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승 시인의 '창'

2004.12.31 09:30

문인귀 조회 수:1382 추천:41



                 김현승

창을 사랑하는 것은,
태양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눈비시지 않아 좋다.

창을 잃으면
창공으로 나아가는 해협을 잃고,

명랑은 우리에게
오늘의 뉴우스다.

창을 닦는 시간은
또 노래도 부를 수 있는 시간
별들은 12월의 머나먼 타국이라고....

창을 맑고 깨끗이 지킴으로
눈들을 착하게 뜨는 버릇을 기르고,

맑은 눈은 우리들
내일을 기다리는
빛나는 마음이게....


  창을 통해 보는 세상은 극히 제한적이기는 하나 태양을 통해 세상을 보겠다는 가당치 않은 과욕보다는 훨씬 현실성이 있는 자기적 소박한 꿈일 것이다.
  이 창은 방안에서 밖을 내다볼 수 있는 단순 구조적 매체에 그치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깊은 마음인 것이다. 만일 자신에게 이러한 창이 없다면 이상과 포부를 바라볼 수없을 것이고 또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좋은 일들을 공유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창을 우리는 언제나 닦고 닦아 맑고 깨끗하게 해 두어야 한다. 창을 맑히는 일이란 곧 마음을 착하게 가꾸는 일로 맑은 창은 더욱 착한 눈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착하고 맑은 눈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빛나는 마음이 된다.  
  새해에는 나에게 보다 알맞은 마음의 창을 달아야겠다. 그리고 늘 깨끗이 닦아 두어 언제나 밝은 빛이 들어올 수 있게 하고 언제나 맑은 눈을 뜰 수 있는 마음을 가꾸어야겠다.

                                        문인귀/시인


-일요신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