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같은 사람
2014.06.23 09:39
감나무 같은 사람
늘 만난 사람
일상에서 자주 만나지 않던 사람
그 사람이 나더러 감나무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감나무는 아무데서나 자랄 수 있는
감은 씹어야 가만히 울어 나는 단 맛
땡감도 잘근 잘근 씹으면 달작 지근하다
낫선 사람이라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속을 다 뒤집어도 괜찮은 사람
선뜩 자기 자신을 내어 주는
겨울 볕에 하나 매달린 감 같은
겨울을 지나는 객이 먹이가 되라는
까치도 먹고 참새도 먹고
눈서리 맞으며 시린 시간을 견디는 것이라고 하는.
봄철에 감꽃이 떨어지면 감꽃으로 목걸이를 만들어
목에 걸고 하나씩 따먹는 시절도 있었지.
감은 푸근한 우리 큰어머니
이웃집 인심 좋은 아줌마 같은
비 오는 날 우산을 같이 쓰자고 하는 동행 같은 것
설명을 듣고 나니 어깨가 무거워 진다
등에 짐 하나 지고 다니는 것 같아
어찌 그리 살라고 하시나
훌훌 털어 버리고 가볍게 느리게 살고 싶은데
어깨에 멘 감나무 하나
무게로 오면 어찌 해야 하나
햇살 한줌 테불 위를 건너 간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25 | 이선자-바위 | 미주문협 | 2019.06.01 | 73 |
424 | 안서영-야생화 들녘 | 미주문협 | 2019.05.16 | 70 |
423 | 조옥동-속셈 | 미주문협 | 2019.05.03 | 123 |
422 | 류명수-흙으로 만나다 | 미주문협 | 2019.04.17 | 62 |
421 | 오연희-박제의 시간 | 미주문협 | 2019.04.01 | 99 |
420 | 현원영-인생길 | 미주문협 | 2019.03.14 | 98 |
419 | 전희진-노인 | 미주문협 | 2019.03.01 | 92 |
418 | 이일초-식탁에 샘이 있다 | 미주문협 | 2019.02.19 | 83 |
417 | 안규복-작대기 하나 내리긋고 | 미주문협 | 2019.01.28 | 79 |
416 | 친구-김병현 | 미주문협 | 2019.01.19 | 74 |
415 | 최혜령-반세기를 넘은 화해 | 미주문협 | 2019.01.06 | 77 |
414 | 정용진-여백(餘白) | 미주문협 | 2018.12.30 | 66 |
413 | 고현혜-무엇을 노래하든 | 미주문협 | 2018.12.20 | 97 |
412 | 장정자 시인-자카란타여! | 미주문협 | 2018.12.01 | 119 |
411 | 최용완-숨소리 | 미주문협 | 2018.11.15 | 65 |
410 | 신현숙-가을 하늘에서 만나는 것 | 미주문협 | 2018.10.30 | 436 |
409 | 이윤홍-감나무 [1] | 미주문협 | 2018.10.17 | 538 |
408 | 미주문학상 당선작-분수 | 미주문협 | 2018.10.01 | 124 |
407 | 박복수-우쿠렐레 | 미주문협 | 2018.09.16 | 73 |
406 | 이일영-벼랑의 소나무 | 미주문협 | 2018.08.31 | 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