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시인의 '오늘'

2004.10.08 03:32

문인귀 조회 수:4158 추천:20

<시감상>


오늘


                  구상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감상>
  몇 명 되지 않은 생존 원로시인 중 구상선생이 지난달에 돌아갔다. 그의 시는 대부분이 기독교사상을 바탕에 두고 삶의 가치를 조명하고 있다. 여기 소개하는 ‘오늘’이란 시에서 “마치 물 한 방울이 강물과 푸른 바다에 이어지듯 우리가 살고 있는 하루하루는 영원 속에 이어져 있기 때문에 오늘을 사는 것은 곧 영원 속에 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을 살되 영원에 사는 것처럼 살아야 하는데 그 삶이란 ‘마음이 가난한 삶, 마음을 비운 삶’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모든 것을 미래에만 두고 오늘(현실)을 소홀히 여기는 경우가 우리에게는 없는지...

                                                        -문인귀/시인-

참고: 이 글은 '하나지'에 게재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