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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실의 아픔 딛고 13년 만에


의사 시인 기영주씨의 2번째 시집 ‘사막의 염소’가 출간됐다. 2002년의 첫 시집 ‘맨해턴의 염소’에 이어 역시 염소의 이야기들이다.

양은 평화와 풍요에 길들여져 있다. 늑대로부터 목동들의 보호를 받으며 살지만 파란 하늘은 보지 못한다. 반면 염소는 뿔은 있으나 늑대를 만나면 쓸모가 없다. 그대서 늑대를 피해 부드러운 풀이 있는 초원이 아닌, 바위절벽에서 억센 풀을 뜯으며 파란 하늘을 보며 산다.

사람을 양과 염소로 나눌 경우 시인은 염소이다. 수련의로 뉴욕에서 미국생활의 첫발을 디딘 시인은 맨해턴에서 길 잃은 염소로, 30년 살아온 남가주에서는 사막의 염소로 자신을 나타내고 있다.

‘바쁜 사람들 사이에서 밀리며 콘크리트 보도를 걷고 있는 염소, 그의 뿔을 누가 무서워하랴. 오래 전에 용도 폐기된, 그러나 버릴 수 없는 유산…’(염소의 뿔), ‘길을 가다가 그림자가 갑자기 없어지면 보이지 않는 국경을 넘은 것이다. 우리는 그 순간 유령이 된다…’(맨해턴에 있는 국경) 등에서 시인이 느끼는 이방인의 슬픔, 고통 등을 잘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시인은 좌절하지 않을 뿐 아니라 크나큰 상실감도 극복한다. 어느 겨울, 큰 아들을 잃은 시인은 그 아픔과 잘못 살아 왔다는 생각에 시도 쓰지 못하고 아들에게 남겨주기 위해 가꾸었던 정원도 황폐하게 내버려 두었으나, 결국 지상에서의 정원은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바람이 쉬어가고 햇빛이 놀다가고 허수아비가 와서 춤추는 곳. 나는 이 아득한 정원에서 한 시절 살다가 떠나는 나그네’(나그네의 정원)임을 깨닫고 스스로를 치료한다.

그는 “누군가 이번 시집을 읽고 가슴에 와 닿았다고 해준다면 다음 시집을 내겠다”고 했는데 이민자라면 누구나 사막의 염소 이야기가 바로 우리의 이야기임에 공감치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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