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호 서재 DB

박영호의 창작실

| 박영호의 창작실 | 목로주점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화영상 | 일반영상 | 영상시 | 그림감상실 | 독자마당 | 음악감상실 |

올림픽 불르버드

2004.03.30 20:35

박영호 조회 수:382 추천:20

이국 원숭이처럼
처음 본 열매를 가득 안고 들어와
포만감에 속아 잠이 들고
한낱 극동의 *인디오로
거리에 서 있던 아비들의 모습을
딸 아이야 너는 아느냐

팜츄리 끝에 걸린 향수
찾아간 산페드로의 바다가
그리도 아득해서
그냥 무릎에 얼굴 묻어버리던
먼 별밭 아래 산천
그 그리움을 너는 아느냐

밤이면
닦고 닦아도 지워지지 않던
빌딩 유리창에 걸린 달
고국의 푸른 청동빛 달을 안고 돌아와
꿈속에서 몸살을 앓던
아비들의 옛 슬픔을 너는 아느냐

이젠 그것도
묵은 사진첩 속 낡은 기적 소리처럼
또 다른 고향되어 멀어져 가는구나
청바지가 버겁던 세월
그래도 아비들에겐 꿈속의 거리인 것을
딸 아이야 너는 아느냐

* 인디오- 남미 원주민으로 북미 인디언에 비해 몸집이 작고 살결이 검다

미주 한국일보(2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