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레지아* / 임혜신

2012.08.27 11:04

관리자_미문이 조회 수:159 추천:3

말레지안 청년 나탄의 집에 가서 알았네 세상엔 한 자가 넘는 꽃이 있다는 것을 깊은 정글 속에 썩은 고기냄새 피워놓고 그 꽃은 파리를 기다린다는 것을 호수가 보이는 낮은 베란다에 마주 앉아 납작한 빵과 차이 티를 마시면서 나탄은 말해주었지 검은 반점이 점점이 박힌 그 꽃이 바로 제 몸속의 꽃이라고 작고 보드라운 꽃들이 수없이 피고 지는 숲 속에 작고 보드라운 새들이 수없이 지저귀는 숲 속에 흉한 냄새 열어놓고 뚜쟁이 파리들과 교접하는 꽃 향기로운 유혹이나 사랑이나 슬픔의 꽃이 아닌 말레지안 숲 속같이 건장한 청년의 위장에 기생하는 꽃 생태적 특성상 앞으로 몇 년이면 필시 멸종되고 말거라고 그때까지만 기다리면 된다고 나탄을 위로하며 그때 나는 보고 있었지 제 몸 속에 자라나는 커다란 종양을 라플레지아, 꽃이라 부르던 청년 오직 짐승과 신만이 닿을 수 있을 거라는 말레지안 열대림 속, 피 비린내조차 고요하던 꽃과 사람의 최후전선을 *라플레지아 열대지방 밀림에 피어나는 꽃. 크기는 한 자가 넘는 것도 있으며 썩은 고기 냄새로 파리를 유혹하여 수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