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윤석훈
2008.09.17 01:03
아침 마당은
달팽이의 기도실이다
시멘트 바닥에 온몸으로 쓰는 기도문,
생략 부호…
달팽이의 오체투지다
시간을 먹으며 배설하는 말줄임표
저 느린 움직임에도
줄일 말이 있구나
맨몸의 체액를 다해
찍어대는 흔적들
세 번 가기도 전에
첫번째 것은 말라버리는
극한의 생략들…
그랬었구나
그 절명의 발자국 남기면서도
맨살은 유유히 속도를 내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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