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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시인은 어디 있는가

2006.11.29 12:38

박영호 조회 수:493 추천:42


빛나는 시인은 어디 있는가                                                              

  이른 아침에 뜰에 나서면 밤새 나뭇잎에 맺힌 이슬 방울들이 떠오르는 햇살에 마치 살아있는 자연의 눈빛처럼 영롱하게 반짝거리고 있다.
이처럼 신비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 서면 나는 가끔 자신이 다시없이 부끄럽고 다시없이 초라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나와는 달리 이러한 아름다움 앞에서도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이 당당히 나설 수 있는 그런 영혼이 깨끗한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아마 저 하늘의 별빛처럼 빛나는 시인들이 그런 분들일 것이다. 밤새 이슬을 빚어내는 저 하늘의 별빛처럼 깊은 철학적 사색이나 서정적 명상 속에서 구슬 같은 시를 엮어내고 있을 그런 시인들이 말이다.
그러나 그처럼 우리에게 참된 감동을 주는 그런 좋은 시나 시인을 만나보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사실 필자도 시를 공부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고, 요사이는 얼마간의 재능이나 열성과 노력만 있으면 비교적 쉽게 시인이 될 수 있어서 주위에는 많은 시인들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소수 시인들 만이 문단을 형성하고, 하나의 문화권력 집단처럼 군림하던 시절에 비하면 퍽 바람직하고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여기에서 필자가 굳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래도 시인이라고 하면 대표적인 시론의 하나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무언가 조금은 신령하고 선험적인 그런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신령하기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무언가 조금은 남다른 감각적 재질이나 능력을 선천적으로 조금은 타고난 그런 사람들이어야 한다고도 믿고 싶다. 물론 꼭 그래야만 된다는 것은 아니고 후천적인 노력만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시인이 될 수도 있고, 그리고 이처럼 한두 마디의 말로 시나 시인을 말하고 있는 것도 조금은 마땅치 않지만, 그래도 시인이라면 무언가 조금 다르게 우리에게 남다른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주와 신의 세계가 더는 신비하지 않아서인가?
아니면 우리가 이제는 더는 가난하지도 외롭지도 않아서인가?
가슴에서 가슴을 울리는 그런 감동의 시는 보기 힘들고, 머리에서 머리로, 그리고 하나의 지혜나 현실적인 담론 같은 시들이 많다. 더욱이나 요즘에는 현실의 삶을 떠나서는 단 한 구절의 글도 시가 될 수 없다는 꽤 그럴싸한 주장들도 나오고 있고, 심지어는 ‘시는 노래’ 라는 개념에 대한 부정적인 논란마저 일고 있는 등, 시의 본질의 영역까지도 넘나드는 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시의 세계란 오늘의 현실과 가치보다는 차라리 원천적이고 관능적이며, 미래의 꿈까지도 포함하는 보다 큰 세계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고, 노래라고 하는 서정적 미학을 떠난 서사만은 이미 시의 영역을 떠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은 앞서 말하고 있는 여러 논란들에 대한 한 답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새로운 생각의 물결이 나타나기 마련이고, 그래서 시의 모습도 자꾸 변해가겠지만, 그래도 하나의 강물과도 같이 전해 내려오는 우리의 전통적인 서정시의 흐름은 변함없이 이어갈 것이다.
우리 주변에도 그러한 시를 평생을 두고 써온 빛나는 시인들이 있다. 포터랜치에 사시는 원로 시인 K교수님, 놀왁에 사시는 꽃의 시인 C시인, 그리고 남미를 떠돌다 한인 타운에 정착한 바람의 시인 B시인, 맥시코를 오고 가는 시조시인 K시인 등. 그리고 아직은 먼 곳에서 별빛처럼 다가서고 있을, 그래서 어느 날 우리 앞에 혜성처럼 나타날 많은 젊은 시인들이 있다.
가을이라서 그런지 오늘따라 별빛같이 빛나는 시인과 좋은 시가 기다려지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