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꽃 / 구자애

2008.09.26 02:07

김영수 조회 수:825 추천:4



고향이 어디냐고 묻지 마라

산타모나카와 웨스턴 사이에 있는 스와밋
두평반 남짓, 고만고만한 가게들이
10년 전 유행을 고스란히 진열하고 있는 곳
언제나 그늘이 낮게 깔려
기대인 모서리마다 희망이 바래져 있는 곳
한때는 디디기만 해도 초록물이 괴는 산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걷잡을 수 없이 번식하는 잡식성 들이었다
그 시절 다 지나
더 높고 더 넓은 지향을 쫓다
이제 겨우 뿌리내린 곳
벌쭉이 커버린 대궁
등 굽은 칼날 같은 잎새
작은 바람에 쉬이 이리저리 흔들려도
절대 꺾이는 법 없이
밀리고 밀려 길들여진 내성 탓에 잔뿌리마저 단단해졌다
내 손님 빼앗아갔다고 아침부터 악다구니해도
내일이면 비갠 오후처럼 말간 바람 불러들여
허공에 하이얗게 집 짓는 곳

어디든 내가 피어있는 곳이 내 고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