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는 없으셔도 / 조옥동
2011.11.21 10:46
해와 달, 빛과 그림자
주검과 생명, 저승과 이승 사이
선택의 스위치는 어디 있을까
숨겨진 비밀을 찾고 있는 사람들
무엇에 홀려 열심으로 쫓기고 쫓다가
눈앞 흐려지고 다리 힘 헐렁하여
주저앉고 싶을 때 쯤 이명일가
전화벨 소리는 자주 울리는데
수화기 급히 집어 들면
잡지 못한 목소리 사라진
막막한 허허 공속으로 빨려가다
누구일가
올리고 내리는 스위치는 없으셔도
속눈썹 깊은 곳 눈빛 가늘게
한 번 치켜드시면 세상은 비틀거리고
우주 밖의 우주를
우주 속 무질서의 아골 골짜기를
펼쳐 보이시는 이
노하기를 더디 하시며
평탄케 하시며
생명을 미쁘게 보시고
귀하다 여기시는 이
그 크신 품속에서 잠들고 싶은
티끌보다 작은 나를
계속 부르는 소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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