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外 - 이주희

2010.11.04 01:23

김영수 조회 수:805 추천:4

   달 / 이주희


꼬드람이야
으응
달이 참 밝구나
아부지 사람들은 왜 저 달을 달이라 부르는 거야
그건 다 알이라서 다알이라 부르는 거지
에이 거짓부렁
해님은 눈부셔 쳐다볼 수가 없지
으응
별님은 작고 멀어 잘 볼 수가 없지
으응
허지만 달님은 저리 둥글게 알 모습을 내보이잖니
에이 어떨 때는 반달도 있잖아
그럴 때는 하늘에다 알을 낳으려고 준비 중이지
아부지 나 저 달 갖게 해줘
시집가면 절로 갖게 돼
그럼 나 빨리 시집갈래
쯧쯧 그럼 아부지랑 쳐다본 저 달 생각이 나서 눈물 날텐데
아니야 안 날거야



   얼음인형/ 이주희


모든 별들이 밤하늘에 바늘구멍을 내어 숨도 쉬고 빛도
내고 있었죠
저는 어디에 꿰매달려도 자체발광이 되지 않아
도대체 난 무슨 별일까 웅크렸던 귀퉁이에서 길을 찾아
나섰지요
어디로 가야하나 갈피를 잡지 못해 머리카락 풀어헤친 연
기처럼
시작과 끝이 엉킨 실타랠 쥐고 헤매 다녔어요
소나무 꼭대기서 사시나무처럼 떨며 왔던 길 되돌아가는
꿈도 꾸고
고드름 비수가 되어 외롭고 서럽게 여기저기 매달려 있기
도 했지요
겨우내 강물에 갇혀 자맥질로 지쳐버린 얼음장 밑에서
쩌렁쩌렁 소리 내며 울기도 했어요
살을 베려 다니던 찬바람이 일러주었어요
시련은 맞싸울수록 숨결도 강해진다는 것을
동상 걸린 심지에 환하게 불이 켜지면서 그제야 옹이진
매듭이 풀렸어요
제가 누구라는 것을 알았지요
바스러지기 쉬운 외톨가슴에 따뜻한 사랑의 불길이 지펴
지면
몇 방울 남긴 눈물의 흔적마저 거두어
저 먼 유리별로 되돌아가야하는 얼음인형이란 것을......
호흡이 점점 따사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