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언-틈

2017.04.26 11:17

미주문협 조회 수:83

2f43619c252be414c4499eac89f9ef95.jpg


                                   이용언           

                                                              

조물주의 빈 틈이 노출된 찰나
바람에 불려
돌담장 틈에 굴러 들어온
나팔꽃 씨 한 알, 목이 타 들어간다


생명의 세계에는
우연이 없다. 다만 투쟁이다
신의 묵시黙示가 씨에 임한다
기다림과 기다림의 틈에서
꽃잎이 터지고
시작을 알리는 나팔을 분다.


어디서인가 홀연히 날아든 나비
빈 틈 하나 없는
청색 빛에 취한다
갈라진 땅, 새로운 틈에서
생명의 빛, 기적같이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