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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강변에서

2006.03.29 07:29

박영호 조회 수:611 추천:32

     푸른 안개 자욱히 피어오르는
     새벽 강변에 서면
     내 어린 시절
     찌는 삼복 더위 흐린 달밤에
     나를 안고 강물에 들어가 몸을 식히던
     내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이
     강물위에 아른 아른 떠오른다

     새벽 첫 종소리에 잠이 깨어  
     머리에 동백기름 발라 곱게 빗고
     성당 언덕길을 오르시던
     할머니의 뒷모습이
     하필 이 강변에서 떠오르는 것은
     나도 이제는
     어디론가 돌아가고 있을
     내 뒷 모습이 내게 보여서 일게다.

     강물에 잠긴 내 얼굴
     꽃이 피고지고 피고지고
     떨어진 꽃잎들이
     이제는 저승꽃이 되었는가
     씻어도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그 무수한 들짐승 발자국같은 자국들
    
     나도 어느날 저 들짐승들처럼
     저 대지 속으로 사라져 가겠지만
     그래도 먼 훗날
     한번쯤
     이 새벽 강변에서
     다시 푸른 안개로 피어올라
     나를 기억하는 그 누군가에게
     내 뒷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