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틀 / 김수영

2010.07.26 05:09

미문이 조회 수:861 추천:5

철거덕 철거덕 삼베를 짜는 여인의 두 손과 두 발 쉬임없이 움직일 때마다 한올 두올 삼베가 짜진다 마 나무의 껍질로 만들어진 자연산 천연 섬유 통풍이 잘되어 땀의 흡수가 빠르고 시원한 우리나라 고유의 옷감 조상의 지혜와 옷 문화의 전통을 이어받아 씨줄 날줄로 삼베를 짜는 여인들의 삶의 애환이 살아 숨 쉬어 사랑 옷감으로 곱게 화장을 한다 시원한 삼베 치마와 저고리 바지 적삼 옷 입고 나서면 날아 갈듯 가벼운 발걸음 풍성한 한여름의 더위가 바짓가랑이 속으로 겨드랑 밑으로 피서를 간다 부채로 바람을 날릴 때마다 넓은 구멍 사이로 땀으로 목욕하는 피부에 생명바람을 일으킨다 오늘도 진종일 삼베를 짜는 여인 한 자 두 자 한 필 두 필 삼베가 짜질 때마다 여인의 인생역정이 함께 짜진다 여인의 눈물과 사랑과 한이 어울려 노랫소리로 공명하여 울려 퍼지는 철거덕 철거덕 베틀 소리 오늘도 쉬임없이 베틀은 돌아가고 조상의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듯 여인의 발에 박차를 가한다 저 멀리 미지의 미래를 향해 베틀을 타고 하늘을 난다 나비처럼 훨훨 난다. *무주 반딧불 축전에 참여하여 삼베를 짜는 여인과 베틀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