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의 세 친구 (동화) - 최효섭

2009.03.08 09:33

김영강 조회 수:1268 추천:5



                                              
  구름은 강아지들을 젖에서 떼어놓았습니다. 아직 눈을 뜨지 못한 강아지 두 마리가 엄마의 젖을 찾아 끙끙댑니다.
  “아가야, 꼼짝 말고 여기서 기다려라. 엄마도 아저씨한테 가서 무엇을 조금 얻어먹어야 하니까.”
  구름은 맨하탄에서 혼자 사는 개입니다. 털이 희다고 해서 햄버거 아저씨가 구름이란 이름을 지어주셨습니다. 며칠 전에 강아지를 낳았습니다. 큰 빌딩 지하실에 있는 보일러실, 빈 상자가 쌓여있는 구석에서 예쁜 강아지 두 마리를 낳았습니다.
  “누렁이가 올 때 쯤 되었는데 오늘은 먹을 것을 어디서 찾았나?”
  하고, 중얼거리며 비밀 출입구 쪽으로 가려는데 마침 누렁이가 보일러실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누렁이는 아주 예쁜 고양이입니다. 사람들은 개와 고양이는 사이가 나쁘다고 말하지만 구름과 누렁이는 정말 사이좋은 친구입니다. 구름이 강아지를 낳을 수 있도록 이 보일러실을 찾아준 것도 바로 누렁이였습니다.
  “아기들 잘 자라니? 젖이 부족하지는 않고?”
  하고, 말하며 누렁이는 제 아기라도 되는 것처럼 강아지들의 얼굴과 엉덩이를 부지런히 핥아 주었습니다.
  “고맙다 누렁아. 보일러실이 좀 덥긴 해도 이 건물이 미국에서 둘째로 높다는 고급 빌딩이라니까 아기들을 안심하고 키울 수 있어.”
  구름의 칭찬을 듣고 누렁이가 빌딩 자랑을 또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다섯 번째 듣는 자랑입니다.
  “에헴! 관광객 여러분 이 빌딩으로 말씀드리자면 이름은 ‘세계무역센터’라고 하며 높이가 110층, 그러니까 411미터 이고, 1973년에 지었으므로 겨우 28년 밖에 안 된 뉴욕의 자랑입니다. 아이쿠, 한 가지 말씀 드리는 것을 잊었습니다. 똑같은 빌딩이 바로 옆에 하나 더 있어서 보통 ‘쌍동이 빌딩’이라고 부릅니다.”
  누렁이는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관광안내원이 되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여러 번 생각했습니다. 누렁이의 연설이 너무 길어지기 전에 구름은 다른 질문으로 말을 돌렸습니다.
  “이렇게 높은 빌딩에, 그것도 쌍동이 빌딩이라니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겠지?”
  “여기는 아파트가 아니고 회사 사무실뿐이야. 110층이나 되는 많은 사무실에 아침마다 2만 명이 출근한대. 쌍동이 빌딩이니까 모두 4만 명이 출근하고 저녁이면 그 4만 명이 이 빌딩에서 빠져나가는 거야.”
  “참 굉장하다. 나도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정말 무섭더라. 아기들이 커질 때까지 밖에 내보내면 큰 일 나겠어. 사람들에게 밟혀 죽을지도 몰라.”
  하며 구름은 으스스 몸을 떨었습니다.
  “자, 아저씨한테 가서 무엇 좀 얻어먹자. 오늘도 햄버거 고기 남은 것이 있으면 좋겠는데.”
  보일러실의 문은 늘 잠겨있기 때문에 드나들지 못합니다. 그러나 구름과 누렁이만이 아는 비밀 출입구가 있었습니다. 보일러실에서는 여러 종류의 파이프가 벽을 뚫고 밖으로 나가는데 그 중 한 파이프 옆에 큼직한 구멍이 있어 어렵잖게 드나들 수 있었습니다. 그 구멍을 ‘비밀 출입구’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구름은 다시 한 번 강아지들을 돌아보았습니다. 엄마가 없어진 것을 알았는지 끙끙거리지도 않고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잠들고 있습니다. 볼수록 귀여운 강아지들입니다. 구름은 ‘아가야 빨리 커라.’하고 속으로 속삭이며 누렁이를 따라 보일러실을 나갔습니다.
  햄버거 아저씨 가게는 바로 길 건너입니다. 가게라고 해야 손달구지 하나를 길거리에 놓고 햄버거를 구어 팝니다. 아저씨는 구름과 누렁이가 집도 주인도 없는 맨하탄의 떠돌이 동물이라는 것을 아신 뒤에는 빵이나 햄버거 남은 것을 얼음 통에 보관했다가 이튿날 먹여 주셨습니다.  
  아저씨는 구름과 누렁이가 길을 건너오는 것을 보고 아들딸이라도 만난 것처럼 뺨에 있는 온갖 주름살을 다 구기며 기뻐하셨습니다.
  “구름아, 누렁아, 어서 오너라. 이래봬도 이 햄버거 아저씨가 너희들 이름을 지어 주었으니까 너희는 내 딸, 내 아들이나 다름없지.”
  아저씨가 얼음 통에서 햄버거 고기를 꺼내 주셨습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더군다나 구름은 강아지에게 젖을 먹이기 때문에 더 빨리 배가 고픕니다.
  정신없이 고기를 뜯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펑!’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소리가 어찌 컸던지 구름과 누렁이는 먹던 고기까지 내던지고 아저씨의 손달구지 밑으로 기어들었습니다.
  갑자기 거리가 시끄러워졌습니다. 벌 둥지를 뒤집은 것처럼 사람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자동차들은 빵 빵 거리고 난리가 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하늘을 쳐다보며 소리 질렀습니다.
  “저 것 봐! 세계무역센터에 불이 났어!”
  “빌딩에 비행기가 부딪쳤다는 거야!”
  “비행기 조종사가 눈이 멀었나. 넓은 하늘 놔두고 어째서 빌딩을 들이박았대?”
  “음주 운전일 거야.”
  “술 취했으면 집에 가서 잠이나 잘 것이지 비행기는 왜 몰고 다녀?”
  수백 명의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서 빌딩을 쳐다보며 제각기 한 마디 씩 합니다. 경찰차와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요란합니다. 빌딩의 불길은 점점 더 커지는 것 같고 시멘트 조각들이 비가 오 듯 하늘에서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불난 빌딩에서 많은 사람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피투성이가 된 사람도 있고 비칠거리다가 쓰러지는 사람, 쓰러진 사람을 마구 밟고 달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구름의 입에서 찢어질듯 비명이 울렸습니다.
  “앗, 내 아기들!”
  구름은 빌딩으로 달렸습니다. 누렁이도 그 뒤를 따랐습니다. 햄버거 아저씨도 소리 지르며 달려옵니다.
  “얘들아, 위험하다. 빌딩으로 가면 안 돼!”
  구름과 누렁이가 정신없이 달리는데 하늘에서 또 한 번 ‘쾅!’하는 큰 소리가 울렸습니다. 아까보다 더 큰 소리입니다. 구름도 누렁이도 길가에 쓰러졌습니다.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요란합니다.
  “또 다른 비행기가 저 쪽 쌍동이 빌딩에 부딪쳤대!”
  “전쟁이 난 것 아냐?”
  “전쟁이면 어느 나라 비행긴데?”
  “폭격기가 아니고 미국 여객기라더라.”
  “그럼 전쟁이 아니지 않아.”
  구름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겨를이 없습니다. 아기들을 빌딩에서 빨리 데리고 나와야 합니다.
  빌딩까지 가는 동안 구름은 열 번이나 사람들의 발길에 차였습니다. 누렁이는 몸집이 더 작아 한 번 차이면 몸이 굴러 저만큼 나가떨어졌습니다. 그러나 구름도 누렁이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구름과 누렁이가 빌딩에 도착했을 때는 몸 여기저기가 깨져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구름과 누렁이는 쏜살 같이 계단을 달려 내려갔습니다. 보일러실은 지하실입니다. 비밀 출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습니다. 파이프 옆의 비밀 출입구가 무너져 내린 시멘트 덩어리로 막혀있는 것입니다.
보일러실 속에서 귀여운 강아지들의 우는 소리와 젖 냄새도 흘러나왔습니다. 구름과 누렁이가 발톱에서 피가 날만큼 시멘트를 긁어 보았지만 끔쩍도 안 합니다.
  구름이 있는 힘을 다하여 ‘멍 멍 멍’ 하고 짖었습니다. 누가 있으면 아기들을 살려달라는 구름의 안타까운 부르짖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지하실로 내려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계단 위쪽에 붉은 빛이 비쳤습니다. 불길이 드디어 지하실 쪽으로도 퍼져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 한 사람이 지하실로 달려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햄버거 아저씨입니다.
  “여기들 있었구나. 구름의 짖는 소리를 듣고 찾아왔다. 강아지는 어디 있느냐?”
  구름이 슬프게 짖으면서 시멘트 덩어리에 막혀있는 구멍을 발로 긁어 보였습니다.
  “음, 강아지가 이 속에 있는 거로군. 시멘트 덩어리가 좀 큰데 내 힘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햄버거 아저씨는 두 팔에 힘을 주어 시멘트 덩어리를 옆으로 굴렸습니다. 시멘트에 찢겨 아저씨 손에서도 피가 흐릅니다. 비밀출입구가 열렸습니다. 구름과 누렁이가 몸을 부비며 구멍으로 들어갔습니다.
  “얘들아, 빨리 나와야 한다. 불길에 막히면 빌딩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을 거야!“
  강아지들은 빌딩에 비행기가 부딪친 것도 모르고, 불이 나서 사람들이 아우성치며 도망가는 것도 모르고, 엄마를 보자 젖을 먹겠다고 끙끙거립니다.
  구름은 강아지 한 마리의 목덜미를 머리 쪽으로 물었습니다. 누렁이도 구름이 하는 것을 보고 다른 강아지의 목덜미를 물었습니다. 처음엔 너무 세게 물었더니 강아지가 아파서 깽깽거립니다. 입에 힘을 놓았더니 이번에는 강아지가 떨어져 버렸습니다. 정말 엄마가 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세 번째로 살짝 무니까 강아지들도 편한지 눈을 감고 얌전하게 늘어져 있었습니다.
  비밀 출입구가 좁아서 강아지를 입에 문채로는 나갈 수 없습니다. 밖에서 아저씨의 손이 구멍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먼저 구름에게서 한 마리를 받아 주머니에 넣으시고 다시 누렁이에게서 한 마리를 받아 다른 주머니에 넣으셨습니다.
  이미 계단과 복도는 불바다입니다. 그렇다고 뒤로 갈 데도 없습니다. 아저씨가 저고리 주머니의 강아지들을 꼭 안고 불 속으로 달려갔습니다. 구름도 누렁이도 그 뒤를 따라 불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소방차들이 뿌리는 물줄기가 샤워처럼 쏟아집니다. 겨우 빌딩 밖으로 나갔더니 거기에는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시멘트 덩어리에 맞아 사람들이 비칠거리며 아우성치고 있었습니다.
  “아이쿠!”
하는 소리와 함께 앞을 달리던 햄버거 아저씨가 쓰러졌습니다. 구름과 누렁이가 아저씨 곁으로 달려갔습니다. 아저씨의 머리와 다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저씨는 눈을 똑바로 뜨고 저고리 주머니에 손을 넣었습니다. 오른 쪽 손에는 강아지가 집힙니다. 그러나 왼 쪽 주머니는 비어 있었습니다.
  “강아지 한 마리가 없어졌다!”
  하고, 외치며 햄버거 아저씨는 사방을 살핍니다. 정신없이 도망가는 수많은 사람의 다리와 소방차가 내뿜는 물이 범벅이 되었는데 강아지 한 마리가 언제 주머니에서 빠져나갔는지 짐작할 수도 없습니다. 아저씨는 일어서려고 하다가 다시 쓰러졌습니다. 다리를 몹시 다치신 것 같습니다.
  “구름아, 강아지 한 마리라도 어서 데리고 도망가거라. 저 빌딩에서 되도록 멀리 도망가야 한다. 내 걱정 말고 빨리 가거라!”
  하고, 쓰러진 채 더듬더듬 겨우 말하는 아저씨는 달려가는 사람들의 발길에 계속 차여 피투성이가 되고 있었습니다. 강아지의 목덜미를 단단히 물고 달렸습니다. 길에 쓰러져 있는 햄버거 아저씨와 사라진 아기를 생각하며 울면서 달렸습니다. 누렁이도 사람들의 발길에 차이면서 구름의 뒤를 따라 정신없이 달렸습니다. 지금은 강아지를 찾아 이리저리 헤맬 경황이 아니었습니다.      
  그 때 ‘쾅쾅! 와르르! 펑펑!’하는 엄청나게 큰 소리와 함께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고 먼지가 하늘을 덮어 사방이 한 밤중처럼 어두워졌습니다. 사람들의 비명이 사방에서 쏟아집니다.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졌다!”
  “도망가라! 다른 빌딩들도 무너질 것이다!”
  한참 달려가자 눈앞에 잔디와 큰 나무들이 보입니다. 공원까지 달려온 것입니다. 강아지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햄버거 아저씨가 쓰러지고 동생 강아지가 없어진 것도 모르고 엄마의 입에 물려서 달리는 것이 재미있는지 꼬리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구름은 강아지를 느티나무 뿌리 곁에 내려놓았습니다. 너무 숨이 차서 죽을 것만 같습니다. 누렁이도 혀를 길게 내놓고 헐떡이고 있었습니다.
  이 때 무엇인가 ‘찍찍, 바삭바삭’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렁이가 금방 알아차리고 말했습니다.
“구름아, 이 구멍에 다람쥐가 있는 것 같다. 틀림없을 거야.”
  늙은 느티나무 줄기에 썩은 데가 있고 큰 구멍이 나 있습니다. 거기서 찍찍거리는 소리가 더 크게 울려나왔습니다. 다람쥐 잡는 것은 누렁이가 선수입니다. 고양이는 본래 쥐 잡는 기술이 있으니까요. 누렁이는 팔 하나를 구멍에 넣더니 아기다람쥐 하나를 얼른 꺼내 구름의 젖을 빨고 있는 강아지 곁에 놓았습니다. 아기다람쥐는 자기 엄마가 아닌데도 배가 고팠던지 강아지 곁에서 구름의 젖을 물고 쪼록쪼록 빨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구름은 불난리 속에서 조금 전에 잃어버린 강아지를 잠간이나마 잊고, 아기다람쥐가 젖꼭지를 물고 열심히 젖 먹는 것을 대견스럽게 바라보았습니다. 곁에서 누렁이가 입맛을 다시고 있습니다. 젖이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배고픈 참에 다람쥐가 먹고 싶어서입니다. 고양이는 다람쥐도 곧잘 잡아먹거든요. 누렁이의 속을 알고 구름이 뒷다리로 누렁이의 엉덩이를 걷어찼습니다.
  “누렁아, 침 흘리지 마! 이 아기다람쥐는 엄마가 없는가보다. 오늘부터 내가 키울 거니까 엉뚱한 생각은 하지 마.”
  그러나 아기다람쥐의 엄마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잠간 집을 비웠었는데 돌아와 보니 개가 자기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고 그 곁에는 날쌔게 생긴 고양이까지 버티고 있어 나무 가지에 숨어 가슴을 조아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구름이 슬픈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햄버거 아저씨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귀여운 내 아기는 살아있는 것일까, 사람들에게 밟혀 죽은 것은 아닐까?”
  누렁이가 무엇인가 결심한 듯 고개를 번쩍 들고 힘차게 말했습니다.
  “내가 한 바퀴 돌아보고 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 아저씨와 강아지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아보고, 먹을 것도 구해 보아야겠다.”
  누렁이의 말을 들으니 구름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습니다. 아침부터 아무 것도 먹은 것이 없는 것입니다.
  누렁이가 사라지자 나무 가지에서 다람쥐 엄마가 얼른 구름 곁으로  내려왔습니다.
  “고맙다 구름아, 내 아기에게 젖을 주어서.”
  다람쥐 엄마의 인사를 받고 구름은 깜짝 놀랐습니다.
  “너, 내 이름을 어떻게 아니?”
  “햄버거 아저씨가 너를 부르는 것을 여러 번 들었는걸. 사실은 내 이름도 아저씨가 지어 주셨어. 내 이름은 검둥이야. 나의 털 색깔이 거의 검은 색이어서 그렇게 지으셨대.”
  검둥이와 구름은 금박 친구가 되었습니다.
  “구름아, 아기들 젖 먹이는 것 교대하자. 도토리를 한참 갉아먹었더니 젖이 불었어. 내 젖꼭지가 작아서 강아지가 잘 빨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었습니다. 강아지는 다람쥐 엄마의 작은 젖도 꽉 물고 맛있게 젖을 빨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 구름이 코를 벌룩거리더니 ‘멍 멍 멍’ 하고 짖으며 사방을 둘러보았습니다. 피란 통에 없어진 아기의 냄새를 맡은 것입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그토록 걱정하고 있던 햄버거 아저씨의 냄새도 품겨오고 있습니다. 구름은 더 크게 짖으며 사방을 살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그리운 햄버거 아저씨가 절뚝거리며 걸어오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아저씨 손에는 그토록 걱정하던 아기가 안겨있었습니다. 아저씨와 강아지를 찾으러 간 누렁이도 명랑한 낯으로 뒤따르고 있습니다.
  “구름이 여기 있었구나. 자, 어서 젖을 물려라. 무척 배고플 거야.”
  아저씨는 강아지를 구름 곁에 내려놓으면서 나무 뒤에 있는 다람쥐 엄마 검둥이를 발견하였습니다.  
  “허어, 이렇게 착할 수가 있나! 검둥이가 강아지까지 끌어안고 젖을 주고 있구먼!”
  정말 아름답고 평화스런 장면이었습니다. 검은 다람쥐가 강아지에게 젖을 빨리고, 예쁜 고양이가 강아지와 아기다람쥐의 엉덩이를 부지런히 핥아주고 있는 것입니다.
  갑자기 사방에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불난리와 무너지는 빌딩을 피하여 도망가던 사람들이 개 고양이 다람쥐가 어울린 이 평화스런 그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감동스럽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구름 누렁이 검둥이는 서로 마주보며 자랑스럽게 속삭였습니다.  
  “우리는 ‘맨하탄의 세 친구’입니다. 햄버거 아저씨가 우리 아버지시구요.”
  세계무역센터의 불길은 더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끝)  


약력
황해도 해주 출생. 서울 감리교신학대학 졸업. 연세대학 신학석사. 리치몬드교육대학 교육학석사. 뉴욕신학대학 목회학박사. 한국일보신춘문예 동화 당선. 소천아동문학상, 방정환 아동문학상 수상. 저서에는 최요섭목사의 설교와 수상전집(전 21권), 창작 동화집 7권, 소년소녀 소설집 9권. 기독교 교육관계 서적 12권 외에 다수. 각 신문과 TV, 라디오에 고정칼럼 집필, 고정설교. 지금은 모든 공직활동을 접고 뉴저지 소재 아클라 연합감리교회 원로목사.  


이 글은 계간 <미주문학> 제 45집, 2008년 겨울호에 실린 동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