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복 / 이영숙

2012.08.06 08:57

관리자_미문이 조회 수:149

이사를 했다. 새로 지은 아파트다. 추첨으로 들어간 아파트니 누가 어느 곳으로 갈지 모른다. 그저 아파트관리 측에서 정해주는 곳으로 가야한다. 처음 이 아파트에 들어오기 위해 기도를 많이 했다. 1,200대 90의 높은 경쟁을 뚫어야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나님은 내 기도에 응답하셨고, 나는 기적과도 같이 이사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파트가 열 동이나 되고, 같은 동에서도 아래층과 위층의 차이, 안쪽이냐 바깥쪽이냐의 차이 등, 차이가 많이 난다. 경치가 좋은 동이 있고, 앞뒤가 꽉 막혀 답답한 곳도 있다. 크기도 약간의 차이가 난다. 조금 더 큰 것과 약간 작은 것. 누구나 좋은 곳으로 가고 싶을 것이다. 앞이 확 트이고 환한 곳, 빛이 많이 들어오는 밝은 곳. 처음 이 아파트에 추첨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듯이 좋은 곳으로 정해지게 해 달라고 기도하려 눈을 감았다. 그런데 문득, 내가 좋은 곳으로 가게 되면 누군가가 나대신 나쁜 곳으로 가게 되겠지. 환하고 밝은 곳, 전망이 좋은 곳을 내가 차지하면 누군가는 어둡고 꽉 막힌 답답한 곳으로 가게 되겠지. 그렇다면 내 기도는 너무 이기적인 기도가 아닐까. 이미 이렇게 좋은 곳으로 들어올 수 있은 것만도 너무 감사한 일인 것을. 1,200명 중 누군가 한 가정이 나 때문에 이곳에 오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을 것인데. 그런 생각이 앞서자 좋은 곳으로 지정받게 해달라는 기도가 나오지 않았다. “순리대로 가겠습니다.”라 기도했다. 아주 나쁜 곳은 피했지만, 좀 덜 좋은 곳으로 지정받았다. 기뻐하며 감사하고 있다. 요즘 내 기도가 바뀌었다는 걸 알았다. 전에는 딸을 위해서 기도할 때 ‘좋은 친구 만나게 해주세요, 혹시라도 잘못된 길로 빠진 친구는 가까이하지 않게 해주세요.’가 내 기도였다. 요즘은, 내 아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 미치는 친구 되게 해주세요, 혹시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친구가 가까이 있더라도 내 아이를 통해서 바른 길로 돌아오는 일이 생기게 해주세요가 내 기도이다. 딸의 친구들이 내 딸로 통해서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주세요, 내 이아 때문에 평화하고 행복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한다. 그동안은, 나에게 주세요, 내가 갖게 해주세요, 내가 이기게 해주세요였다.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생각해보면 부끄럽기만 하다. 좋은 것은 내가 갖고 나쁜 것은 다른 사람이 가지란 말이 아니었는가. 나는 잘 되고 남은 내 뒤에 처지라는 말이 아니었는가. 이제는 고쳐야겠다. 모두 잘 되도록. 나보다 남을 위해서 기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일본의 유명한 작가 ‘미우라 아야꼬’는 남편의 수입이 넉넉지 않아 학교 앞에 조그마한 문방구점을 시작했다. 정직하고 친절한 그 가게에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고 장사가 잘 되어 물건을 트럭으로 받으며 가게를 넓혀나갔다. 그러나 미우라 아야꼬는 자신의 가게가 잘 되기 때문에 이웃의 가게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자신의 가게 앞의 어떤 가게는 문을 닫게 될 지경이 놓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즉시 가게 물건종류를 줄이기 시작했다. 손님이 오면 “그 물건은 우리가게에 없고 건너편 가게에 가면 있습니다.”라고 했다. 물건종류를 줄여 손님이 적어지자 미우라 아야꼬는 시간이 많아졌다. 평소에 좋아하던 독서를 시작하며 틈틈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는 작가라면 누구나 부러워 할 대작, “빙점”이라는 명작을 낳게 되었다. 참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닌가. 이전에는 손해를 보면 무척이나 화가 났고, 손해 본 것 때문에 안달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손해 본 것 때문에 누군가가 이익을 얻었겠구나.’생각하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도리어 내게 순리 이상의 이익이 돌아오면 누군가가 나 때문에 손해를 보았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하다. 똑같은 물건을 남이 나보다 싸게 산 것을 보면 속생했다. 속은 것 같아 억울했다. 이제는 그 사람의 복이 나와 다르구나 생각한다. 내가 남보다 더 많은 돈을 주었어도 내가 필요해서 산 것이니 괜찮다는 마음이다. 물건을 구입하는 그 시점에서 그것이 마음에 들었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물건을 구입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들이 얼마에 샀건 그건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참 많이 변했다. 최근 들어 하나님께서 많은 복을 내게 주셨다. 그 많은 복중에 나에게 다가온 이 변화가 가장 큰 복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