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의 두 얼굴

2006.04.29 21:18

장동만 조회 수:1284 추천:81


                                          
                                            미국 크리스천의 두 얼굴

“기독교 신앙의 전통적인 삼위일체가 오늘날엔 ‘나, 나 자신, 내 것’이라는 현대적인 삼위일체로 바뀌어 졌다 (The traditional Trinity of Christianity has been replaced by the modern trinity of ‘Me, Myself and Mine’).”
미국 어느 목회자 (Anthony B. Robinson) 의 설교다. 그리고 또 저명한 신학자인 레인홀드 니버 (Reinhold Niebuhr)는 설파한다. “우리가 우려해야 할 대상은 ‘악한 사람들 (bad people)’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 (good people)’이다. 그 ‘선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정의로움을 너무나 확신하는 남어지, 그들 자신도 악이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을 전혀 생각치 못한다. 우리가 참으로 우려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이같은 사람들이다.”

이번 미 대선에서 남부와 중서 내륙의 ‘바이블 벨트 (Bible Belt)’ 지역  미국의 정통파 크리스찬 (Fundamentalist)들이 부시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평화로운 농촌 마을에서 의식주 걱정않고, 일요일이면 어린이 손 잡고 교회에 나가 하나님 말씀듣고 기도하는 그 ‘선한 사람들’이 ‘하나님 뜻’에 어긋나는 낙태, 동성애, 줄기세포 실험 등에 반대 정책을 취하는 공화당에 몰표-2000년 대선 땐 일주 한 번 이상 교회에 나가는 백인 79%의 지지를 얻었다-를 던졌다는 이야기다. 이 현상을 가리켜, 미국 언론들은 그들이 이락 전쟁에 앞서, 실업 재정적자등 경제 문제에 앞서, 인간의 윤리 ‘도덕적 가치 (moral value)’를 더 중시, 이에 더 큰 비중을 둔 결과라고 풀이한다.

그런데  필자는 그 ‘선한 사람들’이 그렇게 중시한 그 ‘도덕적 문제’들이  어디까지나 ‘나 (Me), 나 자신 (Myself), 내 것 (Mine)’만을 최우선하는 개인 이기주의 또는 집단 이기주의 (애국주의)의 표출이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진정 기독교적 윤리 도덕에 그 같이 철저한 참된 신앙인들 이라면, 그들은 이번 선거에서 당연히 숱한 인명을 살상하는 이락 전쟁을 그 무엇에 앞서 으뜸되는 ‘도덕적 이슈’로 삼았어야 했기 때문이다.

성서에 일관되게 나타나는‘하나님 뜻’이 무엇인가?  한 마디로 ‘사랑’이다. 성서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한 쪽 뺨을 맞으면 다른 뺨을 내미는~” 원수 까지를 아우르는 인류 박애다. 그리고 십계명의 으뜸(?)되는 가르침은 “살인하지 말라!”이다. 하나님이 똑같이 창조하신 생명들, 어떤 경우를 불문하고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하나님 뜻’에 어긋난다. 심지어 동물 세계를 보아도 자기와 같은 종(種)을 죽이는 동물은 없지 않은가.

이에 비추어 이락 전쟁을 생각해 보자.“테러와의 전쟁”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떤 전쟁이건 전쟁은 인명 살상을 동반한다. 사람을 죽이는 살인 행위에 어떻게 “정의”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을 것인가?  그 “정의”는 ‘나, 나 자신, 내 것’을 위해서는 정의가 될런지 모르지만, 결코 죽음을 당하는 상대방 에겐 정의가 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락 전쟁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보복 전쟁의 성격이 너무나 짙다.   9. 11 테러와의 전쟁 이라면서, 너무나 엉뚱한 곳에서, 너무나 무고한 인명을, 너무나 많이, 너무나 쉽게 죽이고 있다. 이것이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을 내리신 ‘하나님 뜻”일 것인가.

이번에 부시에게 몰표를 던진 미국의 정통파 기독교인들이 진정 ‘하나님 뜻’에 따라  삶을 사는 참으로 ‘선한 사람들’이라면, 그들은 자기네들 만의 안위와 복지의 문제인 낙태, 동성애, 줄기세포 문제만을 ‘도덕적 가치’로 꼽을 것이 아니라, 이를 넘어 “살인하지 말라!”는 ‘하나님 뜻’에 정면으로 거역되는 이락 전쟁을 그 첫번 째 ‘도덕적 이슈’로 삼었어야 했다. 그런데 그들은 여기에는 아예 눈을 감거나 머리를 돌렸다. 보다 큰 ‘도덕적 이슈’는 젖혀두고 작은 ‘도덕적 이슈’에만 매달린 꼴이다. 미국의 보수적 크리스찬들의 지킬과 하이드의 두 얼굴을 보는 느낌이다.

<장동만: E-랜서 칼럼니스트> <중앙일보 (뉴욕판) 11/26/0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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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조국이여 하늘이여” & “아, 멋진 새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