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인 - 강학희

2004.08.20 01:42

미문이 조회 수:283 추천:49



   어떤 시인

                     강학희

그가 떠나면서
내 것을 달라고했다
난 참 많이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그에게 주려고 아무리 찾아 보아도
내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서랍 안에 있는 것들,
그 것은 내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내게 머물 뿐

그를 빈손으로 보낼까
밤새 뒤척여도
나만이 줄 수 있는
내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마음은 이쪽
몸은 벌써 저쪽으로
그렇게 흘러가야 할 시간

떨리는 손으로
그의 어깨를 돌려 세워
가만히 손을 잡아
내 것을 쥐어 보냈다

그 밤 신음하던 시 한 수,
그 것 말고는
아무 것도 내 것이 아니었다
내 것이 없었다면 참 많이 울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