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호 서재 DB

박영호의 창작실

| 박영호의 창작실 | 목로주점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화영상 | 일반영상 | 영상시 | 그림감상실 | 독자마당 | 음악감상실 |

들풀

2005.01.08 08:10

박영호 조회 수:434 추천:25

   들풀

   어디에나 흔하게 피어나는 들꽃, 그 흔한 들꽃 하나 피우지 못하고 늦가
  을 볕에 홀로 쇠락해 가는 너처럼 꼭 그렇게 외로운 사람도 있다.
  그래도 대지가 고향인 너는 죽어서도 푸른 빛으로 다시 살아나고, 그 푸른
  넋은 땅 속 깊이깊이 스며들어가서, 시에라 산줄기 밑을 흐른다는 그 푸른
  물길을 따라 북으로 북으로 올라가, 요세미리 산정에 키 큰 수목으로 다시
  태어나리라.

   전생이 들풀인 너, 수목이 된 너는 해 구름 달 별과 함께 살며 천년 수령
  을 누리고, 산정을 휘돌아가는 산바람이 내는 휘파람 소리와도 같은 소리로  
  소리내어 슬피 울면서 울면서 머리 풀고, 이승에서 매고 간 한을 풀어라.

   만약 네가 그럴 수만 있다면, 이승에서 외로웠던 나도 저승에 가서 그렇게
  꺼이 꺼이 소리내어 울면서 울면서 내 한을 풀 것이다. 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