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꽃 / 구자애
2008.09.26 02:07
고향이 어디냐고 묻지 마라
산타모나카와 웨스턴 사이에 있는 스와밋
두평반 남짓, 고만고만한 가게들이
10년 전 유행을 고스란히 진열하고 있는 곳
언제나 그늘이 낮게 깔려
기대인 모서리마다 희망이 바래져 있는 곳
한때는 디디기만 해도 초록물이 괴는 산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걷잡을 수 없이 번식하는 잡식성 들이었다
그 시절 다 지나
더 높고 더 넓은 지향을 쫓다
이제 겨우 뿌리내린 곳
벌쭉이 커버린 대궁
등 굽은 칼날 같은 잎새
작은 바람에 쉬이 이리저리 흔들려도
절대 꺾이는 법 없이
밀리고 밀려 길들여진 내성 탓에 잔뿌리마저 단단해졌다
내 손님 빼앗아갔다고 아침부터 악다구니해도
내일이면 비갠 오후처럼 말간 바람 불러들여
허공에 하이얗게 집 짓는 곳
어디든 내가 피어있는 곳이 내 고향이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3 | 레몬 외 - 안경라 | 김영수 | 2012.05.14 | 110 |
92 | 화접 / 김종제 | 박영숙영 | 2012.03.22 | 131 |
91 | 가 정 / - 이 상 - | 박영숙영 | 2011.03.24 | 422 |
90 | 깊은 밤에 - 문인귀 | 김영수 | 2011.01.14 | 444 |
89 | 민들레 10 - 김동찬 | 김영수 | 2011.01.14 | 461 |
88 | 느티나무 성전 - 구자애 | 김영수 | 2011.01.14 | 443 |
87 | 빗장을 풀고 外- 석정희 | 김영수 | 2010.12.05 | 660 |
86 | 달 外 - 이주희 | 김영수 | 2010.11.04 | 805 |
85 | 난(蘭)보다 푸른 돌 / 정완영 | 김영수 | 2009.08.08 | 1006 |
84 | 시의 몸짓 / 김호길 | 김영수 | 2009.08.03 | 832 |
83 | 맨하탄의 세 친구 (동화) - 최효섭 | 김영강 | 2009.03.08 | 1268 |
82 | 수필로 쓴 당선 소감 / 지희선 | 김영강 | 2009.02.16 | 1036 |
81 | 닫힌 마음을 여는 지혜/톨스토이 | 조정희 | 2009.02.14 | 871 |
80 | 매미소리를 들으며 | 이남로 | 2009.02.02 | 1195 |
79 | 아내의 가슴 (콩트) / 박경숙 | 김영강 | 2008.09.30 | 1227 |
78 | 고아원 하늘에 피는 노을 (수필) / 김영강 | 김영수 | 2008.09.30 | 1142 |
77 | 행복은 / 권태성 | 김영수 | 2008.09.29 | 801 |
» | 억새꽃 / 구자애 | 김영수 | 2008.09.26 | 825 |
75 | 엘러지 / 고대진 | 김영수 | 2008.09.23 | 806 |
74 | 고아원 하늘에 피는 노을 / 이성우 (국 4) | 김영강 | 2008.09.21 | 8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