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stock0119637.jpg      


채영선 문학서재 바로가기 



나무야 미안하다                      


                                                     채영선


미안하다 나무야
가시도 없는 네 살을 발라
길 잃은 상념을 발라놨으니
이슬 머금어 결 곱던 계절
잔가지에 매달려 애원하던 별빛은
눈물겨운 기억으로 돋아나고
쓸 데 없이 빌려온 언어 한 다발
기나긴 독백의 시간을 길어
함몰된 동공의 깊이만큼
푸르게 떨리는 낭떠러지 저곳에


숱하게 분지른 네 허리는
식지 않을 인연이 될 수 있을까
기왓장처럼 켜켜 쌓을 수 없는
진실을 닮은 오류의 묶음
한 조각 불완전한 희망을
손바닥에 새기고 돌아온 편지처럼
가지런히 빛나는 눈웃음 사이
모두발로 달려 간 모차르트처럼
에덴 울타리 너머로 사라져간
나무야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