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선 시인의 '물방울'

2004.08.02 23:25

문인귀 조회 수:923 추천:7



물방울

이성선


물 속을 걸어들어 간
산 하나

물방울을 열고 들어가는
사람 하나

산에
꽃이 핀다.

<이 시는>
물방울에 비치는(들어간) 산은 그렇지 않은 산과는 다르다. 물방울 속으로 들어간 사람은 물방울 속을 들여다보고 서있는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소음도, 공해도, 욕심도, 성가실 아무 일도 없는 물방울 속, 거기서 꽃이 피기 시작한다. 얼마나 아름다운 세계일까.
"꽃이 핀다"는 말은 평화와 안식의 도래를 예상케 하는 이미지가 내포돼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꽃이 피는 곳은 과연 관념적인 세계, 물방울 속에만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물방울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아볼 수 있는 '내 앞에도 있는 세계'일 것이다.
이성선시인은 2년 전 61세로 타계했다. 아깝다. 나는 『향(向)우주의 통로와 속(屬)우주의 방법을 제시한 시인 이성선』이라는 제하로 그와 그의 시세계에 대한 평문을 발표 한 바 있다.
문인귀/시인

이성선
-강원도 고성출생
-문화비평과 시문학으로 등단
-정지용문학상/한국시인협회상/시와시학상 수상
-시집: 신인의 병풍/하늘문을 두드리며 등 12권

2003-12-23 08:5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