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치다 / 유봉희

2012.07.02 04:51

관리자_미문이 조회 수:142

명주잠자리 풀 먹인 날개 안에 반짝이는 형광 빛 푸른 별들이 담겨 있다. 하늘거리는 풀잎에서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그 별들은 날개에서 사르르 풀려나와 다시 하늘로 오르려나. 물소리에 젖어 있는 잠자리 심상치 않다. 저 고요한 더듬이가 더듬는 곳은 어디인지. 지난날 바닷가나 산기슭 어디라도 모래땅에 절구통 집을 파 놓고 눈먼 먹이가 빠지기를 무작정 기다리던 긴 날들 넓은 세상 샅샅이 누비며 사냥 한번 못하고 뒷걸음으로 빙빙 돌며 자신의 함정에 자신을 가두던 이름도 별스런 개미귀신 개미지옥. 뒤돌아보지 마라. 물 위로 날개를 활짝 편다. 한낮에도 반짝이며 별무리 끌고 가는 별박이명주잠자리. * 풀치다 : 맺혔던 생각을 돌리어 너그럽게 용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