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셀 시집-꽃의 문을 열다

2020.12.02 11:29

미주문협 조회 수:322

정미셸시집.jpg

저자소개

부산에서 출생하여 서울에서 성장하여 1987년 미국으로 이민갔다. 1997년 『한맥문학』으로 시 등단, 2010년 『문학과 의식』으로 평론 부문에 등단했다. 시집으로 『새소리 맑은 아침은 하늘도 맑다』, 『창문 너머 또 하나의 창이 열린다』, 『거리의 몽상』, 사화집으로 『하늘빛 붓에 찍어』 등이 있다. 2008년 제14회 가산문학상 수상 하였으며, 현재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공무원, 시 전문지 『미주시학』 발행인...


      책소개

1987년 미국으로 이민 가 살면서 시인,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미셸 시인의 네 번째 신작시집. 삶이라는 시간의 결을 더듬어 일상에서부터 유년의 시간이며 여행지에서의 상념을 찾아내 한 편 한 편의 시로 형상화했다. 특히 미국의 뉴멕시코주를 여행하다 만난 미국 표현주의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세계와 그 특별한 사랑 이야기에서 시상을 얻어 쓴 ‘조지아 오키프를 위한 산타페 연서’ 연작 15편이 실려 있다(제4부). 시집 제목 ‘꽃의 문을 열다’는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 이미지를 반영한 것. 제1부 ‘흑백엽서’에 16편, 제2부 ‘시간여행’에 23편, 제3부 ‘오랜 습관’에 12편 등 총 66편을 실었다.

책 속으로
헝가리 귀족과 아일랜드계 피가 흐르는
연약하면서도 도도한 젊은 화가 오키프
카메라 렌즈 속에서 어린 정부를
운명적으로 껴안은 스티글리츠
사진을 그림처럼 찍는 사진 작가의 시선과
꽃을 보는 화가의 남다른 시선이 만나
새로운 사랑과 예술에 빠졌다
예술에 대한 이해가 뭔지
화폭을 넘나드는 그녀의 힘과 자유는
거대한 연기를 뿜으며 커브를 돈다
성공이라는 이름의 열차를 타고
--- 「사랑과 예술 ― 산타페 연서 I」중에서


육체의 관능은 사라지고
은둔의 신비만 남은 황량하고 낯선 고향에서
고립을 위해 유배를 자처하는 일이 자주 생겼다
사막에서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이 푹푹 빠진다
비바람에 씻긴 배신과 갈등의 세월
따가운 햇빛에 환골된 짐승의 뼈가
흰색으로 거듭나듯
상처 입은 사막은
상처 입은 자를 보듬을 줄 안다
--- 「상처 입은 사막 ― 산타페 연서 V」중에서

그녀의 묘사 앞에 꽃들은 기가 살았다
사막의 어느 풀꽃이 이렇게 교만하던가
깊고 푸른 밤 하늘을 향해 트럼펫 들면
유독 희고 크고 꼿꼿하고 독을 품은 풀꽃이
분냄새 풍기며 화장을 한다
보잘 것 없는 나도
그녀의 그림 앞에 귀하게 쓰였다
기죽지 마라
고개 숙이지 마라
--- 「흰독말풀 ― 산타페 연서 VII」중에서


추천평
LA 북쪽 근교의 부촌 라카나다(La Canada)에 자리한 ‘데스칸소 가든(Descanso Gardens)’. 여러 나라 희귀한 꽃들도 많고, 꽃구경에 연인들 가족들 산책길로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 근처 사는 미셸 시인이 이 공원에서 계절마다 바뀌는 꽃을 보지 않을 수 없을 터. 결국 그 ‘일상 같은 꽃 시간’은 시인의 먼 곳에 대한 그리움을 자극하고 만다. 이 시집은 그런 ‘일상의 꽃’에서부터 미주 곳곳, 세계 곳곳의 여행공간을 넘나드는 과정이자, 동시에 아득한 옛시절로의 시간여행이기도 하다. 뉴멕시코주의 사막지대 산타페에서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세계를 만나 15편의 연작시 ‘꽃의 문을 열다’를 얻은 것이 그 대표적인 수확이다. 꽃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설렘으로 가득한 시집!


- 박덕규 (시인, 문학평론가)
시인의 삶 자체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갔다가 미래로 갔다가 다시 또 과거로 가는 여행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 시간의 흐름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 모습 그대로 피어나는 꽃이기에 시인은 꽃을 시간여행의 주인공으로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또한 그런 꽃을 이상형으로 삼아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어린 시절에 한국에서 보았던 꽃을 가꾸며 이민생활의 외로움을 달랬을지도 모를 일이다. (……) 유한한 인간이 무한을 꿈꾸려면 시를 쓸 수밖에 없다. 시인은 지상에서 사라지더라도 시는 남는다. 시어를 다듬으며 영원을 꿈꾸는 시인의 숨소리가 시 구절마다 서려 있다.

- 해설 이승하 (시인, 중앙대 교수)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4 연규호 장편소설-안식처 file 미주문협 2020.11.20 352
» 정미셀 시집-꽃의 문을 열다 [1] file 미주문협 2020.12.02 322
62 윤금숙 수필집-그 따뜻한 손 [1] file 미주문협 2020.12.20 342
61 정찬열 시집 -길 위에 펄력이는 길 [1] file 미주문협 2021.01.04 259
60 김미희 시집-자오선을 지날때는 몸살을 앓는다. [1] file 미주문협 2021.01.19 764
59 엄영아 수필집-수를 놓듯 연서를 쓰듯 [1] file 미주문협 2021.02.21 315
58 박윤수 회고록-늘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file 미주문협 2021.03.15 100
57 서진숙 시조집-실리콘 밸리 연가 file 미주문협 2021.03.22 144
56 손용상 운문집-부르지 못한 노래...허재비도 잠 깨우고 file 미주문협 2021.04.24 170
55 김수영 한영 수필집-잊을수 없는 스코필드 박사와 에델바이스의 추억 file 미주문협 2021.05.15 99
54 이희숙 시집, 동시집 출간-부겐베리아 꽃그늘, 노란 스쿨버스 [1] file 미주문협 2021.06.02 180
53 정해정 시화집-꿈꾸는 바람개비 file 미주문협 2021.06.06 180
52 김준철 시집-슬픔의 모서리는 뭉뚝하다 [3] file 미주문협 2021.06.20 645
51 이신우 수필집-사랑의 물레가 돈다 file 미주문협 2021.07.11 158
50 성민희 수필집-아직도 뒤척이는 사랑 [2] file 미주문협 2021.08.06 168
49 글벗동인 소설집-사람사는 세상 file 미주문협 2021.08.18 139
48 신현숙 시집-생각하는 의자 file 미주문협 2021.09.01 371
47 안규복 시조집-사랑은 작은 집에서 file 미주문협 2021.09.07 375
46 김영교 수필집-물처럼 바람처럼 file 미주문협 2021.10.18 209
45 김외숙 장편소설-엘 콘도르(El Condor) file 미주문협 2021.11.08 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