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連花)이야기-나마스테

2004.07.24 17:51

관리자 조회 수:513 추천:65


연꽃(連花)이야기





한국은 오늘이 사월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나 같은 땡땡이야 달력 빨간 날이라 얼씨구 좋아라- 냉큼 배낭 꾸려 설악산으로 튀었다.


오월의 초록 꿈길 같았던 산행을 끝내고 하산 길 설악산 입구에 있는 신흥사로 발길을 돌렸다. 길따라 길게 늘어 선 연등의 유혹 때문이다.



연등은 연꽃의 동의이음어이다.


나에겐 연꽃에 대한 그리운 추억이 있다. 어두울 수록 더 영롱한 불 밝히는 연등 혹은 연꽃. 신흥사 경내엔 무수히 많은 연등이 화엄 세상을 이루고 있었다.




그 살 떨리는 연꽃과 연등에 대한 단상을 적어 놓은 적이 있다.






1


비가 오는 날


경산 삼천지(三千池) 못에 갔었네요





구름 문이라는 운문(雲門)령을 넘어


볼 말간 비구니 도량인 운문사를 지나


골골 물들이 소리치며 흐르는 계곡을 따라v
달구벌 경산 땅 삼천지에 다달았지요





아아 거기에 연꽃들이 다투어 피었네요


삼천지 못을 가득 메운 연꽃들





크기도해라 연꽃은


성긴 빗금 같은 는비 속에


내밀한 속 수줍게 연 분홍빛 연꽃


겹겹 꽃잎이 열린 연꽃은 제 몸 살라


삼천지 못을 붉은 화엄세상으로 만들었네요





농염하지 않고도 황홀하고 조용한 축복...





실비보다는 가늘고 안개보다는 큰 것이 순 우리말로 '는비' 또는 '는개'라고 부른다. 간밤에 하늘이 소리 없이 내려준 는비에 씻긴 칠월의 하늘과 운문령을 넘어 송림이 청정하다.


늘 고즈넉했던 운문사에는 지난 초파일 날 때아닌 꽃비가 내린 듯 너른 마당 곳곳이 연등(連燈)으로 휘황했겠다.



지난 사월 초파일 전야, 부처님 오신 날 밤 불심 깊은 사람들이 달아 놓은 연등은 얼마나 아름답게 산사의 밤을 밝혔을까.


그 잔잔하고 고요하고 부드러운 불빛이 부처님의 자비로움이며 그 등을 단 사람들의 도달하려는 마음들이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본다.



연꽃(連花)에 뿌리를 둔 것이 연등이다.


'불교의 꽃은 연꽃'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것을 형상화해서 이렇게 불 밝혔던 의식을 '연등제'(連燈祭)라고 부르고 있다.



연꽃과 불교와의 인연은 석가세존의 전생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석가세존이 전생에 선혜라는 선인(仙人)으로 수행하고 있을 때 이야기다. 보광여래(부처님)가 오신다는 소문을 듣고 선혜선인은 어렵게 연꽃을 보광여래께 공양했다.


이 공덕으로 선혜 선인은 "장차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授記)를 보광여래로부터 받게 된다. 불교에서 연꽃의 개화는 청정한 마음을 깨 닳은 것과 비견되었다.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자 꽃, 공양에서 제일로 치는 연꽃은 낮에만 피어나는 불교의 꽃이다.


불교계에서는 이 꽃을 '만다라'화로 부르기도 한다.


진흙 못에서 피어나지만 더럽고 지저분한 그 속에서 청정하고 아름다운 귀한 꽃을 피워내는 모습이 사바세계에 존재하는 부처님 가르침에 비유되어 불교의 꽃으로 상징되고 있다.


v
무량수경에는 극락세계의 연꽃을 부처님의 무량한 광명이 나오는 꽃으로 표현하며, 극락세계의 보련화(寶漣花)에는 백천억 개의 잎이 있고, 그 잎에서는 수많은 광명이 비치며, 하나하나의 빛에서 부처가 나타난다.





2





바람이야 원래 흔적이 없지만


소담한 연꽃을 인 대궁이 가볍게 흔들리면


거기 한숨 같은 바람이 지난다는 소식인가요



문득 그대가 사무치게 그리워졌어요





아직 때가 이르다 침묵한 봉오리도 있네요


바람의 부드러운 어루만짐에도


촉촉한 빗방울의 깨움에도 고개 흔들며


아직은 꽃잎 열 때가 아니라고


물 속 외발 담그고, 눈감고


님 오실 때 기다리는 착한 연꽃봉오리들


그 터질 듯 부픈 모습은


오지 않는 님 기다리는 그리움 때문일까요





그대, 지금 나를 따라 해 보세요


당신 손바닥을 서로 붙여


가운데가 볼록하도록 만들면


그건 꼭 삼천지 연꽃봉오리를 닮았거니와


손 꽃봉오리는

붉은 화엄 같은 촛불의 불꽃도 닮았지요





기름진 열 손가락을 살라


태워 올리는 것은 무엇을 위한 합장일까요


어찌하여 두 손을 모아야 연꽃봉오리가 될까요



그대가 정말 사무치게 보고 싶었어요...





연꽃은 사람들에게 세상의 더러운 티끌에 오염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다고 불가에서는 말한다. 7월에서 9월까지 피는 연꽃에는 네가지 덕이 있다고 역시 불가에서는 생각한다. 첫째 향기, 둘째 깨끗함, 셋째 부드럽고 연함, 넷째 사랑스러움이다.





진흙속에서 났지만 거기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고, 더러움을 자신의 꽃이나 잎에는 묻히지 않는, 마치 불자가 세속에 처해 있어도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것,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신행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불가에서는 연꽃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


인도에서는 연꽃을 진귀한 꽃으로 여겼으며, 연꽃에는 발두마(伐摩), 우발라(優癖),니로발라(泥盧癖), 구물두(拘勿頭), 분다리가(芬茶利迦) 등5종이 있다고 한다.





발두마는 홍련(紅蓮), 우발라는 수련(睡蓮), 니로발라는 청련(靑蓮), 구물두는 지희화(地喜華), 분다리가는 백련(白蓮)이다.





그중에 백련화는 번뇌에 오염되지 않은 청정무구의 불법서에 비유되었고, 활짝 핀 연꽃은 우주 그 자체를 상징하고 줄기는 우주의 축을 의미한다. 연합에는 9개의 구멍이 있는데 9품을 말하고 3개의 연뿌리는 불·법·승 삼보를 말 한다.





연꽃의 씨는 천년이 지나도 심으면 다시 꽃을 피운다 하여 불생불멸을 상징한다. 연은 속이 텅 비어 사심이 없고 밖은 곧으며 넝쿨도, 가지도 없다. 그 향기는 멀리 풍기어 맑으며 물 가운데 조촐하게 우뚝하게 서있으니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가까이 서 매만질 수는 없다. 그러므로 옛 선비들도 연은 군자(君子)와 같다고 칭송하였다.






3





모난 곳 없는 둥근 한 장의 연잎이 아름다워요


연잎 가운데 오목한 곳으로


또르르 굴러 내린 빗방울이 아름다워요


는비가 그예 물방울로 바뀌는 때가 아름다워요





빗방울은 영롱한 물방울로 바뀌더니


제 몸 스스로 굴려 연잎 가운데로 모아지네요


투명하고 맑게 빛나는 물구슬





일렁이는 물결 따라 연잎이 만든 구슬 보석도


연신 모습을 바꾸고 있네요


볼록렌즈가 되어 세상을 죄다 비추다가


오목렌즈가 되어 세상을 죄다 가두다가


합류하는 작은 보석들로 제 몸을 키우다가



어느 사이 연잎이 몸을 기우려


삼천지 못 물로 보석들을 쏟아 버리네요


아아 그건 그대 오지않음에 흘리는 눈물이 아닌지요



그대를 사랑합니다...





3


세상 모든 만물은 태어나면 늙고 병들어 죽는다.


이것이 생명체가 있든 없든 간에 모두 겪어야 하는 무상(無常)의 번뇌이며 삶이다.





연꽃도 예외는 아니다.


씨를 뿌려 싹이 나고 자라 꽃을 피우고 시들면 씨를 만들고 꽃은 죽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거기서 그 생명의 영속성을 발견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 송이 꽃에서도 우리는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 꽃 그 자체가 불국정토가 되는 셈이고 그 하나에도 우주의 진리와 생명이 숨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연꽃은 불교의식을 치르는데 있어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도구이다. 그 흔적은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웠던 우리 조상의 얼이 담긴 문화유적 곳곳에 잘 나타나 있다.


탑·부도·절 건물 등에 모두 연꽃을 새겨 넣음으로 연의 청정성을 생명처럼 여겼다.



고구려 유적인 안악 3호분, 태성리 1호분, 연화총(蓮花塚)처럼 꽃무늬들이 한잎 두잎 정도 그려지거나 또는 벽, 천장 할 것 없이 온통 연꽃 무늬를 채우는 경우도 있었다. 신라의 금관총, 금영총에서 출토된 칠기의 연꽃무늬, 통일신라 시대의 신흥사 대웅전 기단의 면석 돌조각에도 여러 송이의 겹으로 조성된 공화(供花)를 볼 수 있다.



내가 즐겨 찾는 경주 남산의 유적지에서도 연꽃 무늬가 그려진 석조물과 그 시절의 기와 쪼가리를 볼 수 있다.


이렇듯 연꽃은 불교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연꽃에 불 켠 연등의 본래 목적은 부처님의 청정한 마음을 다시 생각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연등을 켜서 복 받는 다는 기복신앙이면 또 어쩌랴.


절 집 한 켠에 스러지고 있는, 붉디 붉은 모란꽃 보다 신실한 불자들이 불 밝혀 놓은 연등이 더 붉은데.





4





그러고 보니


성근 빗방울은 무심한 듯 보이지만


삼천지 못 물에 가득 동심원을 그리고 있어요



연꽃을 닮은 동심원인지


이제 꽃잎을 열, 봉오리를 닮은 동그라민지


연잎을 비껴간 아쉬움인지



그도 저도 아니면


그대 가슴에 꼭 전 해야 할


무엇이든 넘고 도달해야 할 작은 파장인지요





그대 7월 하순 연꽃나라 삼천지로 오셔요


비라도 오는 날이라면 더 좋지요


사랑의 이름으로 피운 연꽃과


그대 그리는 간절한 가슴으로 부푼 연봉오리와


하마 참을 수 없어


흘리는 눈물 모아 쏟아내는 잎새를 보러오세요





와서, 연꽃 앞에 동그란 그리움을 전하세요


두 손 모아 손 꽃 봉우리 만들어


연꽃 닮은 사랑의 이름으로 기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