는 환상의 여인의 모습이다. 먼 별빛을 찾아가는 자신처럼 그녀도 역시 아득히 먼 별들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환상의 여인이 나와 한 배를 타고 함께 미국으로 가다니,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 “
하는 자문으로 <초당>은 끝난다.
여기에서 말하는 환상의 여인이 바로 청파가 찾아가는 궁극적인 꿈의 세계라고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그가 찾아가는 꿈의 세계는 다분히 환상적인 미의 세계에 대한 추구라고도 할 수 있어서 피닉스적인 영원성이나 절대성으로도 이해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점이 바로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소설적 미학의 가치라고 할 수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