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서울 가분날 - 정찬열

2005.03.20 03:47

미문이 조회 수:177 추천:6

" OOOO년 O월 O일
우리 엄마 서울 가분 날 "

일곱 남매 막둥이
국민학교 3학년 진국이가
엄마 서울 간 날자를
마루 끝 벼람박에
까망색 크레용으로 비뚤비뚤 써 놓았다

세 밤만 자면 돌아오마던
소식 없는 엄마를
손꼽아 기다리던
우리 집 막둥이 동생

녀석은 날마다 학교가 파하면
방죽에 나가 낚시를 하다가
어둔 무렵에야 돌아왔다.

-그만 놀고 밥 묵어라아 -
해질녁, 아이를 불러들이는 엄마들의
목소리를 들었던 때문일까
아홉 살 짜리 강태공
말이 없던 녀석의 그렁그렁한 눈동자엔
먼 산만 가득했다

내 유년의 뒤안길
아스라한 세월 저편 이야기지만
생각나기만 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려오는
내 동생 진국이가 써 놓았던
그 때 그 담벼락 글씨
'우리 엄마 서울 가분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