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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동화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나 1989년 미국으로 이주하였습니다. 미주문학 신인상(동화)과 아동문예문학상(동화)으로 문단에 나왔습니다.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원과 미주한국아동문학가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동화를 쓰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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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동화 <서평>
저자: 홍연순 (동화 작가)
서평: 장소현 (극작가 시인)


1992년 4월29일에 있었던 일을 사람들은 이미 까맣게 잊어버린 모양이다. 하긴 25년이나 지난 일을 일일이 기억할 만큼 우리 삶이 녹녹하진 않지만….

우리가 흔히 '사이구'라고 부르는 LA폭동은 미주 한인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물질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준 것은 물론 정신적 충격은 한층 더 크고 본질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이 사건은 많은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고원 시인의 'LA애가'를 비롯한 시 소설 희곡 수필 그리고 연극 영화 등 여러 방면에서 기억할 만한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여기에 홍영순의 장편동화 한 편이 더해져 한층 풍성해졌다.

홍영순의 장편동화 '팬케이크 굽는 아이들(사진)'은 LA폭동이 갖는 다양한 의미와 본질적인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룬 보기 드문 역작이다. 이런 작품이 LA폭동 25주년을 보내며 나와서 더욱 뜻이 깊다.

동화의 주인공은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살다가 LA코리아타운으로 이민 온 남자 아이다. 폭동의 소용돌이를 직접 겪고 집을 잃고 공원에서 살기도 하고 샌디에이고에서 살기도 하면서 다양한 친구들과 이웃을 사귀고 도움을 받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줄거리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므로 짙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많은 의미를 던진다.

다양한 피부색의 친구들이 한 자리 모여 팬케이크를 굽느라고 온통 하얀 가루를 뒤집어쓰고 즐거워하는 마지막 장면에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상징적으로 담겨있다.

"까만 얼굴에도 하얀 얼굴에도 노란 얼굴에도 팬케이크 가루가 하얗게 묻었다. 아이들은 서로 얼굴을 보고 웃었다. 웃는 게 재미있어서 하얀 가루를 자꾸 날리며 웃고 또 웃었다. 초록색 꼬리 쌔미도 팬케이크 만든다고 설치더니 하얀 다람쥐가 되었다."

그렇다. 생각 복잡하고 욕심 많은 어른들은 도저히 풀지 못하는 인종갈등 같은 문제도 어린이들의 맑고 깨끗한 눈으로 보면 단숨에 풀린다. 얼굴색 같은 건 애당초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 동화는 그런 동심의 세계를 실감나게 그려 어른들을 부끄럽게 한다. 어찌 보면 이 작품은 어른들이 읽어야 마땅할 동화다. 또한 여러 해에 걸쳐 고치고 다듬기를 여러 차례 거듭한 끝에 탄탄한 작품으로 태어난 이 동화는 아동문학도 우리 사회의 당면 문제와 갈등을 다뤄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의미 있는 동화 '팬케이크 굽는 아이들' 덕분에 LA폭동 25주년을 덧없이 보내지 않게 되어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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