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나와 화해하다

2017.07.15 10:13

미주문협 조회 수: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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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화해하다

 

 

                   홍인숙(Grace)

 

 

 

고목의 표피로 겹겹이 굳어버린

묵은 양초에 불을 밝힌다

촛불의 심장이 밝음에 놀라

화들짝 큰 눈을 껌벅인다

 

금세 출렁이는 그림자 곁으로

무심히 지나온 날들이

마른 꽃잎으로 흩날린다

그림자는 아직도 넘을 낯선 고개를 향해

긴 몸을 끌고 있다

 

벽시계의 두 침이 수직으로 이마를 맞댄다

밝음과 어둠이 침묵한 자리에

유년의 눈망울로 다가온 낯익은 얼굴

긴 잠에서 깨어 찾아온 그녀의 여윈 두 손에

살포시 연민의 손을 얹는다

‘미안해. 오랫동안 너를 잊고 있었어.‘

 

어디선가 하루의 끝과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