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식 시집-텔로미어

2016.08.13 04:01

미주문협관리자 조회 수:352

본협회 강화식 시인 첫 시집 ‘텔로미어’ 출간

강화식 테로미어.jpg




책 소개

 

고통을 치유하고 피어난 사랑

 

힘든 시간 속에 사랑이 함께 있었다. 고통을 마주하고 이겨낸 강화식 시인의 첫 시집.

   

  

출판사 서평

 

텔로미어(Telomere). 화자는 강한 생명력을 원하고 있다. 그에게 세상은 고통이다. 짙은 고통 속에서 꿈은 시인에게 희망이자 사랑이 된다. 위안과 휴식을 주는 매개체다. 어둠 속 환한 달로 표현된 꿈은 잠시나마 화자에게 따뜻한 빛이 되어 준다. 그는 꿈을 끌어안아 어둠에 잠식된 스스로에게 위안을 준다.

 

강물에 떨어진 달을 낚는다

물속에 빠진 나를 건진다

 

물결은 곧 잠이 들고

잠 속에

하얀 달이 또 있어

 

까만 가슴으로

그 달을 안는다.

- ‘바늘 없는 낚시전문

 

그러나 꿈은 곧 깨기 마련. 화자는 잠에서 깨고 현실의 상처와 고통이 덮쳐온다.

 

잠을 좇던 날

달콤한 맛은 잠시

이내 진흙 속으로 빠진다

 

몸부림이 덫에 걸리자

올가미에 상처를 묻고

찬 눈물도 담았다

이제는 시간을 좇는다

꿈이었으면일부

 

현실은 화자가 고통과 투쟁하는 곳이다. 그 속에서 몸부림치면서도 화자는 강하게 생명을 갈구한다. 상처는 자꾸만 늘어난다. 육체의 고통은 곧 정신의 고통이 되어 아픔을 호소한다. 화자는 조각난 파편들을 끌어모으고 기계를 밀어 넣어 아픔을 도려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정신이 혼미해지는 통증 속에서 화자는 희미한 빛을 붙잡는다. 그곳에서 찾아낸 것은 화자 본연의 모습을 가진 순수한 의 모습이다.

 

연한 살을 찢어 부서진 조각을 도려내고

쇠붙이를 넣어 다시 맞춰서

석 달을 아린 맛으로 다스리고 나면

이제는 태권 V 같이

그렇게 그냥 또 갈 수밖에.

삶의 터널일부

 

어둠의

끝자락을 붙들고

안개빛

가는 숨을 쉰다

한때는

붉은 물이 용솟음친

그곳에

가쁜 호흡이 끌어내려

하얗게 서 있는 나를

발밑에 넣는다

다시 찾은 나일부

 

고통과 통증. 화자는 상처의 흔적을 힘겹게 지워낸다. 깊게 자리한 그 곳에서 강하게 흐르는 텔로미어. 생명을 발견한다.

 

떨어지는 맑은 액이 혈관을 탄다

 

쇳덩이가 누른다

칼로 골수를 쪼갠 자리에

크롬으로 덮어 주면

이십 년의 멍에가 걷힌다.

재생의 그늘일부

 

생명의 힘을 얻은 화자는 세계를 넓혀간다. 자신의 고통을 딛고 일어나니 보이는 것은 주위를 둘러싼 죽음의 그림자들, 고통을 짊어진 우리 모두. 화자는 작은 희망의 빛을 발견하고 거기에 다가가기 위해 발버둥 친다. 화자는 자신이 딛고 선 땅을 바라본다. 눈을 들어 주위를 살핀다.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빛과 파도가 기분 좋은 바람을 보내고 향기로운 꽃은 4월의 향긋함을 가져온다. 황금빛이 가슴 속 어둠을 몰아낸다. 옅은 안개조차 바람에 흩어진다.

 

노을이 사막으로 내려와

열을 뿜어내자

황금 무리 위로

바람이 불을 일으키고

어김없이 찾아온

파피 꽃이 4월을 알린다

 

벌판에서 자랑을 일삼는 향이

코끝에 매달리고

오는 사람 가는 사람에게

반가운 고갯짓을 한다

 

타향을 등진 자에게

마치

황금을 넣어주는

애찬 마음이 공단 같다.

캘리포니아 꽃전문

 

그러나 아픈 역사의 시간은 기억으로 다시 돌아와 고통을 준다. 화자는 고통의 시간들을 돌이키며 괴로움에 몸부림친다. 그러나 실재하지 않는 고통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고 화자에게 깊은 응어리가 된다. 사랑하는 이들의 추억으로 시간의 독을 이겨낸 화자는 조금씩 회복된다. 가족들의 기억은 화자에게 아픔을 주었을 때도 있었지만 사랑을 키워내기도 했다. 고통은 이제 옅은 서러움으로 자리 잡았다. 그 안에서 그리움이 피어난다.

 

뜨거운 바람결이

틈새를 휘저으며

훈훈하게 피워내는

눈 꽃송이

 

눈 속의

새 꽃.

미시간 호수의 바람일부

 

고통을 집요하게 파헤치던 화자는 마침내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흉터는 남게 되었지만 그것은 화자의 마음속에 다시금 사랑을 피워내는 거름이 되었다. 고통과 어둠을 몰아내고 한층 성숙해진 화자의 모습에 우리는 안도하게 된다. 수많은 고통들이 있다. 내 안에도, 세상 속에도. 계속 괴로워하며 외면할 수도 있지만 힘들어도 우리는 상처를 마주할 필요가 있다. 내 안에서 깨어나 나와 세상을 직시하는 것. 그것이 화자가 보여주는 세상과 내가 공존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어디쯤에 있는 것일지 생각한다. 스스로의 고통에 갇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세상을 마주하고 상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당신의 탈출을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본문 일부

 

가난한 꿈

      

꿈 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서서히 꿈틀거리며 가깝게 다가온다

하나 둘

달빛 울음소리가 귓가를 맴도니

음을 켜는 톱날 소리처럼 소름이 끼친다

시간이 갈수록 방짜 유기로 만든

징소리가 되어 온몸을 감싸더니

세포 속으로 스며든다

꿈 소리는

점점 더 청아하게 다가오고

풀어 놓은 어둠을 좋아하는

나는

이내

취해 버린다.

 

      

텔로미어(Telomere)

      

괴테는 세 끼 굶는 벌을 받으며 시를 낳고

나는 365일 통증과 싸우며 시를 낳는다

빨간 시를 쓰기 위해 고통을 박차고

굳어져 가는 관절과 용트림을 하며

정체된 묵은 삶을 움직이려 한다

그리고

세포 속 안을 들여다본다

텔로미어를 찾아서.

 

      

시간 속에서

      

보이는 시간보다

보이지 않는 시간이 두렵다

몸부림치는 아픔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눈이 더 시리다

통증이 가슴에 머문 날

눈물이 멈추고

호흡도 멈춘다.

 

  

차례

 

시인의 말 - 시앓이 04

 

꿈이 준 유혹과 침묵

 

꿈의 유혹 14

꿈이 준 작은 인연 15

꿈이 잠을 깬 날 16

가난한 꿈 18

갇힌 방 19

어둠 속에 핀 매화 20

그 섬에 가 있다 22

바늘 없는 낚시 23

우물 속 샘물 24

더부살이 티눈 25

두 번 오지 않는 세월 26

꿈이었으면 27

 

2. 통증과 고통을 밀어낸 시간

 

텔로미어 30

미완성 모음 31

대상포진 32

삶의 터널 34

하얀 노동 36

로봇이 되어가며 37

분신 조각 38

시간 속에서 39

다시 찾은 나 40

빈 마음 42

사라진 마두금 소리 44

재의 날 46

피맺힌 세월호 48

녹슬은 삼팔선 50

재생의 그늘 52

인공관절 53

엄마의 뇌종양 54

털어낼 수 없는 계절 55

수술실 56

피 묻은 봄 58

떠나고 싶은 둥지 60

 

3. 우주와 자연이 주는 위로

 

10월이 되면 63

새 날을 향해서 64

대이작도 66

산타모니카의 해변 68

아름다운 귀향 70

명태 가시 72

캘리포니아 산불 74

세도나의 얼굴 76

캘리포니아 꽃 78

빼빼로 데이 79

L.A 4·29 폭동 80

달팽이는 두 번 죽는다 81

안개비 82

운무 83

 

4. 저항의 소리와 검은 바람

 

끝나지 않은 연극 외 2(연작시) 86

미꾸라지 한 마리 89

바다 이야기 90

유물론적 인간 92

설움을 먹은 삼팔선 94

십자가에 걸린 달 96

후회 없는 오늘이었으면 98

거미줄 100

바람+바람 101

9월의 바람 102

검은 기억 104

회오리 바람 105

 

5. 하얀 벽의 속삭임과 북녘의 소리

 

인생은 맴맴 108

109

사랑보다 더 110

매화주 112

미시간 호수의 바람 113

친구 114

반딧불 116

평양도 같은 냄새 117

이산가족 상봉 118

작은 인연 121

슬픈 수양산 122

 

6. 엄마의 향기

 

우두커니 125

엄마 엄마 내 엄마 126

어머니 128

Pilot 130

고척동 52-37 132

둘째 아가야 134

둘째 딸의 설움 135

수줍은 만두 136

모정 137

부정1 138

부정2 139

+ 140

어머니의 지도 142

콩나물 144

그리운 코딱지 나물 145

다리미 146

감자조림 147

가을배 148

 

7. 고 원 교수님을 그리며

 

여든세 번째 겨울 151

아홉 시간 후의 이별 153

전과 후 155

 

작품해설 - 고통은 나의 것 157

(황정산 시인, 문학평론가, 현 대전대학교 교수)

  

  

저자소개

 

강화식(Sharon Hwashik kwon)

 

·서울 출생

·1985년 미국 이민

·현재 LA 거주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원

·미주한국시인협회 회원

·글마루 동인

 

수상

 

·2007년 미주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신춘문예) 당선()

·한국 미래문학 신인상()

·문학세계 신인상(,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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