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도둑고양이 / 김수영

2012.11.20 06:56

관리자_미문이 조회 수:489 추천:1

도둑고양이가 우리 집 뒷마당 툇마루에 살아온 지가 어언 일 년이 되었다. 나의 애완견 릴리와 원수처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서로 마주치게 되면 나의 애완견이 먼저 공격을 늘 시도하지만, 번 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나는 이 도둑고양이가 불쌍해서 먹이를 계속 주었다. 그런데 두어 달 전에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어 버려 찾으려 수소문해 보았지만 헛수고였다. 거취를 다른 곳으로 옮긴 줄 알고 체념하고 말았다. 하루는 보이지 않던 고양이가 나타나 뒷마당 툇마루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살아져버렸다고 생각했던 고양이가 다시 돌아와 매우 반가워 가까이 접근을 시도했다. 조용히 잠을 자고 있었다. 평소에 가까이만 가면 도망쳤던 터라 살금살금 가까이 가서 고양이를 살펴 보았다. 나는 고양이를 보는 순간 소스라쳐 놀랐다. 목덜미와 머리와 얼굴에 피부병이 생겨 보기 흉하게 진물이 흐르고 빨간 속 살이 드러나고 헌데가 벗겨지고 있었다. 매우 통증이 심하리라 생각이 들어 애완동물 병원에 데려가려고 붙잡으려 했으나 매번 도망가기 일쑤였다. 어쩔 수 없이 그냥 내버려 두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집을 나가 한 달 이상 보이지 않았다. 어데 가서 죽고 말았나 별생각을 다 하면서 불쌍하고 측은한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 하루는 뒷마당에 나가보니 기진맥진한 상태로 집에 돌아와 툇마루에 놓인 식탁에 앉아 잠을 자고 있었다. 점점 피부병은 악화하여가고 있었다. 치료할 방법을 구해 보지만 접근하면 도망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동물 보호소에 전화를 걸어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덫(Trap)을 사서 잠자는 장소에 갖다 놓으라고 했다. 팻숍에 가서 살려고 해도 동이나 품절이 되어 구할 수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 중고품 파는 곳을 알아 드디어 좀 싼 값에 구매할 수가 있었다. 먹이를 미끼로 덫 속에 넣고 문을 열어 둔 체 붙잡히기를 기다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몇 시간 후 에 뒷마당에 나가보니 드디어 고양이가 붙잡히고 문은 자동으로 닫혀 있었다. 고양이는 속절 없이 덫 속에 갇혀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눈 속으로 균이 들어갔는지 눈은 반 감은 상태로 실눈을 하고 힘없이 껌벅이고 있었다. 기력이 쇠잔해 보였다. 죽을 날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직감할 수가 있었다. 운명의 날은 드디어 오고 말았다. 피부병이 사람에게도 전염될지 모르고 나의 애완견이나 내가 키우고 있는 새끼고양이에게도 전염 될수 있다고 생각에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내 마음은 아프지만,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제대로 주인에게 사랑도 받지 못하고 도망만 다니다가 저렇게 불쌍한 신세가 되었나 생각하니 불쌍하기 그지없었다. ‘성격이 팔자’란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이 생각났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의 운명은 우리의 성격에 좌우 된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자 주인공처럼 강인한 성격이 그녀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폭풍의 언덕’에 나오는 남녀 주인공들의 성격이 또한 그들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에도 이 사실이 해당이 됨을 알 수 있다. 이 도둑고양이가 좀 더 주인에게 곰살궂게, 붙임성 있게 주인을 따랐으면 사랑을 받으며 치료도 가능 했을 텐데 뻣빨이처럼 먹이를 주는 주인의 극진한 보살핌을 거절하고 도망만 다녔으니 죽음을 자초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나는 동물보호소에 전화를 걸어 덫에 갇힌 고양이를 알려 주었다. 곧 와서 자기들 차에 싣고 갔다. 주사를 놓아 고통 없이 죽게 만든다고 했다. 도둑고양이의 마지막 삶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고 말다니 온종일 불쌍한 생각이 가슴을 후벼 팠다. 일 년 동안 정성스레 먹이를 주어 살려 놓았는데 보람도 없이 비참하게 죽어 가다니…… 나의 마음을 알지도 못하고 죽음을 택한 고양이를 보면서 우리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다. 사람도 이 도둑고양이처럼 주위 가족이나 친지들의 사랑을 수용하지 못하고 자기 우리 속에 갇혀버린 자폐증 환자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한 두어 달 도둑고양이가 돌아오지 않았던 그 시기에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난데없이 나타나 뒷마당 패티오 문 앞에서 야옹야옹 울고 있었다. 나는 도둑고양인 줄 알고 깜짝 놀라 문을 열어보니 아주 귀여운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문 앞에서 꼬리를 치켜들고 서성거리고 있었다. 집안으로 들어온 새끼고양이는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몸을 내 다리에 비비대며 내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는다. 내가 소파에 앉노라면 기다렸다는 듯이 내 무릎에 달랑 올라와 꽈리를 틀고 앉는다. 도둑고양이와 너무나 대조적이다. 나는 고양이에 얽힌 일화 때문에 고양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붙임성있게 주인을 따라다니며 아양을 떠니 내 마음이 어찌 녹지 않겠는가. 우리나라 속담에 ‘제 사랑은 제가 받는다.’란 말이 이렇게 실감이 날 줄 몰랐다. 도둑고양이나 새끼고양이는 다 같은 고양이지만 사랑을 받아드리는 고양이는 주인에게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그렇지 못한 도둑고양이는 불행한 삶을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우리 인생도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 드리느냐 안 받아 드리느냐에 따라 천국과 지옥의 길로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도둑고양이의 슬픈 삶을 통해 이처럼 깨닫게 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놀라울 뿐이다. 현명한 선택을 하는 자 만이 지혜로운 자요 축복을 누리며 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