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Grace) - 아버지의 단장(短杖)

2004.09.07 03:46

미문이 조회 수:205 추천:42

   70kg 체중을 받아 안는다
   85년 세월이 말없이 실려온다

   침묵하는 상념의 보따리를 짊어지고
   한 발자국씩 내딛는 굽은 다리를
   묵묵히 반겨주는 검은 단장

   12월 바람도 햇살 뒤로 숨은 날
   조심조심 세 발로 새 세상을 향한 날

   고집스레 거부하던 단장을 짚고
   "난 이제 멋쟁이 노신사다"
   헛웃음에 발걸음 모아보지만

   늙는다는 건
   햇살 뒤로 숨은 섣달 바람 같은 것
   아버지 눈동자에 담겨진
   쓸쓸한 노을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