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와인(臥人) / 채영식

2010.05.10 07:42

미문이 조회 수:948 추천:2

내 죽으면 붉은 꽃 입에 물고 赤赤하게 살았는지 흰꽃으로 태어나 소복소복 살았는지 그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내 살던 세상 다 잊어 버리고 이렇게 아무 손에나 팔려 가는데... 어느 손에 잡혀 있든 어느 품에 안겨 있든 와인은 주인의 손을 떠났고 주인은 와인의 이름을 잊었습니다 잘못 팔려 나간 내가 엉뚱한 집에 있을까 걱정하지 마세요 잃어버린 나의 과거를 건져 주면 나는 아무데나 누워 버립니다 그렇게 북적대던 밤 나의 밤은 아직 뚜껑도 열지 않았는데 어디다 재울려고 내 이름 한 번 묻지도 않았나요 나를 찾지 마세요 이제 그만 나를 잊으세요 당신이 나를 찾지 못해 심장을 긁어 내리는 동안 나는 그만 누워 버렸습니다 붉은 피 토하는 나를 감당하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