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5 / 강성재

2011.05.01 12:45

관리자_미문이 조회 수:326 추천:3

메마른 논두렁 길로 접어 들었다 메뚜기 떼 하르르 하르르 절대 그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래 버려진 돌담과 허물어진 초옥 위로 멧새 두어 마리 해 거름 따라가 듯 낮은 구릉 너머로 느릿느릿 사라져 갔다 이승의 생이 다하면 또 하나의 생이 기다리고 있다는 듯 끝나는 길마다 빈 초옥은 띄엄띄엄 이어져 있었다 밥 짓는 고신 내는 어디에도 솟아 오르지 않았다 방치된 우물 속에서 해 거름이 부서진 두레박 하나를 건져 올리는 동안 병든 몸의 휘청거림처럼 텃밭의 무거운 잎사귀들이 가난한 저녁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생이 다해도 이대로 끝일 수 없다는 듯 집은, 어둠이 내리는 뒤란 가득 고단한 몸 다시 세우고 있었다