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숙 시인의 '자카란다'

2004.08.02 23:27

문인귀 조회 수:991 추천:9



자카란다


장태숙


사순절 신부(神父)의 보라색 제의(祭衣)
세상의 죄 가지가지마다 사르며
멍든 아스팔트에 속죄의 입술 부비는

대신 짊어진 인간의 허물
고해성사로 벗어 던지는 날은
눈부신 초록으로 일렁일 그날


<이 시는>
1년 내내 약속이나 한 듯 서로 번갈아 가며 아름다운 꽃들을 피워대는 이곳 남가주, 특히 6월은 보라색 꽃이 만발한 거목 자카란다로 장관(壯觀)을 이룬다.
이 보라색 꽃들은 나무 잎이 트기도 전에 가지들이 휘청거리도록 만발했다가 월말쯤에 가지들을 떠나 아스팔트에 내리기 시작한다. 그제서 야 이 나무는 파릇파릇한 초록 잎들을 틔우며 신록의 계절에 어울리는 새 살림을 시작한다.
장태숙시인은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며 인간의 허물과 속죄, 고해성사를 통해 대신 그들의 짐을 짊어지는 자비의 한 모습을 이 자카란다에서 찾은 것이다.
속죄의 입술을 부비지 않고는 눈부신 초록으로 일렁이는 새날을 맞이할 수 없으리라.

장태숙
전북 정읍태생
문학공간에 수필로, 창조문학에 시로 등단
시집: '내 영혼 머무는 곳에'와 '그곳에 내가 걸려있다'
제6회 창조문학가상 수상
미주한국문인협회 사무국장
캘리포니아 라 크래센타 거주

2003-12-24 02:5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