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껍질 - 정어빙
2004.09.30 03:53
어릴 적엔 알몸으로 온 동네를 뛰어 다녔다
할머니는 엉덩이를 철썩 치시며
"그놈의 고추 잘도 생겼다" 하셨다
그래도 부끄러운지 몰랐다
온늘은
제일 좋아하는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름 하나 남길 수 없는 부끄러움에
나무 판자 속에 숨는다
그 곱던 알몸에
얼마나 상처가 많길레
흙으로 덮고
또
들풀로도 덮을까
이제
때려줄 할머니도
맞을 엉덩이도 없다
할머니는 엉덩이를 철썩 치시며
"그놈의 고추 잘도 생겼다" 하셨다
그래도 부끄러운지 몰랐다
온늘은
제일 좋아하는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름 하나 남길 수 없는 부끄러움에
나무 판자 속에 숨는다
그 곱던 알몸에
얼마나 상처가 많길레
흙으로 덮고
또
들풀로도 덮을까
이제
때려줄 할머니도
맞을 엉덩이도 없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45 | 처럼 / 오영근 | 미문이 | 2009.01.19 | 58 |
144 | 마음 비우고 여여하게 살아 / 오연희 | 미문이 | 2009.01.06 | 281 |
143 | 겨울꽃 / 안선혜 | 미문이 | 2008.12.30 | 138 |
142 | 사과나무 / 안경라 | 미문이 | 2008.12.22 | 105 |
141 | 사랑한다면 / 석정희 | 미문이 | 2008.12.17 | 92 |
140 | 텅빈자리 / 서용덕 | 미문이 | 2008.12.09 | 136 |
139 | 뇌성 / 백선영 | 미문이 | 2008.12.02 | 81 |
138 | 미명을 기다리다 / 박정순 | 미문이 | 2008.11.26 | 67 |
137 | 내가 꽃이라면 / 박영호 | 미문이 | 2008.11.18 | 185 |
136 | 아름다운 인연 / 박경숙 | 미문이 | 2008.11.11 | 206 |
135 | 다른 색깔의 아픔들 / 노기제 | 미문이 | 2008.11.03 | 109 |
134 | 진달래꽃 그리기 / 문인귀 | 미문이 | 2008.10.28 | 211 |
133 | 롱슛 / 김혜령 | 미문이 | 2008.10.20 | 162 |
132 | 폭포소리 / 김인자 | 미문이 | 2008.10.10 | 99 |
131 | 가을劒 / 김영수 | 미문이 | 2008.09.29 | 80 |
130 | 그 남자의 귀고리 / 김영교 | 미문이 | 2008.09.19 | 130 |
129 | 남편의 가보 1호/ 김영강 | 미문이 | 2008.09.08 | 224 |
128 | 아들 / 김동찬 | 미문이 | 2008.08.22 | 134 |
127 | 떠나는 날을 위하여 / 기영주 | 미문이 | 2008.08.10 | 108 |
126 | 겨울의 어느 하루 / 권태성 | 미문이 | 2008.07.29 | 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