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 / 이월란

2012.08.13 06:23

관리자_미문이 조회 수:64

철망 너머로 어린 눈이 자라는 동안 오랑캐의 나라를 그리워했다 계절과 계절 사이를 비집고 시차만 고여 있는 땅도 있더라 나라와 나라 사이 통용되지 못할 언어로 봉인되어 내 손을 떠나버린 편지 같은 이야기 손 타지 않는 신비한 생태계다 옆집 여자의 금발이 동화 속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오면 떠나온 곳만 궁금해지는 지병을 앓는 희귀동물 한 마리, 목이 길어진다 갱신한 비자의 숫자만큼 강산이 변해도 어린 정강이가 엎어지던 골목은 여전히 자라고 있어 답장이 실리지 않은 비행기 한 마리 하늘에 금을 그으며 날아간다 소속을 잃고 뒤뚱, 밟아버린 하늘의 금 중도의 노선만 걷는 희귀종이 수시로 태어나는, 여기는 비무장지대 철망에 걸리지 않는 바람 한 줌씩 답장처럼 날아오면 발 디딘 곳이 모두 국경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