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 / 이월란
2012.08.13 06:23
철망 너머로 어린 눈이 자라는 동안
오랑캐의 나라를 그리워했다
계절과 계절 사이를 비집고
시차만 고여 있는 땅도 있더라
나라와 나라 사이
통용되지 못할 언어로 봉인되어
내 손을 떠나버린 편지 같은 이야기
손 타지 않는 신비한 생태계다
옆집 여자의 금발이 동화 속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오면
떠나온 곳만 궁금해지는 지병을 앓는
희귀동물 한 마리, 목이 길어진다
갱신한 비자의 숫자만큼
강산이 변해도
어린 정강이가 엎어지던
골목은 여전히 자라고 있어
답장이 실리지 않은 비행기 한 마리
하늘에 금을 그으며 날아간다
소속을 잃고 뒤뚱, 밟아버린
하늘의 금
중도의 노선만 걷는 희귀종이 수시로
태어나는, 여기는 비무장지대
철망에 걸리지 않는 바람 한 줌씩
답장처럼 날아오면
발 디딘 곳이 모두 국경이더라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45 | 손명세-눈색이꽃 | 미주문협 | 2020.04.02 | 254 |
444 | 박영숙영-인생은 달리기 | 미주문협 | 2020.03.15 | 91 |
443 | 브로치라는 별-신현숙 | 미주문협 | 2020.03.03 | 215 |
442 | 봄비-서진숙 | 미주문협 | 2020.02.17 | 56 |
441 | 이창윤-봄꿈 | 미주문협 | 2020.02.01 | 53 |
440 | 김영수-紅梅 | 미주문협 | 2020.01.18 | 44 |
439 | 박인애-가리마 | 미주문협 | 2019.12.31 | 80 |
438 | 강학희-붉은와인 | 미주문협 | 2019.12.16 | 55 |
437 | 연잎-지희선 | 미주문협 | 2019.12.07 | 83 |
436 | 우표-변재무 | 미주문협 | 2019.11.14 | 834 |
435 | 태평양 바람-최은희 | 미주문협 | 2019.11.04 | 58 |
434 | 이성열-떨어지는 별 | 미주문협 | 2019.10.15 | 65 |
433 | 김형오-희말라야 | 미주문협 | 2019.10.01 | 69 |
432 | 김영교-책 2 | 미주문협 | 2019.09.16 | 56 |
431 | 유승희-낙관 | 미주문협 | 2019.09.03 | 108 |
430 | 김희원-노을 | 미주문협 | 2019.08.16 | 114 |
429 | 박영실-마음이 머무는 집 | 미주문협 | 2019.08.03 | 56 |
428 | 이초혜-줄서기 | 미주문협 | 2019.07.16 | 60 |
427 | 엄경춘-노을 | 미주문협 | 2019.07.01 | 175 |
426 | 기영주-비탈에 선 나무들 | 미주문협 | 2019.06.16 | 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