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윤석훈

2008.09.17 01:03

김영수 조회 수:771 추천:3




아침 마당은

달팽이의 기도실이다

시멘트 바닥에 온몸으로 쓰는 기도문,

생략 부호…

달팽이의 오체투지다

시간을 먹으며 배설하는 말줄임표

저 느린 움직임에도

줄일 말이 있구나

맨몸의 체액를 다해

찍어대는 흔적들

세 번 가기도 전에

첫번째 것은 말라버리는

극한의 생략들…

그랬었구나

그 절명의 발자국 남기면서도

맨살은 유유히 속도를 내고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